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칼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이주량 칼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세계에서 가장 혁신에 능하다는 네덜란드 농업의 혁신목표를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의외로 단순하다. 1960년대 이후 30여년 동안은 인건비 절감이 혁신의 핵심 목표였고, 1990년 이후 지금까지는 에너지 비용 절감이 주된 목표였다. 농지대통합(land consolidation) 프로젝트부터 시설원예 단지구축, 글로벌 물류체인 확립, 지열과 삼중히트펌트 등 크고 작은 혁신의 아이템들이 모두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절감의 큰 우산 아래에서 추진되었다. 그랬던 네덜란드가 이제 혁신의 목표로 순환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농업의 생산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일체의 투입재는 최소로 절감하겠다는 것이 네덜란드 정부의 최근 목표인데, 우리 눈높이에서는 이미 훌륭한 순환 시스템을 가진 네덜란드가 마지막 한방울까지 순환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도 최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역자원기반 경축순환농업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자연환경을 돌아보지 못했던 우리의 영농·사육방식을 반성하고, 농업과 축산, 지역과 환경이 함께 공존하는 방안에 대한 농업계 내외부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듯해 매우 긍정적이다. 지역기반 경축순환이란 농업부산물을 농업생산 내부에서 다시 활용함으로써 농업 환경 및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 내 농축산업간 연계를 높여 지역 순환구조를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축순환농업의 핵심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화학비료 대신 국내산 양분을 우선 사용하고 환경이 허용하는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하는 토양양분관리제의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가축분뇨자원의 원료로 하여 경종농가의 양분이나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현재 농업생산 방식은 농민과 국민 모두에게 지속가능하지 않다. 

화학비료 중심의 고투입 농법과 경축순환농업의 미정착으로 인하여 토양, 용수, 경관이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우리 농민은 생산주의 농업 하에서 끝없는 가격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착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경축순환농업은 우리 농업의 이러한 구조적 약점을 풀어갈 수 있는 유용한 입구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장점이 있고, 생산 이외에 농촌·환경·생태·문화보전·지역과 에너지 연계라는 농업으로부터의 유발되는 수많은 외부효과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외부효과의 수혜는 결국 우리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비록 우리가 네덜란드 수준의 순환 시스템 구축에 도달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경축순환 농업의 정착과 농업 외부효과의 극대화는 미래 우리 농업의 굳건한 디딤목이 될 것이고, 지금은 이를 위한 전 국민적인 노력이 시작되어야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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