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위원장
남상일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위원장

기록적인 여름 더위가 지나가고 이즈음에 느끼는 청명한 가을 날씨는 언뜻 그리움의 정서를 느끼게 하면서 우리를 행복의 세계로 이끄는 듯하다.

갑자기 문학청년이 된 것은 아니나 기분 좋은 일요일 아침 홀연히 길을 떠나 이효석 문학관에 다녀왔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은 거의 모든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리에 아련한 정서로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개관한지 16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것을 보면 무엇인가 이들을 이곳으로 이끄는 매력이 있을 터이다.

새로운 농업적 가치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이효석 문학관의 강력한 흡인력과 메밀 음식의 매력과 메밀의 고장으로 자리 잡은 봉평의 풍경을 보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적 가치를 느낄 수 있어서 이번 칼럼의 주제로 삼아보았다.

사진작가들이 찾아낸 새로운 농업적 가치 중에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다랑이 논의 풍경이 있다. 사진작가들의 노력으로 세계인들은 그 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성과 생태계 보존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자칫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리적 환경에서 고난을 이겨내며 삶을 이어가는 여정 뿐 아니라 고산지대에서 토양 유실을 방지하고 습지 생태계를 형성하면서 생태적 풍부함을 유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경사지에 형성된 기하학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은 우리를 그리움과 행복의 세계로 이끄는 동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봉평의 풍경에서 2%의 아쉬움을 발견할 수 있었고 약간의 아이디어를 보태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봉평의 메밀밭은 메밀 생산의 목적보다는 경관 유지의 목적 또한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사지의 메밀밭은 토양유실의 문제와 농기계 활용상의 제약으로 지속가능성에서 불리하며 경관의 유지 측면에서도 새롭지 못하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강원도의 풍경 가운데에 자연스러운 등고선으로 경지정리 작업을 하고 이곳에 특화된 농업기계화 메밀 생산단지를 조성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다랑이 논 못지않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유로운 농촌 풍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메밀재배에 체계적으로 농업기계가 투입된다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농업인들은 중노동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며 국내 메밀 재배는 지금보다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단지 농업기계의 고도화 정도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잘 해서 농기계 생산자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하는 정책적 배려는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기계 관련 기술 수준에서 경사지에 대한 경지정리 작업만 이루어진다면 메밀 재배를 위한 일관 기계화체계의 개발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농기계 분야에 풍부하게 있는 농산물 가치 향상 기술은 새롭고 풍부한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이야기들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할 것이다. 더불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 상징되는 봉평의 아름다운 경관은 더욱 상징적 차별성을 더할 것이다. 이번 칼럼을 통하여 강원도 또는 봉평지역에 관련되신 분들에게 봉평 메밀재배 기계화 단지의 개발 검토를 제안하고 싶은 마음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속도는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인구구조가 이러한 현상을 부추길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황에서 농업의 역할은 건전한 내수시장을 유지하고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일이다. 그리고 농업이라는 산업은 이러한 국가경제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것은 모든 농업인 또는 농촌인들이 공감하는 일이다. 저성장시대를 예상하며 새로운 농업적 가치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단, 그것은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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