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축산의 힘 "소시지 가정에서 만들어 보세요"
성필남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농업연구사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는 일부 부위에 편중돼 있다. 삼겹살과 목심의 가격은 지나치게 높고, 저지방 부위들은 소비침체로 가격이 하락해 선호부위 가격상승의 요인이 된다. 결국 이러한 가격상승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등심·안심·뒷다리 등 저지방 부위는 지방함량이 낮아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돼지고기 소비 형태인 구이요리에 맞지 않는다. 이러한 저지방 부위는 가공제품 형태로 소비해야 하고, 지금도 대부분 가공제품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단가 이하로 거래되고 있는데, 그 원인은 가공제품 소비량의 정체로 저지방 부위의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돼지고기의 부위별 균형소비는 가공제품을 통한 저지방 부위의 부가가치 향상과 가공제품 소비향상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삼겹살, 목심 이외의 부위를 원료로 사용하는 육가공품 소비를 늘리기 위해 가정에서 누구나 쉽게 소시지를 만들 수 있도록 소형 기구를 개발했다.



△ 위생적이고 이용 쉬운 가정용 소형기기 개발

소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기구가 필요하다. 그 중 꼭 필요한 것이 양념한 고기를 소시지 껍질인 케이싱에 넣을 때 사용하는 ‘충전기’이며, 다른 하나는 소시지를 익힐 때 사용하는 온도조절 기능을 가진 가스레인지용 ‘행거형 찜기’이다. 가정용 소형기기는 바로 이 두 가지를 가정이나 소비자 체험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크기와 용량을 작게 만들었다.

1kg 정도의 최소 고기혼합물로도 소시지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했다. 먼저 충전기는 수동형으로 고기혼합물을 위생팩에 넣어 사용하는 방법으로 기구에 고기혼합물이 직접 닿지 않아 위생적이고, 사용 후에도 고기혼합물이 닿는 앞쪽 봉만 세척하도록 돼 있어 관리가 편리하다. 무게와 크기를 줄여 쉽게 이동할 수 있고, 1회 최대 1kg의 소시지를 만들 수 있다. 소시지를 익힐 때 사용하는 찜통은 내부에 소시지를 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물에 삶을 경우 영양성분 추출이 우려되고, 채반에 올려놓게 되면 닿는 면의 케이싱 색이 변하게 되어 모양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소시지를 너무 높은 온도에서 익히면 고기 속의 수분과 지방이 빠져나와 퍽퍽해지기도 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형기기 찜통 내부에는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온도계를 장착했다. 이번 기구개발은 시작기구를 제작하고 다시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 기호에 따라 향신료, 천연첨가제 조절 가능해

가정에서 간단하게 소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기 혼합물, 염지제, 향신료, 1회용 위생팩, 분쇄기 등이 필요하다. 돼지 뒷다리고기는 표면지방과 근막을 제거하여 적당량의 등지방과 분쇄기에 넣어 갈아서 1회용 위생 팩에 담는다. 분쇄된 고기에 미리 칭량해 둔 천연첨가제(소금, 설탕, 후추, 허브, 마늘, 양파)와 향신료를 넣어 잘 섞어준다. 기호에 따라 천연첨가제량은 조절할 수 있으며, 치즈나 견과류 등도 함께 넣어 제조할 수 있다. 고기혼합물을 냉장고에 하루 정도 두었다가 사용하면 품질이 더 좋아진다.

통은 충전기에 장착시키고, 노즐에 케이싱을 끼워 한쪽 끝을 묶어준다. 물레를 돌려 고기혼합물을 케이싱 내부로 밀어 넣는다. 이렇게 만든 소시지는 10cm 정도 길이로 묶어서 모양을 잡은 후 찜기에 걸어 준다. 뚜껑을 닫고, 찜기 내부온도를 75∼80℃로 유지시켜 약 30분간 가열하면 된다. 가열시간은 소시지 굵기에 따라 조절해야하는데, 굵을수록 오래 가열해야 한다.

△ 6차산업화 소재로도 활용 기대

이 소형 육가공 기기를 활용하면 가정이나 체험농장에서 육제품을 직접 제조할 수 있으며, 소비자 대상 체험과정도 운영할 수 있다. 나아가, 육가공 기술을 대중화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육제품 소비를 촉진해 돼지고기 부위별 균형소비라는 궁극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