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산업의 구조조정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특히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당사 기업들은 심심하면 ‘구조조정이냐’ 할 수 있다. 심심해서가 아니라 절실해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농기계산업은 금융위기 때 11개 구조조정 대상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유보된 업종이다. 자율에 맡겨진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 긴 세월동안 농기계산업은 탈 구조조정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정부의존적 경영방식이 불러 온 병폐일 수도 있다. 농기계산업 초기 정부주도의 농기계 국산화계획이 수립되면서 5개 종합형 농기계생산업체와 11개 전문형 농기계생산업체가 지정되고 국산화촉진을 위한 파격적인 제반지원정책이 시행되면서 온실 속 경영은 시작됐다. 더불어 70년대말 농업기계화촉진법 제정을 계기로 농기계보급이 활기를 띨 시기에는 경운기 등 생산하는 농기계 모두가 인수증만 넘기면 에누리 없이 현찰로 되돌아옴으로써 특별한 마케팅 전략조차도 필요 없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만난다. 게다가 상대적 약자인 농업인의 농기계구입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장기 저리자금을 여유있게 지원함으로써 농기계구입 애로요인을 완전 제거했다. 심지어 한 때는 정부가 농기계의 반값 공급을 시행하여 농업인들의 경제적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주기도 했다. 물론 이 제도시행으로 중복구입 등 시장교란양상이 빚어지는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생산업체로서는 그 이상의 호황을 구가할 수 없을 만큼 수익창출의 절정기를 맞았던 것이다.
그랬던 농기계업계가 이제는 지리멸렬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업계 스스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무사안일주의에 젖어있었던 탓이다. 따라서 금융위기 때 구조조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고질화를 초래했고 정부의존적 환경을 조성함에 따라 오늘에 안주하게 한 당사자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물리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농기계산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토록 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당장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농기계산업의 존립을 기대할 수 없다. 이를 단순히 농기계산업의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만에 하나 농기계 주권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게 됐을 때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전 국민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당장 농업경영환경이 취약해져 국민 식생활이 보다 많은 지출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머뭇거려서도 안 되고 또 그럴 시간도 없다. 국내 농기계시장은 빠른 속도로 외국산 농기계에 잠식당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시장점유율 76.8%이던 트랙터의 경우 2013년 45.3%로 무려 31.5% 포인트 감소했다. 엔진 40%를 포함해서다. 콤바인은 같은 기간 86%에서 21.9%로 대폭 줄어들었고 50.6%이던 승용이앙기는 엔진 40.7%, 수입산 59.3%로 국내산은 아예 공급량이 없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작으나마 내수시장을 유지할수 있는 기간은 불과 몇 년밖에 안 된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의 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따라서 현재의 종합형업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기종별 전문화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 아울러 농림축산식품부 뿐 아니라 유관부처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범정부적 R&D지원시스템을 갖춰 연구개발에 총력을 경주토록 해야 한다. 수출산업화도 당연히 연계시키는 것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반드시 정부가 메스를 들고 곪은 부위를 도려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