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취재부장
김영태 취재부장

매 홀 수해 11월이면 농기계분야에 몸담고 있는 세계 전문가들이 독일 하노버 ‘아그리테크니카 박람회’에 집결한다. 글로벌 농기계 제조사의 총수부터 마케팅실무자는 물론, 해외 각지를 누비는 수많은 농기계 전문유통인(딜러), 각 국 정책입안자, 학계·연구소, 농업인까지 입장권을 구매한 45만명이 최신의 농기계와 기술트렌드를 체험한다. 또 박람회 기간 동안 각 전시부스에서는 수많은 미팅과 협상이 펼쳐져 내년도 사업물량확보를 위한 치열한 두뇌싸움이 계속된다. 

이번 ‘아그리테크니카 2019’에는 2,819개의 농기계 제조사가 참여했다. 존디어, 아그코그룹, 클라스, 뉴홀랜드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제조사는 물론 스리랑카에서는 1곳의 출품업체를 배출하기도 했다. 개최지인 독일서 1,069개 사가 출품했고, 그 밖의 나라에서 1,750개의 제조사가 세계최대 농기계 비즈니스 무대에 명함을 내밀었다. 독일에 이어 농기계산업이 발달한 이탈리아에서 370개 업체가 출품한 것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이어 중국이 163개 업체로 뒤를 이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중국은 농업강국인 네덜란드(113개사). 프랑스(100개사) 보다 더 많은 출품업체를 배출했다. 물론 참여업체 수만으로 그 나라의 농업 및 농기계산업을 논할 순 없다. 하지만 중국 농기계제조사의 ‘거침없는 도전’이 마냥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5개사에 불과한 우리의 국가별 출품업체 리스트가 더욱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그렇다고 중국 농기계제조사의 전시품이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거나 혁신적인 기술을 뽐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그리테크니카’라는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 무대를 조금씩 장악하는 모양새다. 높은 부스 임차비와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개별 출품업체가 감당할 수준이 분명 아니다.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자금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있기에 세계 농기계시장을 활보 할 ‘왕 서방’의 성장이 빛의 속도만큼 빠른 것이다. 

세계 농기계 시장규모는 2017년 1,285억 달러에서 2027년에는 2,060억 달러로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우리는 지난해 사상 첫 농기계수출 연간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더 이상 우리 정부는 기업에게 곡갱이와 삽만 쥐어주면서 나가 싸우라고 등 떠밀어서는 안 된다. 당장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인 해외박람회에 더 많은 기업이 참여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예산지원부터 대폭 늘려야 한다. 작은 투자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의 희생양이 돼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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