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현장서 본 트랙터 시장




유통현장에서 체감하는 올해 트랙터 시장 전망은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어둡다.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업인 구매력 하락, Tier-4엔진 장착에 따른 가격 상승, 산적한 재고물량 등 여러 악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랙터를 판매하는 대리점 대표들에게 유통 현장에서 체감하는 올해 트랙터 시장에 대한 전망과 당면과제에 대한 극복방안을 들어본다.



고장수리조차 못할정도로 농가 돈 말라…제조사들, 대리점 수수료 농협납품수준 보장해야

농촌경제 IMF때보다 어려워…가격표시, 매출부진 · 영업이익 감소 · 세금과부과 삼중고



◆ 2017년 트랙터 시장전망


△황상한 국제 경주: 국산 트랙터는 현재 샌드위치 신세다. 제품의 품질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수입제품에 밀리고, 판매가격은 농협이 유통하는 가격보다 높은 실정이다. 여기에 Tier-4엔진을 장착하면서 부득이하게 상승한 가격으로 수입농기계와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지난 설 연휴를 즈음해 만난 농업인들은 쌀값 하락의 여파로 농기계 구매력이 지난해 보다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국산 트랙터 점유비는 더욱 하락할 것이고, 대부분의 대리점은 판촉비를 크게 줄이고, 판매부진에 따른 매출손실을 수리·정비를 통해 수익창출 하는 쪽으로 고민할 것이다. 트랙터 제조사들이 매출규모를 유지하려면 대리점에도 농협에 납품하는 수준의 수수료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백항기 LS 천안: AI와 구제역 여파로 트랙터 시장은 더욱 어려워져 지난해보다 20~30%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인들은 단순히 쌀농사를 지어서 수입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축산과 원예 등의 수입으로 트랙터 구매비를 충당한다. 그런데 사상 최대 규모의 AI에 구제역까지 겹쳐 농업인들의 구매력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전염병이라는 특성상 대리점에서 농가를 방문하기도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오일이라도 들고 판매현장에서 실시간 정비를 하며 농협이나 수입산 농기계와 다른 경쟁력을 가졌는데 지금은 서비스 측면에서도 별반 차이를 가질 수 없다.








△박동준 아세아텍 상주: 트랙터 시장 축소로 인한 대리점의 출혈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예전에는 대리점들이 트랙터가 안 팔리면 그 외의 소형 기종들을 판매하며 유지비를 충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다른 농기계 시장도 어려워지면서 지역 대리점과 판매 계약을 했던 제조업체들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제품을 직판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유통시스템이 무너지고, 가격혼란이 야기되는 이유다. A/S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농업인의 피해도 우려된다. 명확한 판매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서평원 동양 논산: 지난해 매출 실적이 재작년에 비해 10% 감소했는데, 올해는 그보다도 더 줄어들 것이다. 쌀값 하락으로 농업소득이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농업인들이 트랙터를 사기 싫어서 안 사는 게 아니라 고장 난 기계를 수리조차 못할 정도로 돈이 없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생산업체는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증대시켜, 대리점에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제조사들이 시장상황에 맞게 생산량부터 적정하게 책정하는 것이 옳다.









△김준수 대동 합덕: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트랙터 매출이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업체가 생각하는 것보다 농촌경제는 훨씬 심각하게 피폐해져 IMF시절보다 더 어렵다고 보면 된다.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바닥을 찍고 농기계 매출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지만 밑도 끝도 없이 계속 추락하는 형국이다. 각 대리점마다 평균적으로 재고량이 5~10대 정도씩 쌓여있기 때문에 신규 매출에 대한 감소폭 추세가 올해 훨씬 두드러질 것이다.






◆ 농협의 농기계은행사업이 올해 시장에 미칠 영향


△백항기: 농협조차 트랙터 제고가 쌓여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해 더 크게 할인 한다면 일반 대리점의 트랙터 판매가 아예 불가능해질 것이다. 더군다나 농협이 판매해 이익을 가져가도 수리는 대리점에서 책임진다. 농협은 사후봉사를 업체에 떠넘겼고 업체는 다시 대리점에 그 책임을 전가시켰기 때문이다. 농협이 제대로 된 사후봉사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판매하는 것을 금지시킨다면 대리점에서 신규판매를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준수: 대리점에 관계를 오래 유지하던 고객마저 농협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 트랙터를 구매하러 오는 대부분의 농업인들이 농협에서 제시하는 제품 가격표를 가지고 다닌다. 그런데 같은 제품의 트랙터가 농협과 800만~1,000만원 가량 차이가 나니 대리점과 정으로 거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대리점에서 구매해왔던 농업인들이 오히려 대리점이 사기를 쳤다며 고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 가격 신뢰를 잃어 버렸다.


△황상한: 농기계를 어떻게 대리점에서 사냐는 말이 농가에 돈다. 대리점은 결국 수수료도 남지 않는 가격에 트랙터를 팔고 또 터무니없이 비싸게 중고농기계를 매입하는 ‘불량한 매출’의 비중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대리점의 경영수지는 악화되고 신규판매가 불가능한 수리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 농기계 가격표시제가 올해 시장에 미칠 영향


△서평원: 가격표시제로 농기계 거품을 줄이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시장해결책이 아니다.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공개될 경우 농협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뚜렷하게 비교되면서 등 돌리는 농업인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대리점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할인하는 건 20% 수준에 머무를 것이고 농협의 35% 할인가격과 대비될 것이다. 업체들이 먼저 대리점에 적절한 수수료를 준 뒤에 가격표시제를 시행해야 농협과 경쟁할 수 있을만한 할인이 가능해지고, 가격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준수: 농협과 수입농기계의 압박에 더해 가격표시제라는 삼중고가 더해지면 수입산 대리점으로 돌아서는 국산 대리점이 많아지고 있다. 수입업체는 처음부터 정당한 가격으로 거래가 가능하고, 품질에 대한 농업인들의 신뢰가 두터워 소비자들과 입씨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백항기: 단순히 농협과 비교하는 차원을 떠나서 인근 대리점 간에도 경쟁 대상이 되어 제살 깎아 먹기 식 가격책정을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고 있다. 업체들은 가격 표시에 대해 손을 놓고 있기 때문에 대리점들이 알아서 가격을 매겨야 하는 상황에, 농협과 인근 대리점의 가격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어느 쪽이든 대리점 경영이 악화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입기종들의 부품가격이 공개되어 정당한 사후봉사 비용이 얼마인지 추산해볼 필요는 있다.


△박동준: 가격이 표시되면 대리점이 중고농기계를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하거나 덤으로 주는 기계가 많아지는 거래추세가 많아 질 것이다. 이와 같은 과다 매출 지표는 고스란히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통해 대리점의 매출로 잡히고 결국 세금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매출 부진과 영업이익 하락, 세금 과부과라는 삼중고에 시달릴 우려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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