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도정비·개선시급···내수진작·수출확대 모색해야
유통구조 개혁, 합리적 가격체계 거래제도 정립 필요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고농기계 적체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이유를 정상적인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신뢰성 있는 가격과 체계적인 거래제도가 확립되어야 하는데 중고농기계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부문이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농기계대리점에서 신품 판매와 병행해 이뤄지는 중고기대 인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건전한 판매경쟁을 유도해 가격안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농기계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대리점이 중고기계를 인수하는 상행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유통구조 개선, 객관적 가격기준 마련해야     

 
중고농기계 거래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불투명한 가격체계가 손꼽힌다. 같은 제조사의 동일한 연식의 제품도 취급하는 대리점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음성적인 중고농기계 가격은 취급 대리점은 물론 중고농기계 취급 상인, 나아가 농민들까지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자율적인 시장 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중고농기계의 합리적인 가격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온라인으로 중고농기계를 구매한 농민은 “온라인에서는 가격을 명시하기보단 문의나 협의로 가격을 표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며 “어느 정도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이를 정확히 명시한 경우는 드물다”고 토로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중고 자동차 시장처럼 연식에 따른 평균 시세 등 합리적인 가격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고농기계의 가격이 지역과 대리점마다 다른 원인에 대해 A대리점 대표는 “중고농기계는 상태와 판매시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중고를 매입하며 발생하는 비용, 제품판매 시기까지 보관비용, 상품화 과정을 위한 부품교체, 정비 및 인건비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언제 판매가 이뤄질지 모르는 상태로 중고기계에 유동자금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B대리점 대표는 “자금회전을 위해 중고농기계를 급하게 되팔려면 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도 교체하고 도색을 새로 해 보지만 제때 적절한 수요자를 만나지 못하면 투자비용마저 고스란히 손실로 떠 앉기 마련”이라고 하소연 한다. C대리점 대표는 “신제품 판매를 위해 중고농기계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떠 앉는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대리점은 점점 골병이 든다”고 토로한다.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필요하다면 일정 기간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중고농기계 ‘가격고시제’ 도입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객관적인 지표에 의한 감정과 가격의 설정, 설정된 가격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거래의 활성화가 일정 수준 정착되면 그때는 중고농기계 가격 결정을 시장에 맡기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고농기계의 안정적인 시장형성과 거래를 위해서는 중고농기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중요한 제도를 정비하고 개선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고농기계 취급과 관련한 법적인 요건부터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재동 한국구보다(주) 전국대리점연합회장은 “중고농기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점포를 도별로 2~3곳 설치·운영해 중고농기계 거래와 신품농기계 판매행위가 완전히 구분돼 이뤄질 수 있도록 농기계 유통체계를 근본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자동차산업처럼 중고농기계 보유자는 중고취급점을 통해서만 거래하고, 대리점은 신품 판매에 집중해야 과당경쟁이 사라져 농기계가격 신뢰회복과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평원 한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 이사장은 “농기계 유통시스템은 여전히 1980~90년대 시절에 머물러 있다”며 “농기계 보급촉진이 활발했던 시점에 구축된 유통시스템과 현재의 내수시장 환경은 180° 달라졌음에도 농기계 유통구조는 시대환경에 맞는 개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리점 관계자는 “제조사가 정확한 시장판단을 통해 과잉생산을 줄여야 할 것”이라며 “중고농기계 적체는 기업의 부담을 대리점에서 흡수하면서 발생된 것으로 본사 차원에서 판매계획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또 “현재와 같은 판매방식을 지속하면 중고농기계 적체문제는 물론 대리점 유지를 못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대리점 대표는 “적체현상은 대리점 경영문제에 직결된다”며 “특히 이앙기는 신제품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판매 때마다 중고를 인수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로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앙기를 30대 팔아 중고를 20여 대를 인수하는 것보다 중고인수 없이 신제품 10대만 판매하는 것이 매출은 줄지만 대리점입장에서는 더 이득이다”고 밝혔다.   

 

부품수급 안정화, 재활용부품 권장  

중고농기계의 재활용에 필수적인 부품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서는 부품생산 연수를 장기화 하는 등 제도적으로 부품 공급연수를 현실에 맞도록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창용 연구위원은 “사후봉사에 관련된 부품의 공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법적 내용연수 내지는 법적 의무 부품생산연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국산 농기계의 해외 수출에서 부품지원이 안 되는 점이 가장 어려운 요소로 지적된다”며 “판매 후 필요한 부품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면 재구매를 꺼리는 요인이 되며 이는 장기적인 국산 신제품의 농기계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고 내다봤다.

