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간담회]
R&D, 연구 위한 연구 안돼… 분명한 상요화 목적으로 임해야

한국농기계신문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지난 22일 세종시에서 밭작물기계 전문가 7명을 비롯한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농업 구현과 밭작물기계화 촉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스마트농업 시대를 맞아 비전과 희망 있는 농업 구현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밭작물 기계화 촉진대책'이 보다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마트농업 실현을 위한 밭작물기계화, 과제 및 그 해결 방안'이라는 부제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하유신 경북대 교수의 '스마트농업 구현을 위한 밭작물기계 연구개발 동향', 김대철 전북대 교수의 '밭농업기계 수출 가능성에 대한 고찰', 남영조 불스 대표의 '밭농업기계 연구·개발, 보급의 애로점 및 개선책'을 각각 발표한데 이어 참석자들의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밭작물기계 전문가들의 발표와 패널 토론을 정리했다.

본지는 지난 22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스마트농업 구현과 밭작물기계화 촉진'을 주제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본지는 지난 22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스마트농업 구현과 밭작물기계화 촉진'을 주제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하유신 교수
하유신 교수

△ 스마트농업 구현을 위한 밭작물기계 연구개발 동향
하유신 경북대학교 농업토목·생물산업공학부 교수(밭농업기계개발연구센터 부센터장)

하유신 교수는 스마트농업의 흐름과 최근 부각되는 밭작물기계개발이 어떻게 진행·촉진되는지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스마트농업은 ICT기술과 타 분야의 새로운 첨단기술 등을 농업에 융합해 농업 전주기에 걸친 여러 문제를 해결, 농업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농업 현황은 고령화, 농사인구 감소 등으로 기계에 의한 농업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증대돼 스마트농업이 화두로 대두 됐다.
농기계 발전은 80~90년대 경운기부터 현재는 트렉터 등 대형화되는 추세로 이는 작물에 따라 개발에 변화가 온 것으로 보인다. 농기계는 꾸준히 보급됐지만 밭작물기계화율은 2016년 55%에서 최근 58%로 보급률이 정체됐다.
고령화와 농사인구의 감소로 농업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으로 대비할 수밖에 없다. 최근 스마트농업의 화두는 바이오, 센서기반 제어기술 등 데이터 로봇으로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 농업은 정보기술들이 융합돼 각각의 기술을 접목시킨 형태로 발전될 전망이다. 스마트팜도 3세대 개발이 시작됐는데,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는 방안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팜에서 중점적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하는 부분은 데이터 농업이다. 데이터가 많으면 정밀 진단과 작업을 할 수 있어 이를 분석·적용하는 농업형태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로봇 기술이 접목되면 향후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로봇이 적용되면 수확 전반의 과정이 변한다. 농작업 형태도 질병관리와 조치까지 모두 로봇이 담당할 것이다.
하우스 농업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밭농업은 아직 현대 기술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기계화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시제품 단계다. 밭작물기계는 고성능 기계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무, 배추, 고추 수확기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밭농업기계개발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밭작물기계 연구개발은 7년간 33종을 개발하는 것으로 오는 12월 1단계 과제가 종료되며 소형기 위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인력양성을 위해 관련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산업화의 단계는 아니고 선진화 된 수준을 보여주는 단계다.
 

김대철 교수
김대철 교수

△ 밭농업기계 수출 가능성에 대한 고찰
김대철 전북대학교 생물산업기계공학과 교수

농업기계 수출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국내 업계의 지속적인 수출화 노력을 통해 북미를 중심으로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며 2010년대비 2배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수출산업은 2012년과 2013년에 정점을 찍고 최근에는 정체기에 들어섰다. 국가별로는 전체 수출량 중 미국이 절반을 차지한다. 주로 소형트랙터와 부착형 작업기가 많이 수출되며, 미국은 대단위 농장이 많아 수출이 쉽지만 타 지역은 어려운 현황이다. 최근 농기계기업들은 동남아시아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품목을 보면 트랙터와 이에 관련된 작업기, 수확기, 이앙기 등이 있는데 상당히 작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고, 트랙터 작업기가 상당히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밭작물기계 수출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봤는데 아직 밭작물기계 수출에 대한 데이터는 많지 않다. 전체 데이터를 분석하니 밭작물기계는 농기계수출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이는 9,000만달러로 연간 1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밭농업기계의 수출은 선진 농기계 글로벌사와의 기술경쟁심화, 저렴한 노동력과 원자재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을 갖춘 중국 회사들과의 경쟁, 농기계 신흥 국가의 경쟁국 시장 선점등 많은 과제가 당면해있다.
교체 수요에 의존하는 정체된 내수시장을 넘어 지속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인 국내 생산으로 완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를 넘어 수출 전략형 현지화 모델의 개발과 현지 진출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이밖에 해외 정부 보조금 지원 적용, 외국 정부 입찰 등 다양한 형태의 수출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도 좋은 기종이 생산되고 있다. 그 중 수출 가능한 국내 기종의 선정과 수출 대상국 작물 선정이 필요하다. 특히 품질뿐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갖춰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은 홍보나 사후관리 측면에서 어렵기 때문에 중견기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즉, 단일품목의 수출은 어렵고 대상 작물에 대한 중견기업과의 연계를 통한 종합 해결책 제공 방안이 필요하다.

