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일본의 반도체 부품과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로 우리 경제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입 규제가 농산물과 농기계 등 농업계까지 확산될 경우를 대비하여 농업부처와 관련업계는 예상되는 파장과 시나리오를 점검하기 시작했고, 이번 기회를 우리 농업의 시장다변화와 국산화 향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농업 산물의 시장다변화가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전 세계가 글로벌 분업체계로 묶인 오늘날에 막연히 모든 것을 국산화할 수도 없기에 어디에 힘을 써야 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오늘날 세계교역의 이론적 토대는 경제학자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이다. 비교우위론은 국가 간 교역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재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리카르도는 영국과 포루투칼이 포도주와 옷감을 모두 만드는 것보다 각자가 비교우위에 있는 하나의 재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포르투칼은 포도주 생산에 전념하고 잉글랜드는 옷감만 생산한다면 양 국가 모두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극히 합당한 주장이지만 문제는 이런 분업체계가 지속될 경우 고부가 재화를 생산하는 국가가 훨씬 큰 이익을 가져가게 되고 시간이 갈수록 양 국가 간 협상력에 큰 차이가 생긴다는 것에 함정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농기계 분업구조도 앞의 사례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 있다. 농기계 산업에서 한일간의 관계는 일본은 엔진에 강점을 두어 왔고 한국은 차체 위주의 성장 전략을 지속해 오면서 분업체계의 균형점이 일본위주로 자리 잡았고 더 나아가 한국의 차체 경쟁력 우위가 일본보다 그다지 앞서지 않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농민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일본산 농기계를 한국 농기계 보다 선호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 농기계를 수입할 때 한국 차체에 일본산 엔진을 탑재한 완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동남아에 수출하는 한국 농기계 중에는 일본산 엔진으로 인허가를 받은 제품이 많아서 일본이 엔진수출을 중단하면 한국산 농기계의 동남아 수출도 멈춰야 하는 상항이다.

해법은 이번 기회에 경각심을 가지고 우리 농기계 산업도 한시바삐 엔진 국산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가 협력하여 수출용 농기계 엔진의 핵심부품 부터 국산화하는 R&D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호환성 테스트, 성능 테스트, 현지테스트 등을 위한 재원도 마련하고, 개발엔진의 수출국가 인증비용 등에 대해서도 국가차원의 지원을 위해서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과 브랜드를 가지게 된 것은 1991년 국산 알파엔진을 개발하여 자동차 엔진 독립선언을 한 때부터이다. 그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엔진을 국산화 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래 농업에서 농기계의 가능성은 무한하고 그 핵심은 엔진이다. 엔진의 국산화 없이는 우리 농기계 산업의 미래도 없음을 우리 모두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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