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발전을 이끈 농업기계화”
“미래농업 선도할 ‘농기계’, 도약과 혁신 가져올 것”

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선행자의 경험과 방향성 제시는 후임자에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의 농업기계화 정책 등 그간의 사업실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는 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농학박사)은 “이 책은 농업기계화 여건을 비롯해 농기구 및 농기계의 도입과 그동안 추진된 농업기계화사업 전반에 대해 2015년까지 역사적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필을 결심한 배경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에 동력 농기계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지만, 경운·정지 작업에 기계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이 돼서야 일부 시도됐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농가인구가 전체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1인당 국민소득이 채 300달러 수준에 머물 정도도 농작업에 기계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더욱이 논농사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의 가족영농이 주를 이루고 있어 농업기계화를 추진하기에는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1970년대 당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동력경운기를 주축으로 농업기계화가 추진됐고,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짧은 기간인 20여 년 만에 벼농사의 완전기계화를 이룩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농업의 기계화가 성공했기에 가능했다. 

비록 책자는 ‘한국의 농업기계화와 농업발전’이란 제목을 붙였지만 실은 ‘한국의 농업발전을 이끈 농업기계화’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중희 쌍용기계산업(주) 회장님께서 성공적으로 추진된 우리나라의 농업기계화의 지난 발자취를 정리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며 사무실을 마련해 주시어 이 책을 집필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깊이 감사드린다.

 

‘한국의 농업기계화와 농업발전’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농기계가 우리나라 농업발전을 이끈 원동력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농업을 둘러싼 주변 여건의 변화와 그에 따른 농작업의 기계화추진 배경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제1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과 이에 따른 농업여건의 변화를 짚어봤다. 이어 2장에서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농기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신석기 시대부터 현대 농기계 도입까지 단계별로 구분해 발전된 모습을 정리했다. 또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정부 주도의 농업기계화 정책 도입과 이에 따른 5개년 기본계획의 수립과 추진 등 정책의 흐름을 정리했다.

제3장은 농작업별 기계화 추진 성과 등 정책의 흐름을 정리했다. 여기에 농기계의 공동이용 촉진, 농기계 지원보급 및 생산, 자금지원, 연구와 검사, 기술훈련과 교육, 사후관리 등 농업기계화 추진을 위해 정부 주도로 이뤄진 세부사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 노력했다. 이어 4장에서는 농기계산업 발전에 묻어 있는 업계의 노력을 담았다. 농기계 개발, 생산, 유통, 가격, 수출입 실적 등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는데 힘썼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농업기계의 추진성과와 미래 농기계 기술 발전 등을 고찰하고, 농업기계화 사업 추진과 관련된 각종 통계를 연도별로 정리하는 부록을 담았다.

책 표지에 한반도 지도와 벼농사 모습, 트랙터와 드론을 담았다. 한반도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며, 농업을 표현하기 위해 대표적 주곡인 벼를 선정했다. 트랙터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추진된 농업기계화를 의미한다면, 드론은 미래농업을 선도하는 데 있어 농기계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농업기계화가 사회전반에 가져 온 효과를 평가한다면.

 벼농사만 해도 완전기계화를 달성함에 따라 노동투하시간은 기존의 1/10로 줄이고, 반면 생산량은 1.5배 증가하는 등 주곡인 쌀의 완전자급을 이뤄냈다. 여기에는 종자개량도 큰 힘이 됐지만 농업생산성 향상에 따른 경쟁력 제고에 농기계만큼 큰 기여를 한 분야는 없을 것이다.

농기계 이용이 늘면서 농촌노임의 급격한 상승을 또한 억제했다. 특히 농번기인 5~6월과 9~10월에 집중되던 농작업의 노동피크문제를 해소해 농촌노동력이 자연스럽게 산업분야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농업기계화는 농업인이 고된 농작업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몫을 했으며, 소규모 가족단위 농업에서 영농의 대형화, 규모화를 이룩하는 토대가 되었다.

1960년대만 해도 전체인구의 44%였던 농촌인구 차세대 농업은 친환경, 정밀농업이 필수적이다. 이미 농촌은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농경지 감소 등 농업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지속적인 농축산물의 자급율 향상과 농산물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ICT, AI, loT 등의 신기술이 융복합 된 농업용 로봇, 자율주행트랙터, 드론 등 첨단농기계와 장비, 기자재의 개발보급을 위한 기술적 진보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농업기계화는 지금까지의 경제·사회적 기여 이상으로 미래농업의 중심에서 더욱 많은 몫을 해 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농업기계화와 농업발전’ 집필에 어려움은 없었나?

 지난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기에는 자료의 제약이 많았다. 정책, 연구, 생산, 유통, 검정, 사후관리, 기술보급, 수출입, 교육 등 농기계를 매개로 하는 다양한 직군의 활동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누적된 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관련분야 전문가조차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농업기계화 추진 실적을 정리하고자 노력했던 것은 미래 농업기계화 사업 추진에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농업에서 농기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농기계는 농업분야의 ‘SOC’로써 농업활동을 위한 필수적 기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농업이 아날로그 방식이었다면 앞으로의 농업은 디지털시대를 맞을 것이고, 농업의 기술적 진보는 농기계를 통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이 농업의 패러다임이 변화되는 시점에서 지난 정책의 되짚어 보고 미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 작은 쓰임이라도 될 수 있다면 많은 분들의 도움과 노력이 헛되지 않을 듯싶다.

 

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1967년 농공연구직으로 공직에 입문해 35년간 농림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자재검사소 등에 근무하며 농업기계화 기본계획 수립, 농업기계화촉진법 제정에 힘썼으며 농림부 농업기계과장, 농업기계자재과장, 농업기계화연구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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