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규격의 수확기 등 내년부터 종합검정 받아야
업계 “시간·비용 부담 커”, 정부 “품질향상·농민보호”

 

농기계 검정제도가 시행규칙에서 고시로 운영하도록 법령이 개정됨에 따라 오는 2020년 1월1일부터는 변경된 ‘농업기계 검정기준’이 적용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이번 검정기준 고시 시행을 계기로 수요자가 보다쉽게 검정 받을 수 있도록 검정기준 구성 및 검정기준 구체화 등에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농기계 업계는 검정의 객관성 확보 및 농기계 품질향상 유도를 이유로 이번에 종합검정과 안전검정 대상 기종이 확대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같은 기종이지만 다양한 규격으로 제조해야 하는 작업기의 경우 개별 모델별로 종합검정을 받으려면 영세규모의 업체로서는 비용과 시간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번 검정기준 개정에 따라 종합검정으로 편입된 ‘수확기’의 경우 땅속작물의 특성상 시험 시기 및 시험 포장 한계, 평가 기준 모호성 등 종합검정 대상 기종으로 적합하지 않는다는 반론마저 거세다. 

대표적인 예가 자유화 기종이었다가 내년 1월1일부터는 종합검정 대상으로 분류된 ‘농업용트랙터용수확기’ 및 ‘동력수확기’이다. 농업용트랙터용수확기 및 동력수확기는 땅속의 농작물을 수확하는 데 쓰이는 대표적 장비다. 다만 재배 표준화가 이뤄진 수도작용 농기계와 달리 땅속작물수확기 등 밭작물용 농기계는 지역별 재배양식, 작물 종류에 따라 다양한 규격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같은 제조사가 만드는 수확기도 굴취폭에 따라 모델명을 다르게 해 정부지원대상목록집에 등재하고 있는데, 개별제품을 일일이 종합검정을 받아야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 되고 만다는 지적이다. 또 땅속작물은 작물별, 기후별, 토질별로 작업기의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천차만별이다. 최상의 시험조건에서 이뤄지는 1회성 종합검정 평가가 과연 실제 농가가 해당 기계를 사용할 때 항상 같은 기계작업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농기계의 ‘작업 성능’ 평가에 초점 맞추고 있는 ‘종합검정’의 무용론마저 거론될 정도다. 농기계 구매지원(융자지원)사업 대상 기종의 적절성 여부는 현행 ‘안전검정’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품질향상 유도’를 이유로 정부가 지나친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를 고수하면 업계의 자발적인 기술개발 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기계제조사 관계자는 “농가에 따라 ‘작업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굴취율은 좀 낮아도 나는 값싼 기계를 쓰고 싶다’, 또 다른 이는 ‘기계값은 비싸더라도 굴취율, 손상율, 작업능률이 최상인 제품을 사겠다’라며 요구사항이 제각각”이라며 “현행 검정제도가 종합검정, 안전검정만 통과할 수준의 고만고만한 제품만 양산하는 풍토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관계자는 “농기계 구입자금을 지원받는 농기계는 적정한 성능과 품질을 갖춰 농업인의 영농활동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품질불량 농기계 공급, 검정규정 위반, 사후관리 소홀, 농업인 피해 및 위법사항 등을 계속 점검해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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