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칼럼

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본부장
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본부장

벌써 2020 경자년이 시작된 지도 1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14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스마트팜 표준화 분야도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 그간 상호호환이 가능한 한국형 스마트팜 기자재를 만들자는 구호 아래 많은 표준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성과에 대해 적지 않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아쉬움이 생긴 이유는 일단 표준만 만들어진다면 스마트팜이 내재한 현재의 모든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표준을 준용하지 못하는 기존의 제품은 보급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스마트팜 기자재 표준화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느낀 필자는 과거 수년간 참여하였던 스마트팜 표준화 과정을 곱씹던 중, 어릴 적 KS 마크가 없는 연필은 불량 연필이라고 인식했던 것과는 달리 얼마 전 구매한 유명 연필에는 KS 마크가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이 놀라움으로 다가온 이유는 표준을 강제인증제도와 동일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표준이란 자동차 배출가스나 인체 유해성 물질을 강제하기 위한 강제인증제도와는 달리 사용자들의 편익을 위해 이해 당사자 간 상호 동의로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것이다. 덕분에 상호호환이 가능한 기자재 생산을 통하여 국내 관련 산업체의 선택과 집중을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한 규모의 경제와 해외 진출을 위한 기술 초석이 될 것이라는 스마트팜 기자재 표준화에 대한 필자의 믿음이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하지만 표준화를 위한 방법론에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스마트팜 기자재 표준화를 위한 방법으로 다음 다섯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스마트팜 표준화 대상에 대한 인식을 정비해야겠다. 모든 스마트팜 기자재에 대해 획일적인 표준화보다는 제품의 고유 특성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함이 인정되는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 관련 기관 간에 분리된 고유 역할 정립을 통해 스마트팜 표준화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고 혼선을 방지해야 한다. 표준 제정, 제품 구현, 시험인증, 기술 확산 기능이 분리되어 상호 협력해야만 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표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산업체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표준의 부족한 면만 강조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체들은 표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부족한 부분을 관련 공청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 정부의 유연한 표준 지원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표준화에 대한 강력한 정부의 의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표준화를 추진하는 진행 방법에 있어서 국내 스마트팜 산업체들의 어려움을 파악하여 단계적인 표준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보급사업을 주요 매출원으로 하는 현재의 스마트팜 생태계가 건강해질 필요가 있다. 즉 농가가 자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스마트팜 기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스마트팜 기자재에 대한 객관적인 신뢰도를 높이고 농가의 수익이 증대한다는 객관적인 사례가 필요하다. 자발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말로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필자는 농가가 자부담으로 스마트팜 기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생산에 도움이 되는 표준을 만들 수 있는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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