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열풍이 거세다. 대선주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차기정부 핵심정책의 한 축으로 포함시켰고, 전 부처가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인공지능 바둑기사 알파고나 인공지능 의사 IBM 왓슨처럼, 이전기술로는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들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해묵은 난제가 산적한 농업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3차 산업혁명은 농업에서 제조업이나 IT산업으로 자원과 인력이 이동하는 ‘탈농업적’ 형태였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농업을 제조업이나 IT산업과 융합시켜서 농업혁신을 이루는 ‘친농업적’ 혁명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은 농업 생산요소의 투입은 최소화하고 산출은 최대화하는 농업 최적화의 핵심수단도 될 수 있다. 1~3차 산업혁명이 인력이나 축력에 의존해왔던 것을 기계로 대체하여 인간의 손과 발을 대신하는데 머물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생각과 판단까지도 대신해 준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농업은 어느 산업보다 인간의 지능과 지혜, 경험이 필요한데,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이런 것도 인공지능과 결합한 기계가 대체해 준다면 농업난제 해결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농업의 생산, 유통, 소비 전 분야에서 기존의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우선 농업생산의 경우 첨단센서를 장착한 농기계가 데이터를 수집하여 기후나 환경, 생육정보를 세밀하게 측정할 것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빅 데이터나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분석되고 농작업 계획을 수립하는데 활용될 것이다. 어렵고 힘든 농작업은 지능형 농기계와 로봇, 드론 등이 대신 해 줄 수 있다. 이런 모습은 먼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광활한 토지의 조방농업은 물론이고 첨단온실 위주의 집약농업에서도 이미 실현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농업유통에서도 전 세계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어 즉시 대응이 가능해 지면서 효율성이 대폭 올라갈 것이다. 농업 소비도 자동화·지능화기술을 바탕으로 개인맞춤형 식품공급과 소비시대가 올 것이다. 밀라노 엑스포에 출품된 미래형 슈퍼마켓, 지능형 냉장고, 무인 레스토랑 등 새로운 농업소비 행태도 이미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선진국들의 역사적 경험을 살펴보면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농업성장률은 제로(0)에 가까워지고 원물생산만으로는 농업을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에 농업 전후방산업을 강력하게 키우는 단계가 있다. 우리 농업이 지금 그런 시기에 있다. 우리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4차 산업기술과 농업 전후방산업을 융합하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농기계와 농자재가 되어야 한다. 농기계와 농자재는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요소기술과 맞닿아 있는 물리기계적 공정의 산물이다. 이에 비해 비료, 종자, 농약 등은 생물학적 공정의 산물이어서 바이오 혁명과 더 밀접하다. 농기계와 농자재는 국내농업을 우회 지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수출을 통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농기계는 이미 1조원 가까이 수출을 하고 있고, 농자재의 경우 세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고 앞서가고 있기에 잠재력도 충분하다. 동남아나 중국의 넓은 시장도 주변에 있다.


신기술의 등장은 기존질서의 파괴를 의미한다. 기존질서가 파괴되면 새로운 틈이 생기고, 기회는 그 틈으로부터 나온다. 택시 없는 택시회사 우버의 시가총액이 자동차 회사 BMW의 시가총액을 넘어섰고, 호텔 없는 숙박회사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이 전 세계 1위 호텔 힐튼 보다 높아졌다. 비결은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신기술의 등장으로 기존질서가 파괴되는 틈을 반전의 기회로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우리농업의 구조적 취약점과 집약농업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농업 경쟁력과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농업과 ICT를 융·복합한 스마트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농작업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기계화, 자동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국산 농기계와 농자재의 수출을 위한 새로운 계기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우리 농민도 변해야 한다. ICT 활용기술의 습득과 자기주도의 혁신 및 협력, 시장에 기반한 의사결정 등이 필요하고, 농업 전후방산업의 유기적 연결을 통한 스스로의 가치 향상노력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도 우리 농업·농촌의 우수성과 특수성을 바르게 이해하고 가치를 더욱 인정해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기술만능주의와 조급함은 경계하여 한다. 단기적 성과와 외형에만 치우치는 성급한 혁신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실이 가득하고, 농업·농촌·농민의 성장과 행복이 함께하는 따뜻한 4차 산업혁명이 우리 농업·농촌에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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