남영조 대표
남영조 대표

△ 밭작물기계 연구·개발, 보급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남영조 불스 대표

불스는 현재 3~4개의 R&D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3년 전 스마트 제품을 개발해 평가를 받았는데 심사위원은 농기계의 스마트화 도전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센서 등에 고장이 발생하면 농민이 조치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심사에 현장용어도 모르는 심사위원이 들어와 제품 설명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향후 과제 심사에는 과반 이상의 농기계 관련 전문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R&D에는 국가의 정책자금이 사용된다. 국가 자금이 사용된 만큼 상용화를 이뤄 농민들의 노동력 절감에 도움이 돼야한다. 지금 시점에서 상용화가 얼만큼 진행됐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용화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개발에 임해야 한다.
특히 밭작물기계의 특성상 충분한 연구 개발기간이 필요하다. 보통 과제는 3년으로 진행되는데 기초조사에 1년, 테스트에 1년, 실용화에 1년을 투자하면 기간이 모자라다. 또 마늘이나 양파는 1년에 한번, 그것도 2주밖에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해 개선해 다시 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 이처럼 짧은 시기에 수확이 이뤄지는 기기는 장기과제로 진행해야 완성도 높은 제품이 개발될 것이다. 
표준재배양식의 홍보가 시급하다. 마늘, 양파의 경우 두둑은 1,200mm로 조성하는 지역, 1,500mm를 선호하는 지역 등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농민들은 농협을 통한 구매를 많이 진행하니 농협에서 적극적으로 표준재배양식을 홍보한다면 밭작물기계화의 보급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폐비닐 수거를 거부해 큰 혼란이 있었다. 밭작물 90% 이상은 비닐피복을 하고 있어, 비닐 수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생분해비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농업인들이 농기계를 보는 수준은 상당히 높다. 불완전한 기계는 기피하고 완벽한 제품을 선호한다. 이번 토론을 통해 밭작물기계가 한층 개선되길 바란다.

△ “수출유망지역에 ‘테스트배드’ 구축해 농기계, 종자, 농약, 재배법 묶어 수출해야”

김승주 회장
김승주 회장

김승주 전국농기계담당공무원협의회 회장
시·군 농기계 담당공무원은 농업기계화의 고민이 크다. 오는 2025까지 75%의 보급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남은기간 17%를 더 올려야 한다. 제품 표준화를 이룬다면 보급률 달성은 가능하다. 하지만 농가에서는 기계 표준화의 인식이 없고 재배양식의 고정관념을 포기하지 않아 표준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 1980년부터 농기계 담당 공무원을 했다. 초창기 이앙기를 보급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접했지만, 이제 벼농사 기계보급률은 99% 이상 성장했다.
당시 농진청에서는 품종 개발로 기계보급에 노력했다. 기계에 의한 생산물 손실을 품종 개발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민들에게 재배양식에 따른 표준화 교육을 제공하고 재배 방법에 따른 표준재배교제를 만들어 보급한다면 농기계 보급률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이주량 박사
이주량 박사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출과 함께 해당국가의 금융상품제공이 필수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리스상품이 없다. 현지 금융을 이용하면 금리역차별이 생겨 정책적으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밭작물기계는 연간 100억 정도 수출된다. 10개 업체가 연 10억원이거나, 20여개 업체가 연 5억원 내외 규모로 매우 영세하다. 이대로 방치하면 수출은 정체될 것이다. 밭작물기계는 단일 제품으로 수출하는 것은 어렵다. 종자와 재배방법, 농약 등과 연계해 세트나 패키지로 공급해야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정책방향은 테스트배드다.
수출 지역에 테스트배드를 만들어 종자업체와 농기계업체가 함께 참여해 제품개발과 교육을 진행한다면 성공적인 수출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최용 팀장
최용 팀장

최용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밭작물기계화팀장
테스트배드의 활용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수출을 위해선 농기계 보급만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재배기술도 함께 전해야하며, 이를 패키지화에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이미 20~30년전부터 중고농기계를 동남아에 보급했고 이와 함께 현지에 맞는 개량된 재배기술을 전파했다.
우리가 동남아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이미 구보다와 얀마가 현지공장을 마련하고 선점한 상태에서 제품을 공급하기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배형식의 표준화도 중요한 부분이다. 재배양식은 농기계와 함께 발전되어야 한다.

최승묵 사무관
최승묵 사무관

최승묵 농림축산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 사무관
우리나라가 밭작물 기계를 시작한 역사는 외국에 비해 짧다. 짦은 기간 기업들의 노력으로 기능은 해외기종과 동등한 수준까지 발전됐지만 품질개선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술력을 촉진하기 위해 신기술지정제도를 마련했다. 제도가 운영되는 동안 국내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 국내 기술력이 확보되면 해외기업과 동등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
재배양식표준화는 물론 필요하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현장의 이야기는 다르다. 농식품부가 재배양식을 표준화해도 농민들이 적용하지 않는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임대사업용 기계를 공급하는 업체가 해당 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 생산을 주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지 기계만 보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번 정부의 밭작물기계화 촉진 대책의 핵심은 기업이 농기계 보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장에 함께 상주하면서 기계를 잘 쓸 수 있도록 지도교육을 하는 등 활용력을 높이기 위한 사후관리를 진행하는 것이다.

'스마트농업 구현과 밭작물기계화 촉진'을 주제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마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스마트농업 구현과 밭작물기계화 촉진'을 주제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마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진행 = 취재부장 김영태 ytkim@kamnews.co.kr
정리 = 이세한 기자 231@kamnews.co.kr
사진 = 이재학 기자 jaehakxx@ka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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