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환 칼럼
전남대학교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농업생산무인자동화연구센터 센터장

이경환 전남대학교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농업생산무인자동화연구센터 센터장

4차 산업혁명시대 진입과 함께 모든 산업분야는 지능정보기술과 로봇에 기반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농업에 있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이에 따른 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농업 선진국들은 농업생산에 관여하는 모든 주체와 대상체를 클라우드 서버에 연결하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농업생산을 수행할 수 지능형 노지 커넥티드 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능형 노지 커넥티드 팜은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농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신산업으로 변화시키고, 공급자 중심의 농산업을 소비자 중심의 수요 능동형 산업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 농업생산 방식의 틀을 깨고 새로운 농업생산 플랫폼을 조성하여 소비자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플랜트화하여 글로벌 수출 농업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국내 노지 농업으로서는 커네티드 팜이 기술 개발의 지향점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능형 노지 커넥티드 팜은 국내 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ICT,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드론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향후 집중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선도적인 글로벌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커넥티드 팜 기술 개발의 핵심은 각 요소 기술을 연결하고 통합하여 구성한 플랫폼이 다양한 농업 환경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스스로 학습하면서 농업생산의 고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외부인자에 대응하여 오랜 기간 동안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시범단지 조성이 필수이다. 과연 현재의 국내 농업생산 인프라는 이러한 커넥티드 팜을 도입할 수 있을 만큼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가? 그렇지 않다.

현재의 논, 밭, 과수의 노지농업 농경지는 인력 농업이나 기계화 농업을 위해서 구성된 것으로서 미래 드론과 로봇 기반의 자동화·무인화 농업생산을 위해서는 규모와 형태가 적절하지 않다. 관배수 시설은 물 소비를 줄이면서도 작물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농경지에는 드론과 로봇이 고정밀도의 농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센서와 통신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좁고 경사진 농로 및 농경지 진입로, 다수의 전신주는 드론과 로봇 운용에 있어서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국내 농경지에 지능형 커넥티드 팜을 도입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범단지 조성에 있어서 미래형 농경지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향후 10년은 국내 농업 발전을 위한 도전과 기회의 시기가 될 것이다. ICT,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농업생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농업의 신산업화를 이룬다면 농업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나아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식량안보라는 명목에 갇혀 또다시 보호 산업으로 전략하고 말 것이다. 국내 농업이 지능형 노지 커넥티드 팜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이를 위해 첨단 농경지 인프라가 갖추어진 시범단지 조성이 필수이다. 시간이 없다.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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