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일 칼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 위원장·농학박사

남상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 위원장 · 농학박사
남상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 위원장 · 농학박사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연구개발을 게을리 할 수 없는 나라이다.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부존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며 인구수는 1억 명에 훨씬 모자라고 분단국가라는 치명적 문제는 지속적으로 국방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성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필수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연구개발의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서든지 국가적으로 연구개발체계가 잘 갖춰지고 각 부문에서 나름대로의 전략적 판단과 적합한 문화를 유지하며 각 부문 간의 협력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의 성과물이 나오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기초적 단계, 기반적 단계, 응용 단계, 개발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거의 모든 연구개발은 필연적으로 이런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 기초적 단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 실효성이 입증되면 그 기술의 속성을 분석하여 가장 기반이 되는 분야에 대하여 기술 정보와 자료에 대해 표준적 체계를 확립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확립된 기술적 기반을 활용하여 응용 분야에 적용해 현실적 가능성을 확인한다. 또한 이에 병행해 고객의 속성과 시장의 경쟁관계를 분석하여 제품 출시를 위한 제반 목표를 분명히 하게 된다. 대개의 연구개발은 이런 단계 또는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만약에 이상과 같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의 각 단계 가운데에서 어느 한 부문이 취약하든지 또는 각 단계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역할과 현실적 한계를 착각하고 무모한 생각을 하게 된다면 전체적인 연구개발의 효율이 낮아지고, 연구개발의 성과물은 나오지 않으며 화려한 수사만으로 가득한 보고와 언론 플레이가 만연하게 된다.

농업기계 분야는 학문적으로 공학과 농생물학의 응용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초적 학문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지만 현실과 시장에 기반 한 아이디어의 발상이 긴요하다. 따라서 농기계 분야의 국가 연구개발체계에서 기초적 단계와 기반적 단계에서 자신들의 접근 방향을 설정할 때 농업과 공업 분야의 경제, 사회, 환경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차별성과 타당성을 성립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연구개발 단계의 필연적 구분과 각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문화와 소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산업계가 담당하는 응용과 개발 연구 단계에서는 효율을 높이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이라는 수순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지만 기초적 단계와 기반적 단계에서는 현실적이고 전략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것은 농기계 분야의 역사적 경험 축적의 부족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와 산업은 새로운 혁신으로 새로운 꿈과 시도가 도처에서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꿈과 시도는 고립된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새로운 꿈과 시도는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 있다. 인간이 쌓아 왔던 모든 지식들은 인공지능과 5G 시대가 도래하며 새로운 사회와 경제를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들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형태로 그려지게 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그 가운데에 새로운 고객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시장은 새로운 고객가치를 인식하는 순간 기꺼이 대금을 지불하고 새로운 경제를 창출하는 것이다.  

농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사회적 가치가 인정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도처에서 시도되고 있다. 농업기계 분야는 농업 분야의 새로운 고객가치를 구현해주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기계 분야에서는 새로운 고객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때에 비로소 새로운 차별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며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고립된 사고의 틀에서 그렇고 그런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2류의 그늘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을지도 모른다. 부디 우리나라의 농업이 발전하고 농업기계산업이 세계 1류가 되는 그 날을 그리며 초여름 밤의 상념으로 소쩍새 우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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