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기계 거래 활성화] 갈수록 심화되는 중고농기계… 대리점 목 조인다
[중고기계 거래 활성화] 갈수록 심화되는 중고농기계… 대리점 목 조인다
  • 이세한·이재학 기자
  • 승인 2018.12.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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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농기계 적체 실태와 원인

농기계 산업의 침체 원인 중 하나는 중고농기계 적체다. 과거부터 꾸준히 진행된 문제는 유통단계를 넘어 이제 신품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문제가 됐다. 유통시장의 목을 조이는 중고농기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농기계 산업 전반에 큰 치명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이미 난제로 남은 중고농기계 적체 현상의 실태와 원인을 알아본다.

 

중고농기계 난감하네

오늘 신제품 판매에 성공한 A 대리점 사장은 기쁘지만 마냥 좋지는 않다. 중고농기계를 인수해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

정부와 제조사에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현실적인 대책은 아직 없다. 제조사의 특별한 지원도 아직 없다. 그나마 트랙터는 수요가 있어 다행이지만 콤바인, 특히 이앙기는 정말 답이 없다.

수출이 답이라는데, 대리점 입장에서 수출은 어떻게 진행하나? 심지어 대북지원? 신제품 판매와 A/S 처리에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중고농기계는 언제 수리하고 판매하나? 부품 구하는 것도 어렵고, 단종된 부품도 부지기수다.

매년 추락하는 가격을 보면 중고기계 위에 쌓인 먼지와 함께 한숨만 늘어간다.

중고기계를 더이상 수용할 자리가 없어 판매하지 못한 중고농기계는 이제 고철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

목을 조이던 중고농기계가 이제 심장을 조인다.

 

 

전국 1,000여개 농기계 대리점은 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중고농기계 적체현상은 대리점 운영부실의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부실 대리점이 속출하면 신품농기계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농업인은 제대로 된 농기계 사후관리 서비스를 받지 못해 영농활동에도 불편이 늘어난다. 과거부터 중고농기계의 문제를 외치던 유통사의 경고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유통시장의 심장을 조이는 중고농기계의 현황을 살펴보면 한 곳의 대리점마다 트랙터와 콤바인은 10여대 남짓, 이앙기는 15~20대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 대리점 대표는 "중고 트랙터는 시즌이 없고 축산에서도 선호해 회전이 빠르나, 콤바인과 이앙기는 계절 상품으로 소진이 어렵다""시즌이 지난 농기계는 다음해 판매 시 가격이 떨어져 중고농기계 전문 유통사도 인수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올해 오픈한 신규 대리점 상황도 녹록치 않다. A 대리점은 트랙터 3, 콤바인 8, 이앙기 7대를, B 대리점은 트랙터 5, 콤바인 6, 이앙기 5대를 처분하지 못해 골치다. 올해 인수한 중고기계만 이정도다. 몇십년간 활동한 대리점들의 적체 상황은 더 심각하다. A 대리점 대표는 "우선 상품화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고 중고매매시장이 활발하지 않아 처리가 어렵다""특히 시즌 막바지에 인수한 중고는 다음 해 더 많은 가격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리점 대표가 본 중고농기계 적체 원인

우선 지역환경 변화로 인한 농기계 선호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은 최근 들어 하우스가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도의 한 대리점 대표는 "주변 농지의 하우스 전환은 30% 정도로, 대형기계에서 하우스용 소형기계로 변화하고 있다""따라서 대형중고농기계가 많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품화를 위한 비용과 시간의 감당이 어렵다. 또다른 대리점 대표는 "최근 운영이 힘들 정도로 적자가 심해 상품화를 위한 여력이 없다""특히 외산제품은 부품 등의 비용이 더 많이 발생돼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시간과 인력 그리고 부품수급이 가장 큰 문제로, 이로 인해 상품화 작업을 미루다가 가격이 떨어지기 일수"라며 "대리점은 신제품 판매와 A/S가 주 업무로, 중고제품의 상품화 작업은 농한기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이 많아, 중고기계를 찾는 고객이 줄고 있다""신제품은 여성과 고령자도 쉽게 사용가능하도록 다양한 편의성을 갖춰 굳이 중고기계를 찾지 않는다"는 의견도 보였다.

 

중고농기계 발목 잡는 손익분기점과 높은 보상가격

신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과도한 중고기계 보상가격을 제시한 것도 한몫했다. 유통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수한 중고기계를 수리해 되팔거나 부품을 따로 판매했지만 모델의 증가로 중고시장이 정체돼 중고 부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적체로 이어졌다""특히 신제품 판매를 위해 시세를 넘는 중고기계 보상가격은 결국 중고농기계 시장 가격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한 대리점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중고농기계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리점은 상품화를 위해 부품비, 수리비 등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때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한 중고 가격이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보다 높아 소비자가 외면한다는 것이다.

