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권 (사)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
북한-친환경 농산물 생산, 南-안전한 먹거리 확보, ‘win-win’
농기계·자재, 기술교류 늘 것… 신뢰구축 우선, 기술보호 방안도

방북 때 북한농업관계자와 함께
방북 때 북한농업관계자와 함께

김순권 (사)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은 50여 년간 친환경 옥수수 육종 개발에 몰두해 온 세계최고 권의의 옥수수 박사다. 그는 1998년 1월 첫 방북을 시작으로 59회에 걸쳐 370일간 북한의 방방곡곡을 찾아 북한주민의 주식인 옥수수(북한이름 강냉이)를 연구했다. 이런 노력으로 북한옥수수 종자 개량을 통해 생산량을 크게 늘렸으며, 북한적응 슈퍼옥수수 개발에도 성공했다. 북한주민 70%의 주식인 옥수수 증산에 성공한 김순권 박사는 북한주민에게 ‘영웅’ 같은 존재다.  

6·12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의 판문점선언 등 남북 화해무드로 대북교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 이사장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농업’”이라며 “북한이 ‘돈 되는 농업’을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의 퍼주기 식, 무상지원은 북한 농업발전에 결코 도움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며 “북한농민들이 농사로 돈을 벌고, 삶이 나아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협력”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3일 캄보디아 출장길에 나서는 김순권 박사를 만났다.   

북한 육종학자와 은산남옥옥수수시험장
북한 육종학자와 은산남옥옥수수시험장

 

Q. 남북 화해무드 조성으로 대북 경제협력이 확대된다면 농업분야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 유엔의 대북 경제제제로 종자와 비료 등 외부지원이 대폭 줄었다. 북한의 올 농사에 큰 타격이 예상돼 더욱 심각한 식량난이 우려된다. 지난겨울 심한 한파마저 더해져 겨울작물인 밀과 보리농사도 제동이 걸렸다.

그렇다고 일회성, 퍼주기 식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북한이 농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우리가 중국 등에서 수입해 사 먹는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북한이 농업생산량은 늘릴 수 있도록 남측의 재배기술과 유효적절한 농기계·자재가 들어가면 친환경의 고품질,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남측에서 남아돌아 고민인 쌀과 물물교환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북한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중국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북한농업의 생산성 향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분야다.

북한에는 약 3,000개의 협동농장이 있다. 남북교류도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다. 북의 협동농장이 지역별, 작목별로 특색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근본체질을 갖추는데 협력사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계획물량보다 초과 생산한 농산물은 개인이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수록 북한농업은 발전하고 주민의 삶도 나아질 것이다.  

 

Q. 북한의 농업 선진화를 위해 ‘대북 농기계 지원사업’ 등을 추진한다면?

- 북한의 실정에 맞는 농기계 교류가 중요하다. 북한농업은 남한에 비해 엄청나게 후퇴돼 있다. 산림을 개간해서 만든 농지이고, 토양의 질이나 재배여건이 그리 좋지 못하다. 새 농기계를 지원하면 그만큼 예산문제도 따르고 좋은 기계를 지원해봤자 무용지물일 수 있다. 벼 이앙기, 수확기, 경운기, 옥수수 파종기, 탈립기, 약제 살포기, 건조기 등 남측에서 사용하던 농기계를 잘 수리해서 다시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는 정도로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은 경사지 농업을 많이 한다. 가뭄과 홍수에 늘 취약하다. 물을 고르게 대 줄 수 있는 관개시설이 들어가면 농작물 생산량 증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농작물을 수확하고 보관하는 데 애를 많이 먹는다. 손실되는 농작물도 많다. 건조기나 저온냉동고 같은 장치가 유용하다.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 설비도 크게 늘려 농작물의 계획생산을 유도해야 한다.

