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은 한국과 농업구조가 가장 유사한 나라이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자연조건도 비슷하다. 쌀을 중심으로 농업구조가 발전한 것도 같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일본의 농업기술이 한국에 많이 전파되어 왔기에 기술개발의 발전단계도 유사성이 있다. 고령화를 넘어 농업노동력 공동화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요소도 비슷하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개되는 농업기술 정책에는 양국 간에 차이가 느껴진다. 한 마디로 일본이 기본에 충실하다면 우리는 겉멋이 과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일본농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로 해결하려는 숙제는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다. 바로 미래농업 노동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한 가지이다. 숙제의 출발점도 일본농업의 기본인 벼 농사이다. 일본의 접근은 과장되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다. 백화점식 접근으로 화려하지만 공허한 우리의 농업기술 정책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일본농민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은 우리보다 훨씬 심각하다. 일본농민의 평균연령은 72.5살로 세계최고이다. 현재는 벼 농사 기준으로 농가당 1~3ha을 경작하지만 2020년에는 20~30ha, 2030년에는 100ha를 경작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의 농사방법으로는 불가능한 면적이다. 농사방법이 변해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서 한 농가가 넓은 농지를 관리하기 위한 농업혁신시스템은 무언인가가 연구자들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은 벼 농사의 혁신을 위한 연구활동이 노동력 해결이라는 질문의 큰 틀에서 연계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히 개별제품을 만들거나 분절적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비연속적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일본의 접근이다. 실제로 트랙터와 이앙기에 부착할 센서를 개발하여 농작업과 동시에 토양지도데이터를 구축하고 드론으로 벼의 생육상태를 정밀하게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시비기를 이용해 토양별로 투입할 비료의 양을 줄이고 콤바인으로 수율을 확인하고 다시 피드백 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마치 레고블럭처럼 연계되어 있다. 일단 다양한 곳에서 각자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한국과 레고블럭의 설계도대로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일본은 참 다른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출발시점인 지금은 두 나라가 별 격차가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큰 차이가 벌어 질 수 있다.

우리농업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에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본에 충실한 간결한 접근이 절실하다. 우리농업의 중심인 벼 농사에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하고, 시설원예, 지능축산의 완성도도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높여야 한다. 유통, 소비 영역으로는 그 후에 시장과 교감하면서 확장해도 늦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 농업기술 정책에 겉멋이 들고 조급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비농업부처의 현장 몰이해와 조급한 개입, 과도한 성과주의와 기술 만능주의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농업부처의 관료주의와 공공민간파트너십 부족도 원인 중에 있다. 네덜란드의 시설농업 혁신은 30년간 인건비의 절감과 연료비의 절감이라는 간결한 숙제로 정리되고 소통되었다. 이 기간 동안에는 현장농민부터 농업분야 최고위 관료까지 모두가 같은 숙제를 풀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농업도 숙제를 간결하게 하고 시작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선이 넓으면 전투력이 분산되어 전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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