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남상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위원장

남상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위원장
남상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위원장

2018년은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밝은 하늘 아래로 나온듯한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농업기계 산업은 거의 터널 같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익의 측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서서히 업황은 개선되고 있으며 2019년에도 긍정적인 방향과 전략을 모색하는 일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농기계산업의 상황을 미국의 농기계 선도기업 D사의 경우에 비추어 판단해 본다면 2016년 매출액은 2013년 대비 33%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로 감소했다. 그러나 2016년을 저점으로 2017년의 매출은 2016년 대비 약 11%, 영업이익은 약 50% 증가했다. 2018년의 매출은 2017년 대비 29% 증가했다. 그러나 2019년 농기 부문의 매출은 3%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을 낮춰 잡고 있다.

◇ 농기계산업 이익률 감소는 수출부진 때문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의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30%를 넘어서고 있다. 국내시장이 큰 변동 없이 횡보하는 상황에서 수출의 비중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며, 앞으로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의 이익률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이유는 수출의 부진에서 찾아야 한다.

2013년부터 미국의 농기계 시장은 부진에 빠져들었다. 2013년부터 세계 곡물생산량은 5년 연속 증가하여 세계 곡물재고량을 대폭 증가시켰고 국제곡물가격은 하락했다. 세계경제는 2013년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감속 정책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이러한 우려는 한 순간에 농업 관련 산업들의 경기를 후퇴시켰다.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이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농기계산업 또한 고통스러운 기간을 피할 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세계 곡물의 생산, 소비 및 재고량(자료: FAO 2018. 12. 6)
[그림 1] 세계 곡물의 생산, 소비 및 재고량(자료: FAO 2018. 12. 6)

그러나 2017년을 정점으로 세계 곡물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는 상황에서, 곡물의 재배와 생산이 감소했으며 2018, 2019년의 세계 곡물재고는 6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섣부른 낙관을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아직도 2012년의 세계 곡물재고보다는 여전히 2억 톤 이상 재고 수준이 높은 상황이다. 그래서 농업 전문가들은 국제곡물가격이 다시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앞으로 2년 내지 3년의 기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2017년과 2018년의 미국의 농업기계 시장의 경기 회복은 지난 몇 년간 지연되었던 대체 수요 또는 일시적인 낙관적 반발에 의한 회복일 가능성이 크다.

[그림 2.] 미국의 GDP 대비 농산업 및 농가의 부가가치 비율(자료: 미국 BEA, 2019. 1)
[그림 2.] 미국의 GDP 대비 농산업 및 농가의 부가가치 비율(자료: 미국 BEA, 2019. 1)

[그림 2]는 미국의 농가 및 농업관련 산업의 부가가치 금액의 GDP 대비 퍼센트의 변화를 연도별로 나타낸 것이다. 미국 농업 및 농가의 실질적인 부가가치 총액은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으며 2017년에 감소는 멈추었으나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즉 미국 농가의 입장에서 2017년의 상황은 2016년 대비 좋아진 것은 없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미국의 D사는 2019년의 매출 상황을 3% 정도 증가하는 보수적인 예상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농기계산업 관련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2013년 이래 외부적으로 수치상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는 않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구조적 문제가 잉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외국산 농기계의 보급이 정체되어 있는 것 같지만 외국산 농기계에 대한 평가가 우리나라 농기계의 품질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이앙기, 콤바인 및 작업기류의 품질 문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본질적으로 시장을 내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다른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농기계의 대수가 줄어들면서 부품의 품질이 저하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부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품업계의 물량과 가격의 문제가 상호 연관되어 있는 부분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최종 조립업체의 품질경쟁력은 부품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부품의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높은 부품 가격을 감수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다면 부품의 물량을 늘릴 수 있는 영업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물량의 증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있는 일본의 농기계기업들은 동남아시아의 벼농사 지대를 축으로 하는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이 국내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전략에 대한 준비와 행동이 시급하다.

◇ 글로벌 전략 성공여부에 농기계산업 미래명운 달려 
미래의 우리나라 농업에는 인구구조상의 불확실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 문제에 대한 예측을 할 때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의미 있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농촌인구는 2000년경부터 급감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00년 대비 2018년의 일본 농촌인구는 거의 25%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일본의 인구 정점은 2009년이었으며 우리나라의 인구정점은 대략 2030년경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경부터는 일본의 경우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 농촌인구가 급감했던 이유는 다양하지만 주된 원인은 도시로의 인구 이동과 인구의 노령화에 의한 자연감소가 크게 작용하였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는 도시지역의 심각한 일손 부족 현상으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귀농귀촌으로 부분적으로는 농촌지역으로의 인구 이동을 장려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리고 현재의 국가적 일자리 부족현상은 인구구조상 일정시간이 지나면 일본처럼 일손부족 현상으로 변모하여 일자리가 풍부한 도시지역으로의 급속한 인구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에 보급되는 농업기계는 현재보다 더 대형화될 가능성이 크며 농기계가 대형화되면 연간 판매대수는 더욱 줄어들고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심각한 품질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도에서 본다면 단지 농기계의 수출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나라 농기계의 국내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도 글로벌 전략의 추진이 필요하다. 글로벌 전략이란 수출 전략과는 다른 개념이다. 글로벌 전략이란 글로벌 시장 구도에서 우리나라 산업과 시너지 효과가 있는 국가에 진출하여 판매법인 또는 생산공장 및 현지 연구소를 운영하되 가능한 최대한 현지인에 의한 현지인을 위한 경영활동을 펼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그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도전하는 전략이 글로벌 전략이다. 단, 그 첫 단추는 현지에서의 초기 영업활동이 일단은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어야 한다.

2019년 우리나라 농기계 산업의 전망은 수출활동의 성과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19년 성과의 크기는 우리나라 농기계 산업의 내재적 역량에 본원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며, 그 결과는 미래의 우리나라 농기계산업 경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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