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및 지방정부의 절대적 투자지원으로 육성되고 있는 식량작물공동(들녘)경영체가 국산 농기계를 외면하고 고가의 수입산 농기계 위주로 구입하고 있어 국내 농기계대리점의 원성이 자자하다. 

정부는 식량작물공동(들녘)경영체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교육·컨설팅 지원, 시설·장비 지원, 사업다각화 지원사업등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시설·장비 지원사업은 논 타 작물 확대재배, 밭 식량작물 기반조성등 식량작물 전반에 걸친 생산·유통여건 개선을 위해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공동영농작업 효율성제고에 필요한 파종기·방제기·수확기등 생산과정에 필요한 농기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의 사업기간은 1~2년이며 지원한도는 2억원으로 총 3회까지 지원하되 선정·평가결과에 따라 1억~5억원 범위안에서 차등 지원한다. 올해 사업비는 모두 135억원으로 국고 67억5,000만원(전체의 50%), 지방비 54억원(40%) 등 90%가 보조이며 나머지 10%인 13억5,000만원이 자부담이다. 이는 전년 50억원 대비 무려 170%나 증액된 투자비다.

이 자부담이 혹이다. 통상의 자부담은 농기계를 융자지원으로 구입할 때 일시에 내는 돈이다. 빚을 뺀 일시불인 것이다. 그런데 들녘경영체에서의 자부담은 빚이 전혀 없다. 달랑 10%만 부담하면 고가장비든 외국산이든 구입여부는 오로지 내맘이다. 물론 제도적으로 어떤 제약조건도 없다. 그러나 국내 대리점들의 절규에 가까운 이 불만의 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부담하는 사업예산이 통째로 국민의 혈세라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아주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국산 고가장비를 구입하기 전에 국산장비구입과 관련하여 한번쯤은 고민을 했어야 했다. 

국내 대리점들의 원성이 그 자체로 불만에 그칠 일이 아니다. 국내 농기계시장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산농기계의 시장잠식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때문에 대리점들은 농기계 한 대를 팔기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 지속되는 한 국내 농기계산업의 괴멸이 멀지 않을 수 있다. 이같은 불행을 자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돈 들어가지 않는다고 무조건 외국산만 선호하는 행태는 반드시 지양돼야 하는 것이다.   

역지사지로 농업인의 입장도 살필 필요가 있다. 젊은이든 나이든 이든 영농에 종사하는 한 농기계의 중요성을 느끼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농기계를 구입하려면 먼저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농기계를 사서 농사를 지을 경우 농기계를 이용하지 않을 때보다 인건비를 이에 걸맞게 절감할 수 있을까, 과연 농기계구입에 투자한 만큼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제고하여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증대할 수 있을까, 내심 손익관계를 저울질 할 것이다. 

그 결과 이익이 손해를 능가한다는 판단이 섰다고 해도 선뜻 농기계구입 결정을 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첫째 농가경제사정상 값비싼 농기계구입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고, 둘째 농업경영주의 고령화로 자동화·첨단화하고 있는 농업기계조작을 언제까지 원활하게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한 몫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녘경영체도 농업인 결성체가 아닌가? 

최소한 식량작물공동(들녘)경영체 육성사업에서만큼은 농촌에서 회자되고 있는 농촌·농가지원자금이 ‘눈먼 돈’이라는 오명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시설·장비지원에 있어 국산이 외국산에 비해 성능이 다소 뒤지더라도 기술적 차가 크지 않은 만큼 가급적 국산이용을 권장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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