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제28대 이사장에 김신길(주)아세아텍 대표가 선임됐다. 이로써 최초로 3인의 후보가 출마하여 각축을 벌였던 2주간의 열전이 막을 내렸다. 특히 이번 선거는 후보 모두가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하여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숙된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높이 평가할만 하다. 흔히 선거하면 중상모략이나 흑색선전의 난무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크고 작은 선거에서 그러한 추태를 너무나 많이 보아 왔고 무뎌질만큼 익숙해져서일 것이다. 이같은 행태는 결코 자익(自益)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상대 후보에 생채기만 안겨주고 심한 경우 앙숙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후보자들은 추호도 이런 비열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던 것이다.

물론 선거운동기간동안 알게 모르게 마음 상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설혹 그같은 일이 있었다 치더라도 마음에 담아 둘 일은 못된다. 훌훌 털어내야 한다. 선거는 선거고 경쟁은 경쟁이다. 어차피 경쟁이 끝나고 나면 승자와 패자구도는 형성된다. 경쟁관계가 종결되는 순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이를 받아 들여야 한다. 패자는 승자에 대해 진심어린 축하를 통해 힘을 실어주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격려를 함으로써 행여 쌓였을지 모를 응어리를 풀어주는 아량을 베푸는 것이 진정한 도리다. 그래서 모두 하루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처럼 하나로 뭉쳐야 한다. 내부결속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구원(舊怨)은 결속의 최대 적이다. 씻어내는 시간이 짧을수록 좋다.

김신길호(號)는 이제 막 돛을 올리고 힘찬 항해를 시작했다. 4년 가까이 남은 긴 항로에 어떤 장애가 도사리고 있을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순풍은 이미 없다. 강력한 회오리를 만날 수도 있고 거센 풍랑이나 암초와도 맞닥칠 수 있다. 물론 순항을 가로막는 악조건이라해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항해술이 출중한 선장의 예리한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따른다면 능히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선장 혼자의 힘만으로는 그 한계를 넘기 어렵다. 선장이 제아무리 뛰어난 리더십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내부 결속력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구성원들이 사분오열,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선장의 고군분투도 빛을 발하지 못하고 무용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결만이 최상의 처방이 되는 것이다.그래도 힘에 부치다면 SOS를 쳐야 한다.

구조요청 대상은 농기계산업이 상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정부 관계부처와 학계·연구기관등 외곽세력이다. 김이사장은 선거공약에서 ‘세계화 전략위원회’를 운영하고 업종별 산·학·관·연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략위원회는 조합원·학계·연구기관·관계 원로 및 해외전문가로 구성하고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서는 업종별 전문위원제를 통해 매출신장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외부세력 규합의 좋은 예다. 그러나 규합만 있고 가치창출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약 선거과정의 앙금으로 내부분열이 심화되고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다면 외부지원세력은 아예 등을 돌릴게 뻔하다. 내부결집조차 되지 않는 집단에 지원과 협력을 해봐야 좋은 결과물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기계산업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지금 이 순간 회생가능한 처방을 내놓지 못할 경우 끝내 좌초할 수 있다는 사실도 실감하고 있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그런데 농기계산업에는 위기만 있고 기회는 없었다. 언어유희에 농락당하는 느낌이다. 김신길호 출범을 계기로 진정한 의미의 기회창출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극약처방과 같은 임기응변으로 땜질을 해서는 기회에서 얻는 감미로움을 맛볼 수 없다.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의 실천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중지를 모을 때다. 조합원의 대동단결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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