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일 칼럼

남상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위원장
남상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위원장

농업기계 박람회는 세계 어디에서나 농업인의 축제이며 기업들의 신제품과 신기술 경연장이기도 하다. 농업 분야 박람회 가운데에서 농업기계 박람회는 규모도 가장 크고 내방객의 숫자도 많다. 그래서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들에게도 다양한 부가가치가 있는 나름 인기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농업기계 박람회의 내방객들은 이미 잠재적으로 농업기계를 구입하고자 하거나 가까운 미래에 구입할 계획이 있는 고객들이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사람들의 눈길과 관심을 끌 수 있는 전시 전략을 구사하면서 박람회의 흥을 더욱 북돋고 분위기는 올라간다.


농업기계 박람회를 보면 산업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박람회의 각종 행사와 사람들의 자연스런 만남 가운데 경제사회적 이슈가 도출되기도 한다. 돌연, 금년 농업기계 박람회를 앞두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사실상의 포기 선언이 아닌가 하는 의문으로 농업인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농업인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폭 증가된 것이며 동시에 농업기계 생산 기업들의 경영상 불확실성도 증가된 것이기도 하다.


농업인들의 불확실성 증가는 시장규모의 축소를 유발할 뿐 아니라 신제품과 신기술의 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을 저하시킨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에서 미래의 변화를 통찰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신제품과 신기술의 시장 성공 여부는 기술적 돌파(Break-through)도 중요하지만 판매 시점에서 고객의 핵심가치에 부합할 수 있는가와 더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사례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개발한 사람과 교감하는 소셜 로봇 지보는 미래형 가정로봇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후발 인공지능 스피커의 등장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퇴출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아무튼 향후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는 정책 방향의 전환은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 향방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는 큰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개발도상국 지위의 상실은 예상되었던 회색 코뿔소 같은 문제였다.

우리나라의 농촌인구는 2000년경 이후 감소 속도가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농촌인구의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높은 서유럽의 경우를 보면 현재까지도 농촌인구의 감소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다른 각도로 표현한다면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도시로 몰리고 있다는 말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도시화로 인한 농촌인구의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로 인한 농촌의 변화는 우선, 농업생산자 1인당 경작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생산자의 감소와 이로 인한 경작규모의 확대는 농업생산자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사용하는 농업기계의 대형화와 고효율화라는 새로운 시장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물론 그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 것인가는 우리나라 경제와 세계경제의 흐름과 발전 속도에 연계되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기계 업계는 최근 수년간의 불경기로 경제 체력이 저하되어 있으며 경쟁력의 약화를 걱정하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우리나라 농업과 농업기계 분야의 미래 문제 및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 등 신선한 이슈가 많이 나오고 훌륭한 여론과 창의적 대안이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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