북한 사람들은 손재주가 좋다. 남측의 좋은 농기계가 북한에 진출하면 베끼지 말라는 법이 없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고유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정부차원에서 확실히 보장받고 교류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우리기업이 북한 현지에서 농기계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Q. 국제옥수수재단은 남북농업기술협력사업을 시작으로 ‘북한적응 슈퍼옥수수 개발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

- 재단의 북한 농업지원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옥수수종자인 수원19호로 북한식량증산에 기여한 것이다. 1976년 방북 당시 북한의 토지환경에 잘 적응하는 수원19호 옥수수종자를 가져 가 북한 땅에서 연간 1,000톤 이상 생산할 수 있었다.

둘째로 남북공동의 노력으로 북한환경에 맞는 새로운 옥수수를 연구하는 사업이다. 저는 북한에 59차례 다녀왔다. 당시 북한의 25개 시험장에 수원19호를 포함해 12개의 신품종을 보급하고 비료를 지원했다. 평양 룡성의 농업과학원과 은산강냉이연구소에 2억원짜리 종자저장고를 2대 지원하기도 했다.

지금은 북한 기후와 비슷한 중국 하얼빈에 옥수수 농장을 지어 북한환경에 맞는 옥수수 연구를 신나게 하고 있다. 포항 한동대의 통일옥수수센터에는 북한에 심을 중국 하얼빈 옥수수농장에서 개발한 종자를 보관·유지하고 있다.  

북한 적응 슈퍼옥수수개발 연구 끝에 5만종의 옥수수 종자 가운데 북한의 6개 지역에 적응하는 완전히 새로운 12개의 품종 육종에 성공했다. 평양, 황해도 황주 룡천, 평남도 개천, 은산, 청진 등에서 적응을 마쳤다.

 

Q. 남북 간 농업 협력이 성공하려면?

- 북한도 좋은 농업국가가 될 수 있다. 쌀, 옥수수, 콩, 감자 등 최대한 생산을 늘려야 한다. 남한이 중국 등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농산물을 북한에서 생산하고 남한에서 수입하거나 아니면 그에 대한 값으로 북한에 농업물자를 보급·지원해주면 양쪽이 윈-윈 할 수 있다고 본다. 착하고 부지런한 북한 농민들과 농업경제 협력이 잘 이루어지면 통일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 신의주에 닥터콘 지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중국 하얼빈 통일옥수수농장에서 12년간 육종한 옥수수 신품종을 당국이 허락한다면 북한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중국 옥수수 종자 시장으로 진출을 꾀할 수 있다.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 간에 농업협력이 잘 되면 반드시 통일이 온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북한동포 한 사람도 굶주리는 자가 없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하루빨리 남북교류와 통일이 성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원19호
수원19호
수원19호와 화성1호(북한옥수수종자) 비교사진
수원19호와 화성1호(북한옥수수종자) 비교사진

 

김순권 이사장은...현재 한동대학교 석좌교수로 학생들에게 농학자의 길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농업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국제농업연구대상(벨기에 국왕상)을 비롯해 각종 유수의 상을 수상한 농학자다. 그는 1976년 아시아 최초로 생산량이 세 배나 되는 하이브리드 옥수수를 개발했다. 이후 나이지리아에서 아프리카 적응 하이브리드 옥수수 개발, 위축바이러스 저항성 품종 개발, 스트라이가(Striga) 공생저항성 품종 개발 등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난 해결에 기여했다. 북한 식량문제가 심각한 상황을 접한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옥수수 씨앗’ 개발에 나섰고, 1998년 국제옥수수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대북지원 사업에 힘쓰고 있다.
김순권 이사장은
현재 한동대학교 석좌교수로 학생들에게 농학자의 길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농업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국제농업연구대상(벨기에 국왕상)을 비롯해 각종 유수의 상을 수상한 농학자다. 그는 1976년 아시아 최초로 생산량이 세 배나 되는 하이브리드 옥수수를 개발했다. 이후 나이지리아에서 아프리카 적응 하이브리드 옥수수 개발, 위축바이러스 저항성 품종 개발, 스트라이가(Striga) 공생저항성 품종 개발 등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난 해결에 기여했다. 북한 식량문제가 심각한 상황을 접한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옥수수 씨앗’ 개발에 나섰고, 1998년 국제옥수수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대북지원 사업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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