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농업 가치사슬은 ‘농업 후방산업→원물생산→농업 전방산업’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후방산업은 비료, 종자, 농약, 농기계, 농자재의 5대 투입재 분야이고, 전방산업은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 소재 등이다. 원물생산은 말 그대로 농업현장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영역으로 농민의 고유 영역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농업 가치사슬에서 이 세 부분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 다시 말해 돈 버는 능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원물생산 분야는 고부가영역에서 저부가영역이 되었고 반대로 농업 전·후방산업은 고부가영역으로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이다. 50년 전만해도 자기 논 1정보(3,000평)를 소유하면 4인 가족이 보통의 생활을 영위하는데 충분했지만, 지금은 그 시절보다 대여섯 배 이상으로 생산규모를 확대해야 겨우 도시근로자의 소득 수준이 될 정도로 원물생산의 부가가치가 하락해 있다. 각국 정부가 농업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장 큰 이유도 선진국 경제가 될수록 원물생산의 부가가치가 구조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혁명은 농업 전·후방산업 중에서도 농업 후방산업을 돈 되는 산업으로 빠르게 변모시키고 있다. 산업화 시대, 지식경제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칠수록 더 정밀한 농기계, 첨단 농업 소프트웨어, 농업 데이터웨어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웨어가 결합된 최첨단 농업 솔루션이 개발되었고 전 세계 농업현장에서 아주 비싼 가격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는 농업 후방산업을 키우고 원물생산 영역과 연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농업 후방기술을 키우는 핵심 키워드는 기술간 융합과 산업간 융합이다. 기술간 융합이란 기존의 농업기술에 IT와 BT를 결합시키는 것이고, 산업간 융합은 일차 생산을 위한 농업에 제조업, 서비스산업을 결합하여 농업의 장치산업화와 디지털산업화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미래 융합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연구개발)-통상(수출산업화)-농정(농업지원)의 포괄적 접근이 중요하다.

기술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농기자재의 연구개발을 위한 국내외 테스트베드를 확충하는 것이다. 국내외 테스트베드에서는 거점마다 일정 면적의 토지를 확보하고 필요시설을 갖추어서 연구개발, 제품전시, 농민교육, 판매의 복합장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해외테스트베드에서는 농기계를 비롯하여 농자재, 종자, 비료, 농약 등 우리나라에서 수출할 수 있는 농업 투입재를 한 번에 취급할 수 있고, 농기계 수출의 가장 큰 어려움인 AS 체계도 해외테스트베드를 통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통상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구매조건부 ODA와 연계하여 초기 시장을 키워 주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 농기계산업을 키운 원동력은 홋카이도에 미국식 농업을 할 수 있는 거대한 농기자재 시장이 생겼던 것과 일본정부가 ODA 사업과 연결해서 동남아 국가의 ODA 사업에서 일본산 농기계를 구매해 준 것이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후방농업을 육성하면서 후방농업이 다시 국내 농업생산을 우회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농업지원을 위한 농기자재 보조사업을 적절히 결합하여 우리 농민의 첨단 농기자재 접근성을 높여주어야 한다. 농기자재 업체의 대형화를 위한 M&A(기업인수·합병) 펀드 운영도 고민할 만하다. 고만고만한 농자재업체가 몇 백 개인 현재의 생태계로는 좋은 농자재회사가 나올 수 없다. 실제 산업부에는 군소업체 밀집 산업에서 기업 대형화를 위해 펀드에 의한 M&A를 종종 유도한다. 농업분야에서도 농협이나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가지고 있는 펀드로 이런 접근을 시도해 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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