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글로벌사업팀 선임연구원

심훈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글로벌사업팀 선임연구원
심훈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글로벌사업팀 선임연구원

지난해 우리나라 농기계 수출액은 정확히 10억 4,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00년 농기계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한 후 18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기쁜 일이다. 그러나 한 꺼풀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 이면에 조금은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전체 농기계 수출액의 55.6%인 5억8,000만 달러가 미국에 집중되어 있으며, 수출품목에서도 트랙터 수출이 5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등 조금은 우려스러운 기형적인 구조다. 

세계 농기계 시장전망을 살펴보면 2024년 약 2,56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시장규모가 이렇게 급격히 성장하는 상황에서 농기계 수출에 대한 시장 다변화 및 품목 다양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향후 우리 농기계 수출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처럼 조금 우울한 전망을 극복하고 글로벌 농기계 시장에서의 국산 농기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2가지 부분에 우선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기본적으로 국내 작업기를 포함한 모든 농기계들은 국내 농업을 기반으로 연구 및 시험되고 생산된다. 그러나 해외에 수출하려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농업환경이나 농업기술 그리고 기후조건이 우리와는 매우 다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현지화는 기후나 농업환경이 우리나라와 다른 해외에서 우리 농기계가 동일한 성능을 내기 위한 필수과정이다. 또 국가마다 다른 농법은 우리 농기계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이기에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 및 개선을 위한 현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몇 년 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추진한 중국 테스트베드 사업에 참여한 작업기 사례다. 밭농사의 경우 우리는 이랑형태로 농사를 짓지만, 중국은 전통적으로 고랑형태로 농사를 짓는다. 그래서 국산 파종기를 비롯한 수확기는 작업환경이 우리와 달라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였다. 이를 정확히 인지한 참여업체에서는 중국 현지의 고랑형태에 적합하게 성능을 개선하여 중국수출에 성공한 경우가 있었다. 

두 번째는 패키지화 전략이다. 우리나라 작업기를 비롯한 소형 농기계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규모로 개별적인 해외진출 시 거래처 발굴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또 수출에 대한 전문 인력이나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해외시장에 진출해 있는 대형 농기계 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한 패키지화 전략인 것이다.
대형 농기계 기업들은 그동안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해 왔으나,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트랙터에 부착하는 작업기나 소형 농기계와의 패키지화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한 대형 농기계 기업에서는 작업기 기업들과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기존 대형 기업의 글로벌 유통망에 국내 작업기기를 패키지화한 거래를 제안하여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글로벌 농기계산업은 그 변화속도가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 속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변화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방법 뿐 이다.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순간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현지화나 패키지화 전략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만간 글로벌 농기계 수출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한국산 농기계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