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기계신문이 창간 17돌을 맞았습니다. 17성상이라는 이 긴 기간 동안 독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물심양면의 지원과 지도편달에 고개 숙여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창간당시 국내외 환경은 최악이었습니다. 창간 이태전 불거진 IMF환란으로 온 국민이 절망의 수렁에 빠져있던 참담한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순식간에 몰락하여 자취를 감추고 수많은 기업들이 부도와 경영위기에 내몰려 대량해고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근로자들이 거리로 쫓겨 났습니다. 이 같은 경제사정에 농기계산업이라고 온전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창간 한해 전에 들어선 김대중 정부가 그나마 잘 수습하여 1년 뒤 IMF관리체제에서 벗어나게 됨으로써 국가부도라는 최대위기는 모면했습니다. 이 와중에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세계를 경악케 하는 대사건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절망에 휩싸였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대반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농기계산업도 활발한 남북교류를 하게 됨으로써 활기가 넘쳤고 의욕이 극도로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이같이 롤러코스트를 타는 경기상황의 중심에서 본지가 농기계인의 대변자임을 자임하고 창간을 했습니다. 토양이 척박한 만큼 한국농기계신문이 손쉽게 착근을 할 수 있겠느냐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본지는 탄탄하게 뿌리를 내렸고 유일한 농기계분야 전문지로서의 사명에 충실하고자 오늘도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던 것은 언로에 대한 농기계인들의 열망이 무엇보다 강력했고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본지의 발전여부를 우려할 때가 아닙니다. 농기계시장 환경이 본지 창간 당시보다 더 악화됐다는 사실이 이유입니다. 변하지 않고는 농기계산업의 존립을 보장할 수 없는 기로에 섰습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설계가 절박한 상황인 것입니다. 물론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문제가 시급한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안에 발목이 잡혀 미래를 준비하는데 소홀히 한다면 농기계산업이 더 큰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농축산업은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전문분야별로 세분화·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생산성을 높여 산물을 고부가가치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ICT(정보통신기술) 접목을 통한 무인화작업이 대내외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확산을 꾀하고 있는 스마트팜도 그 하나입니다. ICT를 비닐하우스·축사·과수원 등에 접목하여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하는 것입니다. 이의 경제적효과는 생산량 25%, 상품출현율 12%를 향상하는 동시 노동비는 9.5% 절감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농촌노동력 부족에 의해 농업경쟁력이 약화된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더 적극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농기계 무인화에 올인 한 모양새입니다. 농기계사용은 단계적으로 무인화 하여 2018년에는 가동농기계의 3분의 2를 무인농기계로 대체하고 2020년에 무인농기계 전면 실용화를 하겠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구상입니다. 심지어 농지와 농지간 연결도로를 무인농기계가 원활하게 주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도로교통법까지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 상당비중의 농기계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구보다와 얀마도 이에 보조를 맞춰 무인농기계 개발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구보다의 경우 GPS(위성위치확인 시스템) 등을 통해 위치데이터·차체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차체의 최적위치·방향 등을 산출하는 자동주행 농기계를 2018년 제품화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얀마 역시 지난해말 자동주행이 가능한 트랙터를 개발하고 2~3년내 시장에 선을 보인다는 계획입니다. 이밖에도 여러 기업들이 무인헬기·드론 등의 개발과 더불어 정밀농업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리도 이같은 조류를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IT강국입니다. 못할 것이 없다고 봅니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강력한 추진동력입니다. 개별기업이 각자도생 수준의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앞선 자를 따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줄곧 주창해왔던 농기계산업 발전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산·학·관·연이 지혜를 모아 기획하고 실행한다면 그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IMF사태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금모으기에 앞 다퉈 동참했던 때와 같은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반드시 금 이상의 찬란한 빛을 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본지도 이에 적극 동참할 것을 감히 약속드립니다. 농축산인, 농기계인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