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김신길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처음부터 간단하기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국내 농기계 산업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었고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의미에서 진행했다” 김신길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핵심사업으로 진행 중인 수출지원사업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농기계 융자지원 한도액 하향 조정폭 최소화, 농기계 생산비축자금 무상환 재대출 등의 업적을 이뤘다. 이는 새로운 도전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운영을 펼쳐온 김 이사장의 마인드가 뒷받침됐다.
새로운 도전으로 첫해를 마무리하고 이제는 변화와 혁신으로 농기계 산업을 이끌어갈 김신길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이성열 발행인이 만났다.

새로운 도전에서 변화와 혁신으로

본지 발행인
우리나라 농기계와 농자재 산업은 이제 세계 수준으로 성장했다. 특히 스마트팜은 정부의 지속적인 개발 노력으로 네덜란드 수준까지 올라와 세계시장에 한국형 스마트팜을 선보인다. 하지만 아직 하나의 포인트가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농기계 산업의 비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이사장 
한국의 토털농업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묶어서 산업화하는 것이 아직 부족하다. 조합은 수출추진본부를 신설해 해외 농기자재 전용공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앞선 기술을 현지에서 조립해 현지에 맞는 기계를 공급하면 제2의 대한민국과 같은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세계시장은 아직 틈새시장이 많이 남아있다. 일본 구보다가 태국에 진출한 것과 같은 형태로 한 기업이 하나의 국가에 진출하기에는 아직 여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는 협업을 통해 이를 이뤄야 한다. 로터리, 쟁기, 방제기 등이 함께 한 단지에 들어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본지 발행인
조합은 지난해 ‘새로운 도전’이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그간 정부 지원 대상 농기계 융자지원 한도액이 대폭 감액된 상황에서 하향 조정폭을 최소화했다. 특히 농기계 생산비축자금을 재대출할 경우 대출금액의 10~20% 이상을 상환해야 했던 것을 자금 상환 없이 100% 재대출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이 같은 성과를 나타낸 저력은 새로운 도전이라는 정신으로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의 계획은 어떤가.

김 이사장 
올해 핵심목표는 ‘변화와 혁신’이다.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시장 개방압력, 최저임금 인상 등 올해도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 따라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선제 대응하고 우리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조합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막중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조합은 ‘Now is the time to try something new’(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우리나라 농기계·자재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자 한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제구포신의 자세로 변화에 앞서 대응하고 혁신동력 강화를 위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이로써 농기계·자재 산업이 강력한 경쟁력 갖추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해외 수출 사업

미래 위한 첫발

본지 발행인
최근 업계는 해마다 거듭된 어려움에 고통받고 있다. 보조금은 매년 줄어들고 내수시장은 포화상태에서 무분별한 카피 제품의 유입과 이로 인한 진흙탕 싸움 등이 전 산업에서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이 진행하는 수출사업에 기대가 크다. 조합은 현재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각국 정부 관계자와의 수차례 면담을 통해 해외공단 부지확보, 각종 세금 혜택 등 우리 업계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이사장 
각 국가의 농업부 장관을 만나 우리의 의견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공장 부지를 비롯, 전력비, 인건비뿐만 아니라 생산 후 수입규제, 생산제품 보조금 문제, 보건 문제 등 30여가지 조건이 포함돼있다. 각 정부에서 해당 조건을 충족하면 유리한 조건에서 빠른 시장진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우리나라 1970년대 초반 산업 형태를 보인다. 따라서 생산공장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부품을 조립하는 조립형 공장으로 마련하려 한다. 이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국내에서 생산한 부품을 현지로 보내기에 국내 부품산업이 활성화된다. 부품산업의 활성화는 부품 단가와 동시에 제품 가격도 낮출 수 있어 결국 농민에게 큰 이득이 된다.
또 빠른 현지화가 가능하다. 한 기업의 단일 제품 공급은 지속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한 공단에 다양한 농기계가 함께 현지화를 이뤄 공급한다면 지속성이 증가하고 제품 신뢰도가 향상될 것이다.

