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칼럼

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본부
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본부

스마트팜은 그 자체에 대한 기술개발만으로도 중요하지만 빅데이터·인공지능·로봇기술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융합을 통해 농업을 단순히 1차 산업이 아니라 식품제조, 신선유통, 안전먹거리 제공 등을 포함하는 복합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타 분야 기술과 융합을 위한 연결고리가 바로 ‘표준’이다. 

스마트팜 표준은 그 목적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스마트팜 기자재 간 상호 호환과 데이터의 상호연동을 위한 표준 분야이다. 이는 타 제조사에서 만든 스마트팜 기자재와의 호환성을 꾀하여, 제조사들에 ‘선택과 집중’을 가능하게 하여 기업 경쟁력을 고취하고, 이종 기자재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수집을 쉽게 하여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등 과학영농을 꾀하고자 함이다. 두 번째는 스마트팜 기자재의 성능과 내구성을 정의하고 시험하는 표준 분야이다. 

하지만 스마트팜 표준화가 나아가는 길이 꼭 평탄하지만은 않다. 우선 표준화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이다. 최근 스마트팜 표준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됨에 따라 관련 표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 표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직 5년이 안 된다. 스마트팜 표준화에 대한 전반적인 구도나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루어졌다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기간이다. 좀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두 번째로 표준화 확산 시기에 대한 산업체들의 우려이다. 이미 완성된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표준일 경우 후발주자는 그 표준에 따라 제품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해당 표준의 구현을 위한 오픈소스나 표준의 안정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이상 표준 기반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무리이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표준의 무리한 확산은 기업체의 부담을 크게 가중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스마트팜 표준화에 대한 명확한 업무 분할이다. 국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슬로건 아래 국내 관련 전문가들이 협력해 알기 쉬운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또 표준에 따라 만든 제품들을 약속된 방법에 따라 시험하고 그 시험 성적서를 발급하는 것 또한 표준을 만드는 것만큼 매우 중요하다. 그 이후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시험 성적서에 따라 제품에 인증 마크를 주는 업무도 매우 중요하다. 표준제정, 제품시험, 제품인증 기관 간의 상호 견제·균형을 유지가 필요하다. 

많은 수의 표준들은 표준특허를 기반으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최근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IoT, 인공지능, 5G 등의 최첨단 기술과 융합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제 스마트팜 표준화는 산 중턱을 넘어선 단계이다. 자칫 지치기 쉬울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노력해 우리나라가 농업 기술과 기자재기술로 세계 스마트팜 시장을 제패하는 그날이 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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