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쌀 공급과잉 시대이다. 쌀 생산조정제 시행으로 벼 재배면적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올해도 쌀 예상생산량은 380만톤으로 수요량보다 70만톤 이나 많을 예상이다. 수천년 동안 모자라던 쌀이 최근에 남게 된 원인은 장기간 탁월한 R&D 성과로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식생활의 서구화로 쌀 소비는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최근 국회와 재정부처에서는 쌀과 관련된 R&D 투자에 매우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쌀이 남아돌기 때문에 쌀과 관련된 R&D 투자는 급하지 않다 것이다.

필자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수도작 농기계에 투자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도 수도작 농기계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이 그렇게 하는 배경에는 충분한 논리적 이유가 있다. 첫째, 고령화와 농업종사인구 감소로 일인당 수도작 경작면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일본 농민 일인당 대략 3~5ha의 수도작을 경작하지만 10년내에 농민 한명이 감당해야 할 경작지가 15~20ha 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일본의 전망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농법 및 농기계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다는 의미이다.

둘째, 고령농의 경험과 숙련도를 청년 신규농에게 신속하게 전수하려면 농기계가 스마트해져야 한다.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등 수도작 농기계에 GPS와 센서, 무인화 등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는 것만으로도 청년신규농 숙련도를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고 농업 세대교체를 촉진할 수 있다. 셋째, 수도작 농기계에 스마트기능을 탑재하면 이앙, 제초, 방제, 수확 등 벼농사 전과정에서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

농경지의 정밀한 제어와 보정이 가능하고 변량시비와 수확량 예측, 병해충 예방 등도 더욱 효과적인 메카니즘을 적용하여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이런 측면에서 수도작 농기계 혁신연구와 지역별 논의 정밀지도 완성을 위한 지방정부와 지방대학의 공동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넷째, 수도작 농기계의 스마트화는 최고의 가성비가 가능한 R&D 영역이다. 쌀 공급과잉 시대이지만 쌀은 여전히 가장 많은 농민이 가장 많은 면적에서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리는 작목이다. 진부한 이야기로 들리지 모르겠지만 쌀부터 시작하고 다른 작목은 따라하는 혁신모델이 경제적 가성비 측면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모델인 것이다. 또한 수도작 농기계는 국내외 시장규모가 충분하여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농업 R&D의 중심이 생물화학기반에서 물리기계기반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쌀의 R&D 역량은 생물화학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여기에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나라의 물리기계역량과 ICT 역량을 결합하여 수도작에 필요한 농기계, 부품, 센서, 솔루션 등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수도작의 미래환경 변화도 준비하고, 동남아 등 수도작 국가에 대한 우리 제품의 수출역량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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