한국기계연구원이 정부에 대해 농기계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투자확대를 주문하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계연은 ‘글로벌 농기계산업 동향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정책제언을 했다. 여기에서 가장 공감할 수 있고 주목되는 대목은 국가 혁신전략에서의 농기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4차산업혁명 대응계획의 경우 ‘스마트 농기계 개발촉진과 파종·수확분야 자동화 핵심기술 개발’이 세부목표이긴 하지만 생산비 절감수단 정도로 의미를 부여했다며 조심스럽게 정부의 접근방식에 대한 불편함을 표출하고 있다. 농기계 자체를 개발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자율자동차, 무인이동체 등 타 산업분야 기술의 응용분야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정부의 R&D 총괄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사상최초로 20조원을 돌파한 R&D 예산을 올해 24조2,000억원으로 대폭 확대 편성했다. 따라서 바이오헬스·우주·에너지·소재부품·양자기술 등 5대 핵심분야에 R&D를 집중투자하여 차세대 원천기술의 확보와 자립화를 이끌기로 했다. 물론 경제·사회적 파급력이 큰 분야에 우선하는 만큼 그 순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소재부품분야 R&D투자규모가 3,359억원에 불과해 획기적 R&D투자가 요구되는 농업기계분야에는 어느 정도 혜택이 돌아올지 봐야할 일이다. 이러한 예 때문에 기계연이 정책제언에서 그 같은 ‘관심’을 에둘러 강조한게 아닌가 싶다.

기계연은 R&D투자와 관련해 정밀농업 구현을 위한 ICT, 스마트 기술과 농기계·농작업과 관련한 자율주행기술, 인공지능·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서비스 기술 등 4차산업혁명과 연계한 기술개발을 촉구했다. 아울러 농기계 기업의 R&D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도 제안했다. 국내 농기계 메이저 기업은 대기업으로 분류되어 R&D 참여에 제한이 있으나 글로벌 경쟁기준에서 매우 영세한 규모이며 자체 R&D역량이 미흡하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소재부품 협력기업과의 컨소시엄, 농기계기업 간 컨소시엄 등 협력 R&D과제를 중심으로 정부 R&D과제의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국내 농기계시장은 2000년 2조 원을 돌파한 이래 정체상태인데 외국산 농기계 점유율은 발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국내 농기계생산기업의 설땅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농기계시장 규모는 날로 늘고 있다. 2018년 기준 1,025억 달러이던 세계 농기계시장은 연평균 4.04% 성장하여 오는 2025년에는 1,352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시장을 상위 5개사가 과점하고 있다. 이들이 8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점유율 26,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존디어가 1위, 영국의 CNH, 일본의 구보다, 미국의 AGCO, 일본 얀마가 2~5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낄 자리는 분명 있다. 우리도 11억달러를 넘는 수출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확장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기술력이다. 우리의 기술수준은 미국의 80.5% 수준이며 기술격차는 3.5년이다. 아시아 최대시장 중국이 4.2년으로 바짝 뒤쫒고 있다. 내수포화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은 수출이다.

그 전제가 기술개발이며, 이를 위한 R&D투자가 최대 관건이다. 기계연의 제언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만이 국가적 식량안보도 지켜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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