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키로 한 농기계 제조원가보고서 제출제도의 순탄한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농기계생산업체가 지속적으로 권장소비자가격을 고율인상하고 덤핑판매를 일상화하고 있어 가격거품으로 인한 불신과 유통시장교란이 행해짐으로써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우선 신뢰성있는 제조원가보고서 작성기관 3곳을 신규지정하고 7월부터 정부지원대상 농기계로 새로이 지정을 원하거나 가격인상이 필요한 농기계에 대해서는 작성기관으로부터 원가보고서를 발급받아 제출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시행 며칠을 남겨둔 상황에서 외국산 농기계판매업체들이 강력히 저항을 하고 있다. 제조원가보고서 작성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들이 대부분 기업경영상 보안을 유지해야 할 비밀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외국 농기계생산업체들이 요구자료 공개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이 제조업체가 자료제공을 거부할 경우 수입품 판매업체들은 모든 제품에 대해 정부지원 농기계로의 지정이 불가능해져 사실상 농기계의 국내영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불합리한 제도의 시행을 멈추고 제도자체를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것이 수입업체들의 입장이다.
제조원가보고서 작성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는 대상제품 도면을 비롯하여 재무상태표·손익계산서·제조원가/용역원가 계산서 등 최근 회계연도 결산자료와 회사조직도, 생산/수입 전제품 생산실적·판매실적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얼핏 봐도 보안유지가 철저히 요구되는 성격의 자료가 없지 않다. 특히 국내에 농기계를 공급하고 있는 외국 농기계 메이커들은 세계굴지의 기업들이다. 세계적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들인 것이다. 이들이 자사 자료의 국내 공개가 곧 ‘세계 공개’라는 공식을 이입할 경우 자료 공개를 거부할 공산이 적지 않다. 보안성과 비밀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앞서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또 있다. 국내 농기계생산업체의 절대다수가 소기업 규모다. 제조원가보고서 작성기관이 요구하는 자료의 작성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중소기업 모델을 별도로 설정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3일 현재 7월 1일자 정부지원대상 농기계 신규모델 등록 신청건수가 30여 건으로 3/4분기 통상 350여 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원가조사보고서가 첨부돼 신청한 건수는 달랑 1건에 불과하다. 제출자료 작성능력 부족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제도는 시행하되 일률적이던 수수료를 농기계가격에 따라 조정했듯이 부문별로 엄정한 분석을 통해 보완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각 개선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시행에 다소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농기계의 가격 투명성 제고를 반드시 실천하고 건전유통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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