아룰러 그는 “농기계도 이제 생산단계부터 재사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초적인 기술과 부품의 공유로 재활용을 촉진할 수 있고, 설계단계부터 재활용을 전제로 하는 디자인, 소재의 선택 등을 제조사가 적극 관심을 갖는다면 중고농기계 활성화와 폐농기계의 부품재활용이 보다 손쉬워 질 것이다”는 설명이다.

중고농기계로 활용이 어려운 농기계를 폐기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규격과 품질의 범위에서 부품 재활용을 적극 권장하는 방안도 중고농기계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농기계폐기 기준과 전문폐기장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이 같은 제도는 이미 일상화되어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비인력 양성문제 또한 중고농기계 거래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살펴봐야 할 분야다. 중고시장에선 다양한 기종과 제조사의 농기계를 취급해야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취급자가 필요하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도움 될 수 있다. 나아가 전문적인 정비인력에 대한 정기교육과 실습강화, 자질함량을 통해 궁극적으로 중고농기계 감정사로 육성해 중고농기계 품질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와 검증으로 신뢰를 확보하는데 도움 될 전망이다.   

 

모델 일원화, 지속적인 생산주기 갖춰야 

중고농기계 적체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적극적인 해외 수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모델의 일원화와 최소 5년 이상의 꾸준한 생산주기를 유지하는 것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품의 공급과 부품의 원활한 공급, 관련기술의 일관성 있는 제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모델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단일 모델이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발된 농기계의 생산수명을 길게 유지하는 것도 중고농기계 수출에 도움 된다는 지적이다. 국산 제품의 작은 단종, 짧은 생산주기는 신제품은 물론 중고농기계 수출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강창용 연구위원은 “중고농기계 수출시장에서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내구성과 지속적 사용 가능성이며 그 다음이 가격”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또 “이에 단일 모델 생산에 집중하고, 다량의 중고농기계를 원활한 부품공급 체계와 함께 수출해야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문제는 국내 제조사의 신제품 생산단계부터 고려돼야 할 사안이다. 즉 히트제품을 출시하고 단일모델을 대량생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엔진과 미션 등 주요 부품에 있어 해외 구매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선진기업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고, 중국, 인도 등 후발주자의 거센 추격에 맞서 국산농기계의 엔진, 유압, 전장기술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시장 조사, ODA사업 등 연계 확대

해외시장에 대한 면밀한 시장조사가 절실하다. 급변하는 세계 농기계시장의 추이와 수출 유망국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한 정보수집과 적절한 정보가공이 요구된다. 개별 업체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와 농기계산업이 연대해 수시로 해외 사업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해외시장 정보만큼이나 유력 바이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개별 기업이나 기관이 확보하고 있는 해외바이어에 대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중고농기계 취급점과 함께 공유해 수출시장 분석에 활용하는 것이다.

중고농기계를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과 연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는 국가의 위상제고에도 도움 되며, 중고농기계의 수출은 그 자체로 외화를 벌어들이지만 국산 신제품 농기계의 수출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정부와 산업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재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는 정부의 ODA 사업에 중고농기계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것이다. 단순히 일회성 지원이 아닌 신제품 수출과 연계된 사업으로 인식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해외 상설판매장, 부품·서비스 센터 구축

해외 전략적 거점에는 중고농기계 상설판매장(전시장)과 부품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국산 신품 농기계 수출과도 밀접히 연계돼 있기 때문에 농기계 제조사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부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농기계 수출유망국으로 부각되고 있는 동남아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중심국가에 교역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상설전시장(판매장)과 부품판매 및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고농기계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수출에 따른 촉진 장려금 제도 등 정책적인 지원방안이 요구된다. 또 중고농기계 수출을 담당하는 조직이나 기관이 저리로 정책자금을 융자지원 받아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수출촉진을 위한 법인세, 전기료 등의 각종 세제 지원도 수출경쟁력 강화에 도움 된다.  

 

중고농기계 수집, 폐농기계 처리 지원 

안정적인 중고농기계 수출을 위해서는 물량확보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중고농기계 수출을 전담하는 조직이나 기관에 수출물량 비축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중고품 수출과 함께 폐농기계 수집과 폐기를 맡기고, 재활용이 가능한 경우 중고부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등 철저한 검증체계를 갖추는 것이 좋다. 부품 재활용을 적극 권장하면 자원을 아낄 수 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사후봉사가 가능해 판매경쟁력 향상에도 도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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