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새로운 화두는 아니지만 최근 농기계산업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농기계산업을 회생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구심체가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앞에 쌓인 난제는 산더미다. 그러나 이 난제를 풀어 줄 희망의 빛은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과연 농기계산업이 생명줄을 이어가기나 할 수 있을지 두려움만 앞설 뿐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아 생명의 끈을 놓아버릴 수는 없다.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농기계생산이 과잉상태여서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면 과감한 구조조정도 불사해야 한다. 농기계은행사업이 과당경쟁을 부추겨 유통기반을 붕괴시킬 소지가 있다면 동원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여 이를 개선해야 한다. 선·후진국 사이에 끼어 수출이 활력을 잃고 내수시장이 외국산농기계에 지속적으로 잠식당한다면 이를 차단할 수 있도록 강력한 경쟁력 강화책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새삼스러운 문제제기가 아니란 건 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다. 어떤 행정조직이든 독자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 부처간·부서간 업무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고 상호 유기적인 협조 필요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관 정책추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강력한 대외교섭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도의 문제는 있지만 조직의 격이 갖춰져야 하고 적정수준의 파워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킴으로써 사안별로 합의조정을 할 수 있고 얻고자 하는 것을 취할 수 있다. 때문에 싱크탱크와 언론 역까지를 포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농기계분야에서 컨트롤타워라 불릴 수 있는 조직이라야 중앙정부의 일개 계(係)가 전부다. 고작 몇 명의 직원이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당해부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성격이나 양에 비춰 그릇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비록 농기계산업 규모가 타 산업과 비교해 소위 껌값(?)에 지나지 않을 만큼 작을지언정 산업적 차원에서 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농기계업무를 관장하는 것이 옳다. 자동차나 전기·전자등은 모두 산자부의 독립된 과(課) 단위에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농기계만 농림축산식품부로 떨어져 나와 의붓자식 노릇을 하고 있다. 이는 1차산업인 농업과의 밀접한 연관성 때문에 농업발전을 선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농업의 중요성이 그토록 요구된다면 대국대과(大局大課)라는 정부조직개편 원칙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최소한 종래의 농업기계과 정도는 계속 존치했어야 했다.

우리는 큰 틀에서의 컨트롤타워가 없어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예컨대 국내 유일의 농업기계 연구메카인 농업공학연구소가 2008년 농촌진흥청의 대대적인 조직개편 단행과정에서 국립농업과학원으로 흡수통합 되어 농업공학부로 전환됐다. 기구가 축소되고 정원수도 대폭 줄었다. 우리는 이처럼 농공연이 이질적인 생물중심의 농과원에 흡수되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후속조치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설립되고 농공연소관의 농업기계 시험·검정기능을 넘겨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사업규모가 450억 원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 ‘IT융합 차세대 농기계 종합기술지원사업’을 엉뚱하게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전라북도에 선점 당한 바도 있다. 당시 지식경제부의 국정과제 채택을 통해 벌인 이같은 사업을 우리가 수행하지 못했던 것은 이를 기획하고 추진할 싱크탱크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이 이 사업으로 내수의존형 농기계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여 2014년에는 농기계산업 세계 4위, 수출 15억 달러, 무역흑자 10억 달러 달성이라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지만 목표에 근접하지 못한 점 역시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싱크탱크 기능까지를 포괄할 컨트롤타워 필요성은 분명해졌고 공감을 할 수 있다. 남은 문제는 조직의 규모 ·성격·기능 등을 규정하는 일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닌 만큼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산·학·관·연이 뜻을 모아 충분한 여론수렴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추진기구 부터 결성하는 것이 순서일 듯싶다. 차제에 가칭 ‘농기계 경쟁력강화 위원회’를 명칭으로 제안한다. 아울러 농식품부장관 직속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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