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농기구 품질관리는 1949년 한미원조협정 체결로 설립된 경제협조처(ECA)가 중앙농업기술원에 농기구 품질 감정을 의뢰하고, 1952년 농림부가 국고 지원 공급하는 농기구를 검사 받도록 한 것이 검사의 효시이다.

1950년대까지는 대장간이나 철공소에서 만든 인·축력 농기구를 사용하였으며, 이 농기구는 제작자의 주관적인 관능검사로 품질관리가 이루어졌다.

1960년대 들어와 동력 농기계가 일부 사용되고, 정부가 지원 공급하는 농기계가 늘어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농기구 검사기준과 방법 등을 고시하고 1967년에는 농기구검사 전담과를 만들어 위탁에 의한 농기구 검사를 받도록 하고, 정부는 국정검사에 합격한 농기구를 지원 공급하는 형태로 농기구의 객관적인 품질관리가 시작되었다. 

이 당시 국가기관의 농기구 검사는 기본검사와 출하 전 검사로 완제품 2대를 공시품으로 제출토록 하여 1대는 성능, 구조, 내구성, 조작의 난이도 등을 시험 평가하여 일정기준에 따라 합부를 판정했다. 또 공시품 1대는 검사기관이 보유하고 있으면서 제조업자가 생산출하 할 때 기본검사에 합격한 공시품의 성적과 같은 지를 전수 또는 샘플 발취로 출하전 검사를 실시하였다.
1970년대 들어와 농업기계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1978년 농업기계화촉진법을 제정하고, 농업기계화 사업촉진에 적합한 농기계는 보급기종으로 고시하여 국정검사를 받도록 의무화하여 형식검사, 출하전 검사, 사후검사를 실시하는 형태로 정부가 농기계 품질관리를 주도하였다.

1994년 정부의 규제완화와 글로벌 정책에 따라 농기계 의무검사를 신청검사로 전환하면서 검사를 검정으로 바꾸고, 출하전 검사는 생산 업체의 자체검사로 대체 하는 등 업체 중심의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정부는 시험평가 위주로 농기계 품질관리 체계를 전환해 가던 중 2012년 의원입법으로 농업기계화촉진법을 개정하여 주요 농기계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검정을 받도록 의무화하여 현재까지 정부의 검정 방법 및 기준 위주로 농기계 품질관리가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기계의 국가 검정은 정부 지원 대상 농기계 선정,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등록, OECD 표준 시험코드 검정에 의한 수출촉진 등 정부 정책지원과 농기계 수출촉진에 기여하고 있지만  문제는 국산과 외국산 농기계 모두 국가 검정에 합격을 받았는데 내수시장에 외국산 농기계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1980년대부터 막대한 자금과 기술을 투자하여 정부가 개발을 촉진한 이앙기, 콤바인, 트랙터 등 토종농기계다. 지난해 국내 농기계 판매 실적을 보면 외국산이 승용이앙기는 63.8%, 콤바인 46.1%, 트랙터 29.2 %이고, 밭작물 기계화에 주력하고 있는 이식기는 74%가 외국 농기계이다. 사실상 내수시장이 테스트베드가 되지 않는다면 수출이 어렵다. 그리고 외국산 농기계가 50%를 넘으면 생산업체의 존립이 어렵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수요자가 외국산 농기계를 선호하는 이유는 외국산 농기계는 초기 고장이 적고, 조작의 편이성과 쾌적성, 내구성이 좋고 가격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국산 농기계는 전장계통, 각종 센서의 고장과 오일 누유가 많으며, 자동화, 수리 부품의 교체의 편이성과 진동, 소음 등 쾌적성이 낮다고 한다. 그리고 이앙기의 경우는 묘 탑재대 이송부와 식부장치의 캠축 등 각 접촉부가, 콤바인은 예취날, 끌어올림 및 반송장치, 벨트류 등의 고장이 많다는 것이다. 

농기계의 국가 검정 내용을 보면 구조, 규격, 성능, 조작의 난이도, 안전성 중심으로 시험 평가하여 일반적인 기준으로 합부를 판정하고 있다. 국산 농기계의 문제가 되는 고장의 빈도, 내구성, 쾌적성 등은 검정 대상에서 소외되어 있으며 기술발전이 급변하는데 합부판정 기준은 수년간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도 국내업체는 생산 농기계가 국가 검정에 합격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토종 농기계의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과 개발 투자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체의 농기계 검정 방법과 기준을 개정 보완하려면 형식과 절차가 복잡하여 현실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기술 발전과 농업환경이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더욱 괴리가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업체는 생산 농기계 품질향상과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생산자금 등의 지원을 품질향상과 R&D에 주력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원 방안을 강구하여 생산업체가 경쟁적으로 농기계 품질을 향상하도록 유도하고 제도적으로 업체 중심의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농기계 검정은 주요부품의 내구성, 자동화, 쾌적성 평가 등을 보완하고, 첨단 농기계에 대한 검정체제를 구축하며, 단순한 합부 판정 보다는 설계·제조 공정상의 품질 고도화에 초점을 맞춘 시험평가 위주로 농기계 품질관리 체계를 전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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