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시범사업이 보급사업화 · · · 시장교란 요인 지목
연구과제로 개발된 농기계 무상제공 · · · 차별화 초래

사실상 동일한 농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농기계관련 정부사업이 여러 기관에서 각기 다른 지원조건으로 추진됨에 따라 사업실효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농기계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를 위해 ‘농기계임대사업’과 ‘주산지일관기계화사업’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임대사업 및 주산지일관기계화사업은 올해 총 680억원(국고 50%, 지방비 50%)의 사업비를 들여 지자체(시·군 농업기술센터)서 임대용농기계를 구비하고, 희망농가를 대상으로 일정한 임대료를 받아 단기 또는 장기로 임대농기계를 빌려주고 있다. 중앙정부는 특히 밭농사 기계화율이 낮은 파종·정식·수확용 농기계를 시·군에서 임대용농기계로 우선 구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사업비를 대폭 확대한 ‘주산지일관기계화사업’은 장기임대 형태로 운영되는데, 사업대상 농가는 2억원의 농기계를 6년 동안, 7,000만원의 임대료(구입비의 35%)를 지불하고 이용하는 조건이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올해 ‘감자 생산 전과정 기계화 기술 시범’, ‘마늘·양파 전과정 기계화 신기술 시범’ 등을 통해 연구과제로 개발한 기술의 시범보급에 나서고 있다. 농진청의 시범사업은 국비 50%, 지방비 50%의 사업비로 추진되는데 지원대상은 △기계화 및 단지화가 가능한 주산단지의 농업법인, 작목반, 연구회, 들녘경영체 등이다. 농진청 시범사업은 연구과제로 개발된 농기계를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사업대상자인 농가는 별도의 임대료나 기계구입부담 없이 해당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A 농업기술센터 농기계담당자는 “관내에 기계화가 적합한 규모의 농지를 확보하고 또 기계화마인드를 갖춘 농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한정돼 있다”며 “결국 동일한 농가를 대상으로 농진청 시범사업은 무상, 논타작물재배지원 농기계는 사업비의 15% 내외 자부담, 주산지일관기계화 장기임대는 사업비의 35% 자부담 등 지원조건이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감자파종기 수요가 연간 50대 내외인데 올해 농진청 시범사업으로만 최대 24대가 보급될 예정”이라며 “농진청 시범사업이 농가에는 사실상 농기계 무상보급사업으로 인식됨에 따라 오히려 제값주고 장비를 구비하는 농가를 역차별 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꼬집는다.  

학계 관계자는 “임대사업, 시범사업, 논타작물재배 등 정부의 다양한 농기계관련 사업은 결국 노동력과 생산비 절감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며 “다만 농기계사업을 총괄·운영할 중앙부처 컨트롤타워가 없음에 따라 각 기관과 담당부서의 단기목적 달성을 위한 주먹구구식 사업추진이 이 같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농업 선진국은 농기계분야를 대표적 후방산업으로 분류해 자국의 농기계산업 경쟁력강화를 통한 농업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며 “연구개발, 신기술보급 등 중장기 정책플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행정력을 집중할 수 있는 책임있는 부처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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