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일 Agriconica 대표

우리나라 농업은 본질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보니 상주시 공무원들이 상복을 입고 출근했다고 한다. 상주시 인구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져서 나온 이벤트였다. 보도에 의하면 상주시 인구는 1965년 26만5,000명을 정점으로 감소해왔다고 한다. 작은 소동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상주시의 일이 무슨 특별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아 농촌인구는 1966년에 정점을 찍고 그 이후부터 계속 감소되고 있었다. 1976년에는 도시인구가 농촌인구를 추월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농가인구는 242만2,000명으로 총인구 중 4.7%이다. 그리고 이런 농가인구의 감소추세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따라서 상주시의 일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단지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를 제대로 인식해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냐 또는 없느냐의 문제이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인 회색 코뿔소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인구가 줄고 도시인구가 느는 것을 세계적으로는 도시화(Urbanization)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도시로 이동한다. 도시에는 더 많은 일자리와 더 좋은 편이시설과 사회적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화는 20세기를 특징짓는 대표적인 사회 트렌드이며 21세기에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진행될 트렌드이다. 이런 트렌드는 막으려고 한들 막기는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이런 현상을 주어진 환경적 요인으로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도시화 현상은 우리나라 농업에 위기 요인이 될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도시화로 인해서 농촌의 공동화와 지방 소도시의 소멸까지도 예상할 수 있으며, 반대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농업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지정학적으로 대도시 인근 또는 개념적 경계지대의 농촌에서는 새로운 기회와 문화가 발생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두 개의 문화가 만나면 그 곳에서 혁신이 발생했었다.

농촌과 지방 소도시의 공동화 현상은 일본에서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의 가구 수가 줄어드니 자연히 농가당 경지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경지를 잘 활용하면 기회 요인이 된다. 그래서 일본 농림성에서는 농기계 업계에 대하여 농기계를 대형화 하고 기능은 더욱 단순화, 표준화 하며 내구수명은 늘려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적응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에게는 기회적 상황이다.

농업기계 없이는 지속적으로 농업을 영위할 수 없다. 이제는 농업기계가 농업의 기반적 요소가 되었다. 따라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기계를 매개로 한 혁신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농기계산업 분야에서는 이제 모든 것을 근본적인 영역에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상황을 예상해야 한다. 이 때 농업기계 분야의 모든 당사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승부처를 찾아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시하는 사람은 큰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도시화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세계적 트렌드는 글로벌화이다. 세계적으로 농업기계 분야는 글로벌 전략이 가장 먼저 적용된 분야 중 하나이다. 미국의 D사는 2000년대 초에 인도에서 크리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성공적으로 인도형 유틸리티 트랙터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다시 전 세계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K사는 20여 년간의 전략적 준비 끝에 2007년부터 태국에 농기계 생산 거점 공장을 가동하게 되었으며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큰 기회를 잡았다.

4차산업화 시대의 도래는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며 새로운 방향성도 제시할 것이다. 따라서 한 발 늦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내 농업과 글로벌 농기계 시장에서 어떻게, 어디에서 승부처를 찾아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변화의 가운데에는 반드시 기회와 위기가 같이 있다.

2019년 2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8년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다고 한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 하던 회색 코뿔소가 드디어 당도한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경제는 활력을 잃고 GDP 성장률은 떨어지게 된다. 생산가능인구는 생산의 주체이기도 하면서 소비의 주력이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의 정점 이후 다시 얼마 후면 마침내 총인구의 정점이 오고 그리고 총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총인구 감소 시점에 대한 예측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면 이때는 이미 어떤 대책을 시행하기에 너무 늦은 시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승부처를 어떻게 찾을지 제대로 연구를 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농업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창의적 고객가치와 실질적인 성과로써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농업인의 소득이 증가하지 못한다면 농업은 계속해서 후퇴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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