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농업과 ICT를 결합하여 디지털농업·지능형 농업을 구현하는 스마트농업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스마트 농업을 전개하는 형태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조방농업 국가는 정밀농업 위주로, 집약농업 국가는 시설농업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업계 내외부의 다양한 부처와 민간영역에서 스마트 농업 구현을 위한 다채로운 국가정책사업과 민간투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스마트 농업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대한 공유는 부족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움직임에만 몰두하여 전체를 조망하는 큰 그림이 부족해져서 일부 사업은 너무 지엽적이 되고 다른 사업은 농업현장과 괴리된 황망한 기술에만 집착하는 한계점이 보인다. 개인철학에 따라서는 스마트 농업 자체를 비관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에 본 기고에서는 스마트 농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스마트 농업을 하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데, 첫째는 단연 비용 절감이다. 스마트 농업은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유지하기 위한 초기투자가 필수이다. 초기투자를 통해 이후 발생하는 운영비를 절감하자는 것이 스마트 농업의 기본접근법이다. 이 때 운영비는 인건비, 광열비, 투입재비 등 다양한 비용이 포함된다. 따라서 초기투자 이후 예상되는 운영비 절감액이 초기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스마트 농업은 성립되지 않는다. 매우 당연한 전제이지만 현재 첨단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는 많은 정부사업들이 이러한 기본조건에 충실한지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둘째는 투입재 저감이다.. 농약, 비료, 종자, 전기, 용수, 비닐, 양액 등 농업생산에는 많은 투입재가 필요하다. 스마트 농업으로 투입재를 정밀하게 제어한다면 투입재를 관행적 사용량보다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비용의 문제인 동시에 환경을 포함한 지속가능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높은 가치가 있다.

셋째는 위험 관리이다. 농업을 하는 데는 많은 위험이 수반된다. 병충해, 홍수, 가뭄, 이상온도, 농작업 안전 등 예상치 못한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스마트 농업은 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특히 작업자의 안전을 지켜주고 악성노동을 줄여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넷째는 농업가치사슬의 확장이다. 기술관점에서 스마트 농업 시스템은 생산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웨어를 구성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구성된 시스템은 생산 단계이후의 유통단계와 소비단계와 연계 될 수 있기 때문에 농업가치사슬 확장을 위한 초기 인프라가 되고 무한한 확장 잠재력을 가지게 된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농업인력의 정예화이다. 농업인력이 고령화되고 공동화되는 것은 미래 농업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스마트 농업 기술의 확산은 부모세대 농업인의 기술과 노하우가 스마트 장치를 매개로 자녀세대 농업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농업인력의 정예화와 빠른 세대교체를 가능하게 한다. 농업인력의 정예화는 스마트 농업을 해야 하는 가장 큰 동기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스마트 농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투입재 저감, 위험 관리, 농업가치사슬 확장, 농업인력의 정예화 이렇게 다섯 가지이다. 네덜란드 등 스마트농업 선진국은 위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스마트 농업의 미래를 준비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한다. 한국에서 전개되는 스마트 농업과 관련된 활동 중에 목적지 좌표를 잃고 헤매고 있던 것은 없는지 차분히 점검해 보고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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