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밭작물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주산지 일관기계화사업이 내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농기계임대사업을 ‘집행 부진사업’으로 분류하면서 예산이 큰 폭 삭감돼 브레이크가 걸렸다.

국고와 지방비 각각 50% 지원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농기계 임대사업은 올해 임대사업소 설치에 120억원, 주산지 일관기계화에 220억원, 여성친화형 농기계에 30억원, 노후농기계 대체에 50억원의 국고를 지원했다. 내년에는 이 사업이 ‘집행 부진사업’이라는 올가미에 걸리게 돼 핵심사업인 주산지 일관기계화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 부문 내년 예산이 375억2,500만원으로 올해 435억원 대비 무려 13.7%인 59억7,500만원이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공·사를 불문하고 자금운용의 효율화를 위해 완급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맞다. 그러나 밭작물기계화에 관한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실 인식이 부족한 점도 마뜩잖다. 농업, 특히 재배업에서 밭작물(채소) 생산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밭작물의 생산비 증가율 또한 날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주도의 논 타작물 재배확대로 밭작물 재배면적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필수 대응요소인 기계화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것이다.

지난해 농업생산액을 10년전과 비교해보면 채소의 성장세가 단연 두드러진다. 지난해 농업생산액은 50조510억원으로 2008년 42조7,810억원에 비해 17% 증가했으며 재배업 전체로는 같은 기간 30조2,700억원으로 29조1,880억원 대비 3.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식량작물의  경우 10조7,310억원으로 11조 1,490억원보다 3.7% 줄어든 반면 채소는 11조5,290억원으로 9조6,230억원 대비 19.8%나 증가했다. 특히 채소는 생산액이 매년 11조원대로 큰 변동이 없었으나 식량작물은 최근 5~6년간 8조원 안팎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생산비의 경우 기계화가 완성된 논벼는 10a당 지난해 79만,6,416원으로 10년전인 2008년 62만9,677원보다 26.5% 늘어나는데 그쳤다. 대신 대표 밭작물인 마늘은 지난 10년 동안 106.4%, 양파는 125.2%, 고추는 111.7%에 달하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같이 밭작물의 생산비중이 커지고 재배여건의 취약으로 생산비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에 밭작물 재배확대에 적잖은 투자를 한다. 쌀 산업 개편과 밭작물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550억원을 투입하여 2만ha를 대상으로 ha당 380만원씩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을 벌인다. 아울러 쌀중심 지원을 밭작물까지 확대하여 다변화하고 타작물 재배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기존의 논을 밭작물 재배단지로 전환하도록 농기계, 시설·장비, 판로·소득안정 등을 종합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2년까지 50ha 이상 규모의 단지 400개소를 조성하는 한편 식량작물 공동경영체엔 222억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축농지를 포함한 집단화된 논을 밭작물 재배가 가능한 범용농지로 조성하기 위해 2억원 들여 용수·배수 정비사업도 벌인다. 특히 103억원을 들여 밭작물 공동경영체를 육성하고 375억원을 투입하여 기계화지원을 하는 등 경쟁력 강화와 작목전환을 유도키로 했다.

앞의 통계에서 보듯 생산비상승율이 높다는 것은 기계화 미흡 등 재배환경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며 타작물 재배확대는 또 다른 밭작물 농기계의 수요확대를 대변하는 것이다. 주산지 일관기계화와 같은 핵심사업을 본래의 추진방향으로 반드시 되돌려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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