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상품등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유통이라 한다. 새로운 시장기회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토대이기도 하다. 특히 유통은 소비패턴의 변화를 제품생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조업체의 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 소비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상품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어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유통은 이같이 생산·소비자간 가교역할을 통해 해당분야 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중추적 기능을 하고 있다.

농기계산업에 있어서의 유통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흔히 유통은 물 흐르듯 해야 한다고 했다. 거칠 것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 흐름이 원활치 못하여 어느 한 곳이라도 막힐 경우 범람하거나 둑이 붕괴되어 엄청난 재앙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기계 유통주체는 대리점이다. 그 대리점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농기계 유통의 무력화(無力化)는 물론 나아가 농기계산업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징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상적인 물흐름에 장애요소들이 많아 이를 저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무엇보다 농기계생산업체들의 책임이 크다. 수요·공급의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은 생산과 공급으로 대리점에게 힘에 겨운 짐을 지운게 그 하나다. 비록 대리점의 종속성과 권한제한이 많다 할지라도 제조업체의 도를 넘는 갑질 또한 간과될 수 없는 행태다. 속칭 ‘밀어내기’로 대리점의 과당 출혈경쟁을 유발하고 동일지역에 제2·제3의 대리점을 개설하여 유통근간을 흔드는 사례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농협 농기계은행사업용 농기계 최저가 입찰에 참여하여 절반수준의 가격에 낙찰함으로써 대리점의 경쟁력을 송두리째 잃게 한 행위 역시 예외일수 없는 사안이다.

이러한 제반 악조건이 결국 전국 600여 대리점을 하나로 묶었다.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한 대리점들이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고 자력으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며 분연히 일어섰다. ‘전국농기계유통조합’을 출범시킨 것이다. 이들은 ‘자율적 유통질서와 서비스강화를 통한 농업인과 농기계유통인의 상생구현’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스마트농업 촉진을 위한 적기·적정 고품질 농기계 공급 △농기계유통인 사업역량 강화를 통한 자립경영능력 제고 △효율적·효과적 대농민 사후관리 강화를 달성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다는 3대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적극적인 정책개발 참여 △스마트 농업촉진 농기계 공급강화 △자율적 유통질서 확립 △A/S 역량 제고 △사업역량 강화와 확충 △대농민 교육·홍보·지원강화등 6대 발전전략을 채택하고 이를 선포했다.

조합의 비전과 전략이 매우 희망적이어서 좋다. 다만 10여년전 여의도 광장에 모여 새로운 출발을 만방에 알리고 닻을 올렸던 농기계유통협회의 태동당시 결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멸됐던 선례를 재점검하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시는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조합은 아무리 유통환경이 최악의 상황이라해도 환경 탓에 지나치게 매몰돼서는 안된다. 난국극복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우선 철저한 자기 반성부터 해야 한다. 냉철한 자기 비판을 통해 농기계유통인으로서 또한 조직으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살피고 자정노력을 하는 것이 먼저다.

특히 어떠한 경우라도 조합이 사조직화해서는 안된다. 설사 조합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조합업무를 수행할지라도 조합원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절차를 무시하는등 독주와 전횡을 해서는 조합의 정상적 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조합이 시행하고자 하는 사업을 선정할 때도 충분한 여론수렴과 사전검토를 통해 몇몇 조합임원의 사심(私心)이 작용할 여지를 제공해서도 안된다. 협동조합 기본법의 기본원칙 조항은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와 일부 조합원등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와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합이 압력단체로 비쳐져서는 안된다. ‘상생’에 운영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모든 이로부터 공감을 얻어낼 수 있고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과거 유통협회가 성공하지 못한 근본 요인을 반드시 상기해야 한다. 아울러 사업을 지나치게 전시위주로 기획하고 시행하기 보다는 내실에 주안을 두고 우선순위에 따라 차분히 추진해야 조합이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유통업계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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