중고농기계 유통 전문가는 "중고농기계 가격은 동일 규격의 기종이라도 가격 편차가 심하고 특히 1년차의 농기계 잔존가치율(해당농기계가격/해당농기계신규구입가격×100)은 신제품 가격의 60% 내외로 급격한 가치 하락현상을 보이다가 이후 점진적인 가격 하락으로 L자형의 잔존가치율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라며 "비 정상적으로 책정된 가격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결국 재고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고농기계 부품 수급 문제자동차 산업 타산지석삼아야

국내 농기계의 신제품은 보통 2년 주기로 출시된다. 잦은 모델 변경이 이뤄지는 것이다.

트랙터는 길게 20년까지 사용할 수 있어 제품 선호도도 높고 부품도 많지만 콤바인과 이앙기는 내구연한이 짧고 설계변경이 잦아 부품 수급이 어렵다는 평가다.

대리점을 30년 째 운영 중인 모 대표는 "외산제품은 부품이 규격화된 경우가 많고, 적어도 부품 품명이 동일해 중고부품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국내 제품은 부품을 찾는 것부터 어려움이 많다""심지어 모두가 아는 일본제품의 카피제품임에도 부품명을 바꿔 A/S에 혼선을 야기시킨다"고 말했다. , 가격을 떠나 부품 수급에 있어서는 국내 제품보다 외산 제품이 더 수월하다는 것. 충북의 한 대리점 대표는 "중고농기계의 적체 원인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확실한 부품조달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산과 수입산을 결정하는 차이는 제품 품질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부품수급"이라고 지적했다. 국산 농기계는 제조사의 부품 제조 시기가 짧아 구하기도 힘들도 호환부품도 찾기 어려워 결국 외산 중고농기계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

부품 공급의 중요성은 자동차 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이유로 1940년대 출시된 독일의 비틀은 아직도 해당 부품 수급이 수월하다. 하지만 현대의 포니는 부품값이 부르는게 값이될 정도로 부품의 희소성이 높다.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부품시장을 토대로 움직이는 해외와는 달리 완성품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부품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개발하면 부품업체들이 이 제품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고, 이후 모델이 단종되면 부품도 같이 단종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동차 시장은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고 중고차 시장도 활성화 돼있어 적어도 10년간 부품 생산이 되고, 중고차에서 재생부품을 마련하는 시스템도 갖춰 큰 문제로 이어지진 않지만, 농기계는 아직 그만한 시장규모가 형성되지 않아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 이같은 문제는 국산 중고농기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이에 반해 외국은 부품산업을 기반으로 완성업체가 마련된 구조로, 자동차 시장과 농기계 시장이 부품수급을 원활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중고농기계의 수출도 이런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구보다와 얀마는 동남아 등 전 세계에 시장에서 활동해 이미 대부분의 부품들이 공급돼 있는 반면 국내 업체는 이제 수출 활로를 펼치는 단계이기 때문에 부품. 그것도 옛 기종에 대한 부품수급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다.

 

A/S 부실, 품질보증 미흡, 수출퇴보산 넘어 산

중고농기계 전문업체들은 대리점보다 재고부담이 덜하다. 그 이유는 대리점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고 A/S에 대한 부담이 적으며, 당장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주로 매입하기 때문이다. 신제품을 판매하기위해 무조건 중고농기계를 떠안는 대리점과는 차이가 크다.

대리점의 경우, 판매를 통해 연을 맺은 고객들과의 관계를 위해 적어도 1년 이상의 무상보증을 약속한다. 중고이기 때문에 신제품 보다 고장이 발생될 확률이 높지만 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철저한 검수와 소모가 잦은 부품의 교환이 필수며, 이를 진행하면 중고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중고제품 유통업체는 이런 부담이 없이 판매를 진행하는 사업장도 있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대리점의 의견이다.

하지만 중고농기계 전문업체 이야기는 다르다. 과거 농기계 수출만으로 수출금자탑을 수상했던 한 대표는 "예전에는 코리아라는 브랜드만으로도 수출이 어렵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중고농기계도 신제품과 같은 품질이어야 수출이 가능해졌다""수출 시장과 국내 내수시장 모두 중고농기계의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이제 사후관리도 중요한 구입 요인 중의 하나가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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