본지 발행인
이런 방식은 세계 어디서도 보지 못한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하나의 공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처를 거쳐 오랜 시간이 걸린 후에 진행된다. 우리보다 산업과 행정 능력이 떨어지는 국가들이기에 더 어려움이 크다고 생각된다.

김 이사장 
각국의 농업부나 지자체 등에서 우리의 시스템을 환영하고 바로 진행해 줄 것을 원했다. 특히 필리핀은 대통령이 직접 좋은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서 간 빠른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그들의 산업이 우리나라의 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듯 행정도 그 시간대에 머물러 있다.
즉, 부서 간 대화와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농업부에서 빠른 추진을 원해도 재정부 등이 뒤를 못 받쳐주는 실정이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업이다. 필리핀 등의 국가는 행정력이 약해 어려움이 많지만, 베트남은 해외기업을 유치한 실적이 있어 신속한 성과가 나타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본지 발행인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임기 내에 이뤄지기 힘든 사업이라 계획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협회장이나 조합장은 임기 내에 성과를 얻기 위해 단기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장기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는 경우는 드물다. 수출사업은 임기 내에 성과가 불투명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핵심사업으로 추진한 저력이 궁금하다.
   
김 이사장 
처음부터 간단하기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국내 농기계 산업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었고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의미에서 진행했다.
초기 사업을 설명한 후 이사회에서도 많은 의견이 오갔다. 이 사업은 성공할 수도, 혹은 실패할 수도, 또 언제 실적이 나타날지 미지수다. 국가 간의 계약이고 우리보다 행정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더 신중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 해당 국가에서 연락이 오면 이를 기반으로 모든 회원사를 대상으로 해외 사업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와 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 외에 공동 식당, 공동 병원 등 해외사업에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인프라를 함께 구축할 방침이다. 
또 공동 전시장도 함께 구축해 매일 시연과 교육을 병행할 것이다. 정년퇴직한 교관 인력을 활용해 교육을 진행한다면 교육 효과와 실버 취업 효과 등 다양한 성과를 한번에 얻을 수 있다.

KIEMSTA 성공

전시인프라가 관건

본지 발행인
해외 수출을 원하는 기업들의 건의사항은 해외전시를 위한 지원이 많이 이뤄지는 것이다. 또 국내 전시회도 세계 유수의 전시회 못지않도록 성장하길 원한다. 최근 중국의 성장이 돋보인다. 과거 10여년 전에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중국 전시회는 놀람 그 자체였다.

김 이사장 
농기계 산업의 수출활성화는 사실 가장 큰 숙제다. 해외에 나가 전시회에 참여하고 바이어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내 전시회의 규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농기자재 전시회를 규모를 갖추고 진행해야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0여개 농기계 업체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실내 전시회가 없다. 국내에서 가장 크게 진행하는 키엠스타도 야외 천막을 활용해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본지 발행인
우리의 농기계 기술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전시장 시스템은 중국에 못미친다. 이는 농기계 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선박 등 대형 산업을 해외에 소개할 전시장이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 산업에 큰 걸림돌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규모가 있는 전시장인 킨텍스나 벡스코도 북과 남쪽에 위치해 접근상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들 규모를 합한 전시장이 대한민국 중심인 천안이나 대전에 마련돼야 한다.

김 이사장 
같은 문제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이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하노버는 독일 중북부에 있는 도시지만, 전시회를 통해 지역이 운영된다. 연간 개최되는 다양한 전시회와 이를 방문한 사람들이 소비하는 호텔, 식당, 쇼핑몰 등이 운영된다.
이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전시장 도입이 시급하다. 전시장은 대형기기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바이어가 국내에 대거 방문한다면 국내 기업의 수출활로도 크게 확대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