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몇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끝내 결과물을 이끌어 내지 못함으로써 용두사미 행정의 표본이라는 오명을 남긴 바 있는 ‘농업기계 등록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민간에 맡김으로써 재시동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도입 필요성은 꾸준히 대두돼 왔지만 농업인들에 불편과 등록비등 경제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새로운 행정수요 유발등이 수반된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일본·유럽연합·미국·호주등 선진국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 농업기계 등록제가 최초로 공식 논의된 것은 2006년이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의원시절 등록제도 도입관련 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 했던 박흥수 당시 농림부장관이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임으로써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년 농업기계학회로 하여금 농업기계화 촉진법 개정법률(안)을 마련케 하고 등록제 도입에 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토록 했었다. 아울러 유관부처인 당시 건설교통부를 비롯하여 경찰청등과 실질적 협의도 진행했다. 당국이 이듬해 도별 1~2개 시군을 대상으로 등록제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했던만큼 차질없이 추진됐다면 오래전에 이 제도는 완전 정착됐을 것이다.

 추진을 꾀했던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16년의 일이다. 정부는 제8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서울대에 맡겼고 용역보고서는 농작업안전과 농기계 관리방안의 일환으로 △농기계 등록과 속도제한 △폐기제도 △면허와 정기검사 △보험제도등 분야별로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사업목적에서부터 문제점과 필요성, 제안내용과 기대효과, 필요예산에서 추진일정에 이르기까지 소상히 적시하고 관련법령의 법제화 방향도 명시했다. 이같은 보고서를 받고도 어찌된 일인지 정부는 흐지부지 덮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이같은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된다. 새로운 용역보고서에 참신한 정책대안이 담겨지기를 바라지만 지향하는 바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농식품부가 독자적으로 농기계 등록제를 도입하고 시행할 수 있는 사안은 물론 아니다. 자동차·원동기나 건설기계에 준해 등록업무를 추진할 경우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해야 할 것이며 등록세·취득세등을 면제 받으려면 세정당국과의 조율도 필요하다. 농업기계의 폐기절차를 제도화하려면 환경부와도 조정이 있어야 한다. 배기가스 배출기준 초과여부에 따른 판정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책임보험 가입과 면세유제도 연계등에 있어서도 유관부처와의 조정이 필요한 부문이다. 특히 사업확충에 따른 예산확보를 위해 당국의 설득이 요구된다. 쉬운 사업이 아님을 인정한다. 그러나 농업기계 역사를 새로 쓰는 중차대한 일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감내하지 않으면 안된다.

 농기계의 도로주행 증가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매년 400~5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교통안전공단 통계에 나타난 최근 5년간 농업기계 교통사고 치사율이 16.8%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2.2%보다 무려 8배나 높다고 한다. 이들 사고가 특히 고령층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동차와 같이 재산권 보호막인 보험혜택을 볼 수 없어 농업인의 생명과 재산권 방호는 무방비상태다.

 농업기계 등록제와 같은 제도 도입이 되지 않고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야기되는 재산상 손실과 인명, 경제적 피해를 방어할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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