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기계신문이 창간 16주년을 맞았습니다. 깊은 사랑으로 끊임없이 보살펴 주신 농축산인과 농기계인 모두에게 충심으로 감사드리며 모든 가정에 늘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온 국민을 비통의 도가니로 내 몰았던 지난해의 세월호 대참사로 인한 아픔이 가까스로 진정국면에 들어가는가 싶었는데 올해 뜬금없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강타함으로써 또다시 국민들에게 시름을 안겨 줬습니다. 메르스 역시 수많은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으며 감염자는 물론 가족등 주변인과 의사·간호사등 의료진이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소비둔화에 따른 내수침체와 더불어 수출경기까지 얼어붙어 극심한 경제적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 정도가 얼마나 깊었으면 혹자는 IMF때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며 탄식을 쏟아 냈겠습니까. 농기계시장도 이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인적교류가 차단되다시피 했으니 거래기대는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악재가 없었다면 과연 농기계시장이 호황을 누렸을까 한번쯤 돌아 볼 일입니다. 누구도 흔쾌히 ‘그렇다’라는 답을 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농기계시장 침체가 수년간 이어 오는데도 농기계업계가 아무런 자구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앞선 수입산 농기계의 내수시장 잠식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그대로 방치해 뒀고 입만 열면 거대자본 농협 때문에 농기계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한탄만 했습니다. 결국 남 탓만 일삼았지 스스로 해법을 찾으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최근 경제사회의 화두는 혁신입니다. 농기계산업도 혁신에 명운을 걸어야 합니다. 사즉생(死卽生)의 의지로 필사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경영혁신·기술혁신·기업문화혁신을 이뤄내야 하겠지만 구석구석 혁신요소 모두를 대상으로 환골탈태를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됩니다. 예컨대 가칭 농기계산업혁신위원회를 두고 혁신사업의 내실과 효율극대화를 위해 전문가들로 자문기구까지 구성하여 운영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이로써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혁신안을 채택하고 이를 토대로 위원회가 세부계획을 수립하여 행동에 옮기는 것입니다. 아울러 다양한 캠페인 등을 통해 전 산업의 혁신분위기를 조성하고 동참을 유도해야 합니다. 단기간 내의 전면혁신은 불가능 한 만큼 이를 일종의 정신운동으로 승화시켜 지속성을 유지토록 해야 합니다.

혁신대상은 가장 관심도가 높은 분야부터 선정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농기계시장에서 중추적이고 핵심적 기능을 하고 있는 유통주체, 즉 대리점의 오랜 병폐인 과당출혈경쟁을 완전 추방하는 것입니다. 물론 쉽고 간단히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이해당사자가 난마처럼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종합형업체는 생산규모를 적정화하여 과다생산을 자제하고 밀어내기식 물량배정을 차단해야 합니다. 또한 종합형업체와 대리점간 갑을관계의 합리성도 보장돼야 합니다. 특히 과당경쟁심화의 절대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농협의 최저가 입찰이나 할인판매등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정부등 외곽세력을 설득하여 개선되도록 총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아울러 대리점의 중고농기계 고가매입을 근절하는데도 힘을 모아야 합니다.

또한 농기계의 기술수준을 향상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매너리즘에 빠져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문제도 기술경쟁력 못지않습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의 제3국 생산농기계는 이미 국내산 농기계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완제품에서 수입산에 밀리고 부품의 절대량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터에 가격경쟁력마저 잃는다면 국산농기계는 설 땅이 없습니다.
혁신이 남의 일 같고 멀어 보이지만 달리 대안이 없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죽기 살기로 매달린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혁신은 최고의 원가경쟁력, 최고의 수익창출 수단입니다. 독자제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