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ICT어드바이저 / 전 국제종합기계(주)대표
남영준 ICT어드바이저 / 전 국제종합기계(주)대표

4월 초인데 벚꽃이 지고 잎이 새파랗다. 서울은 벚꽃이 3월24일 개화해서 기상 관측한 이후 제일 빨리 피었다고 한다. 이는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생태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역대 가장 긴 장마가 덮쳤다. 긴 장마와 태풍으로 쌀 생산량이 급감하고, 사과 생산이 반 토막이 났다. 기후 변화는 겨울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겨울에는 초겨울부터 한파가 덮쳤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로 대파 재배 지역이 타격을 입으면서 대파 가격이 폭등했다. 

이상 기후는 특별한 해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제는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한 기온 상승이 아니다. 폭우와 폭설, 가뭄, 한파 등이 일상화되었다는 의미이다. 기상 전문가들의 예측으로는 앞으로 더 강한 태풍과 긴 장마에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추위가 심해지는 등 이상 기후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복이 된다고 한다. 

이상 기후에 대처하기 위해 실내에서 농사를 짓는 애그테크(Ag Tech)가 발전하고 있다. 또 이상 기후를 역으로 이용하는 농법이 일어나고 있다. 애그테크는 인공지능 등 최신 IT 기술을 농업에 도입하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거대 IT 기업들이 에그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농사도 땅에서 짓는 게 아니라 아파트처럼 수직 농업을 한다. 앱하비스트사는 미국 켄터키주에 7만7,000평의 실내온실을 만들었다. 이상 기후가 와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신선식품을 365일 생산해서 하루 만에 배달한다. 이 회사는 네델란드 주요 농업 회사 및 대학들과 협력했다.

네델란드는 크기가 남한의 40%밖에 안 되고, 그마저도 20%가 물인 작은 나라이다. 그러나 농산물 수출은 세계 2위인 나라이다. 농사의 99%가 최신 IT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일조량이 적은 환경 속에서도 유리 온실과 IT 기술을 접목하여 농사를 짓고 있다. 온실 내부에는 각종 센서가 있어 습도와 온도, 빛을 자동 조절하며, 식물의 수분과 영양 상태를 파악하여 물과 영양분을 자동 공급한다. 수확도 대부분 기계화되고 일부만 인력이 투입된다. 

우리나라도 스마트팜 도입에 적극적이다. 마켓컬리를 중심으로 하는 유통기업들이 365일 신선식품을 당일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팜이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가장 빨리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네델란드와 같은 대형 실내온실은 사회적 문제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동부팜한농과 LG가 대형 온실 건설계획을 밝혔지만, 농민 단체의 반발로 취소됐다. IT 기업과 농민, 정부가 협력하여 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밭에서 대량 재배하는 배추, 무, 대파 등을 비닐하우스로 재배하기에는 경제적이지 않다. 지난해 장마로 크게 망친 인삼도 비닐하우스로 키워서는 남는 게 없다고 한다. 사과 등 과일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비닐하우스로 포도, 사과 등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태풍으로 큰 피해를 봤다. 오히려 지구 온난화에 맞추어 농사를 바꾸어가는 농민이 있다. 

6세기경 지구의 온도가 내려가는 소빙하기가 찾아와 식량난이 일어나자 서유럽에서는 추위에 강한 보리, 귀리를 심어 극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온도가 올라가자 열대 식물 재배가 늘어나고 있다. 사과 재배 지역이 자꾸 올라가고 있는데, 사과 산지인 경북 문경에서는 사과를 포기하고, 열대 과일인 애플망고, 천혜향 등을 비닐하우스에 재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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