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스마트팜개발과장

김상철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개발과 과장
김상철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개발과 과장

2019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새로운 국제협력의 핵심 어젠다로 ‘세계화 4.0(Globalization 4.0)’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세계화 4.0은 물리적 교역이 아닌 지식, 정보, 기술과 같은 비가시적 자산과 자원의 이동 및 교역의 질서를 의미한다. 4차산업혁명 기술들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들을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글로벌 협력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전기의 대중화가 인류에게 경제적 발전과 생산성의 혁신을 이루었듯이 이제부터는 데이터가 모든 산업과 인류 문화에 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산업과 문명의 진화 동인이 되는 시대에 그 기술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고민은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 농업 핵심 기술과 적용 범위
스마트 농업 핵심 기술과 적용 범위

이러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다차원적인 변화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인 농업 분야조차도 디지털 기술을 통한 변혁과 혁신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다. 농업 분야의 혁신을 단순히 기술과 시스템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업현상으로 보기 보다는 “실제로 그 기술이 얼마나 농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과 사회적 인식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또한 “어떻게 하면 혁신 기술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미래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를 농촌진흥청은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개발 계획’으로 수립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 농업 핵심 기술 단계적 개발 계획
스마트 농업 핵심 기술 단계적 개발 계획

스마트 팜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생산시스템에서부터 농산물의 유통과 소비, 농촌의 정주환경에 이르기까지 농업·농촌의 전주기적 과정의 디지털 과학화와 지능정보화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경험과 감각에 의존함으로 주관적이고 추상적이었던 농민의 농사기술이 센서와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계량화되고 객관화 되며, 반복적 시행착오와 개인의 노하우를 따라 이루어졌던 의사결정과 농작업의 전문성이 컴퓨터의 인공지능으로 지능화되고 자동화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세계적 수준의 ICT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과 IoT, 빅데이터 분석 기술, 클라우드 서비스 기술, 로봇과 자동화 기술을 융합해 농업에 접목한 미래 대응형 농업시스템으로 이른바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 개발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농산물 생산단계의 스마트팜 기술을 수준별로 모델화한 1세대(편의성 증진), 2세대(생산성 향상), 3세대(글로벌 산업화) 스마트팜의 단계적 개발과 실용화를 추진해 가고 있다.

2세대 스마트팜 기술의 서비스 개념도
2세대 스마트팜 기술의 서비스 개념도

이제 초기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에서는 영농의 편의성 향상뿐 아니라 생산성에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현재 영농현장에 공급되고 있는 1세대 스마트팜으로 농민은 동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센서를 통해 측정하고, 인터넷에만 연결되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농작물의 상태와 농장의 재배환경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필요에 따라서는 원격으로 제어도 가능하다. 그러나 1세대 스마트팜에서는 모든 농사환경을 농민이 직접 데이터를 통해 이해하여 작물이나 동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농장에 있는 각종 제어기의 동작조건을 설정하고 운전 상태를 통제해야하기 때문에 농사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데이터를 보고 이해해 분석할 수 있는 ICT 역량도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농사경험이 적은 젊은 농업인이나 귀농인들, 또 농사지식은 있으나 ICT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농업인에게는 사실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이미지로부터 인공지능이 작물 생육정보 계측
이미지로부터 인공지능이 작물 생육정보 계측

이러한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 스마트팜 기술이 편의성 향상 뿐 아니라 농업인에게 생산성과 소득을 향상하는 기술이 되도록 농촌진흥청은 작년에 2세대 스마트팜의 기술적 개념을 완성, 현재 토마토에 적용해 실증하는 과정에 있다. 2세대 스마트팜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이용해 농장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영상정보로 작물의 생육을 계측하고 질병을 진단하며, 재배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을 도와주게 된다. 이러한 2세대 스마트팜 기술은 농사경험이 적은 젊은 창농인이나 귀농인들이 농업 진입을 하려 할 때, 기술적 문턱을 낮추고 영농과정에서 실패를 줄여줄 뿐 아니라 오랫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ICT 활용에 미숙한 고령 농업인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토마토 한 작목에 대해 2세대 스마트팜의 핵심개념을 실증하고 적용해 가는 과정에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현장 실증연구와 더 많은 작목에 대한 적응성 시험을 거쳐 영농현장에 보급된다면 1세대 스마트팜의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추동력이 될 뿐 아니라 농업 패러다임과 산업생태계를 크게 바꾸는 농업의 혁신 성장이 시작될 전망이다. 

더 이상 산업 간 기술에 대한 경계가 없어지고, 모든 산업 분야가 디지털을 활용하는 기술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데이터가 성장 동력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단순히 생산성 향상이나 경제적 성장만이 아니라, 농업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사회적 계층 간 행복의 균형과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국가나 문화별로 기술의 가치나 필요성, 우선순위 등은 모두 다를 수 있지만 사람중심, 생명 중심, 함께하는 모든 것들과 조화로운 공존의 모색은 인류 모두의 공통된 바람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형 스마트 농업은 우리 농업만이 가진 가치와 다양성을 기초로 사람중심의 생명산업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나아가서 우리의 농업경험을 필요로 하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과 글로벌 규범 따라 함께 공유함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설 한국농업의 청사진이다. 그러나 한국형 스마트 농업이 아직은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불안정하고 해결되어야 할 많은 현안들이 눈앞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성숙한 스마트 농업이 가져올 우리 농업의 미래를 상상한다면, 스마트 농업기술의 개발과 확산은 인내와 믿음을 가지고 분야별 전문가의 지혜를 모아 실패와 시행착오가 최소화되도록 빈틈없는 계획 속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농업인과 국민 모두의 기대와 응원은 도전과 열정으로 정진해 가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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