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종 트랙터 국가 미국에 편중…다변화 시급
경쟁력확보 위해 부품 현지화 등 동남아 장악해야
농기계 수출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1,400만 달러였던 농기계 수출이 2018년 10억4,200만 달러(1조1,700억원)를 달성했다. 28년 만에 10억 달러 규모를 넘어 선 것이다. 내수시장 의존에서 벗어나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업계의 부단한 노력과 정부의 지원정책이 잘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하지만 전체 수출의 63%가 트랙터 한 기종에 집중됐고, 국가별로는 전체의 55%가 미국에 수출되는 등 품목과 수출시장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 트랙터 62.6%, 미국 55.6%… 편중 심해
2018년 농기계 수출은 총 10억4,219만 달러로 집계됐다. 2017년의 9억54만 달러에 비해 15.7% 급증한 규모다.
트랙터의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 농업용트랙터는 2017년 5억4,520만 달러에서 지난해는 6억5,249만 달러로 20% 가까이 크게 수출량이 늘었다. 전체 농기계 수출에서 트랙터 기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62.6%에 이른다. 주로 트랙터에 부착해 판매가 이뤄지는 부속작업기는 지난해 8,908만 달러가 수출돼 전체의 8.5%를 담당했다. 트랙터와 부착작업기가 우리나라 농기계 수출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트랙터에 이어 부분품이 1억1,475만 달러, 작업기 8,908만 달러, 기타농업기계 4,002만 달러, 가금·양봉기계 2,966만 달러, 펌프 2,481만 달러, 수확기 1,926만 달러, 도정기계 1,683만 달러, 농용엔진 1,564만 달러, 축산기계 1,175만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농기계 수출의 미국 시장 편중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기계는 미국에서 5억7,940만 달러를 팔았다. 국가별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5.6%에 달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판매량은 2017년 4억1,665만 달러에서 1년 사이 40% 가까이 늘어 사상 첫 수출 10억 달러 돌파의 일등공신이 됐다.
미국에 이은 농기계 최대 수출국은 우즈베키스탄으로 지난해 4,924만 달러를 수출했다. 우즈벡은 2017년에는 6,056만 달러를 수출했지만 지난해는 18.7% 감소했다. 우즈벡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우리의 농기계수출국이지만 전체 수출량의 4.7%에 그쳤다. 이어 일본이 3,890만 달러, 호주 3,083만 달러, 중국 2,905만 달러, 인도네시아 2,546만 달러, 캐나다 1,526만 달러, 네덜란드 1,493만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 품질·가격 경쟁력 향상, 동남아시장 주목해야
세계 농기계 시장은 2016년 기준 연간 생산규모만 1,407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아시아 시장은 급격한 성장으로 534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어 북미지역이 308억 달러, 서유럽이 263억 달러 규모다. 이미 세계 인구는 70억명을 넘었고, 농경지의 개발과 이용확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인구 도시집중화가 가속됨에 따라 농기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세계시장은 매년 2~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시장은 무한하다는 얘기다.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국산농기계 품질 향상과 함께 수출농기계 저금리 할부금융 지원 등 강력한 정부지원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이 농기계 수출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수출농기계가 대상국가의 토양과 기후조건 등에 의해 잔고장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지 국가에서 과도한 사용시간으로 고장이 빈번하거나 부품수명이 짧아지는 문제에 대응하려면 수출비용이 크게 늘어나 결국은 수출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신승엽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은 “국책기관에서 수출용농기계 R&D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수출 농기계 해외 현지 적응성 시험연구를 하도록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기계 제조업체가 수출시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문이 바로 과도한 할부금융 비용이다. 자체 금융기관을 운영하는 일본 구보다 등 경제 제품에 비해 평균 5% 높은 금리는 국산 농기계의 가격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신승엽 연구관은 “농협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은행과 정부가 MOU체결 및 이자율 지원 등으로 국내 농기계 제조업체의 외국 현지법인에 저리 할부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김경욱 AGM S&E 대표(서울대 명예교수)는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농업기계화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 국가의 농기계시장은 매년 약 12%, 트랙터시장은 5% 내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경욱 대표는 국산농기계의 동남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구보다의 기술경쟁력과 중국산의 가격경쟁력에 대한 우위 확보”를 주문했다. 이에 김 대표는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현지 적응성 향상’, ‘품질 향상’, ‘신속한 사후관리’가 중요하며,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 현지화’, ‘소비자 파이낸싱’, ‘현지업체와 공동개발 또는 합작투자’ 등이 효과적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