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위원장 농학박사 남상일

남상일(사)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원장 농학박사
남상일(사)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원장 농학박사

농기계 산업의 수출산업화라는 목표는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이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1989년경 필자가 수출이 가능한 고유모델 트랙터의 개발을 목표로 매진할 당시의 사회 상황에는 매우 절박한 이슈가 있었다.

‘우루과이 라운드’라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한 다자간 협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의 우리나라 국력은 현재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게 약한 처지였다.

정부는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산업계에 새로운 수출전략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으며 새로운 시도에 대해 지원을 도모하던 시기였다.

당시 우리나라 농업기계업계의 상황은 주로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해 국내용 농업기계를 생산하던 터라 무턱대고 수출을 시도하다가는 심각한 문제 발생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농업기계 업계에서는 새로운 연구소를 기획·설립하거나 기존의 연구기능의 강화에 투자를 우선적으로 실시하였고, 정부 관련부처에서는 이러한 업계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하여 다양한 기획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 당시 노력의 성과로써 2000년대에 들어서 농업기계의 수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2013년 중반 이후 불어 닥친 세계 농산물 가격의 폭락은 전 세계 농업기계 시장을 위축시켰으며, 이 기간을 지나면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농업기계 업체와 경쟁력이 부족한 농업기계 업체는 뚜렷이 구분되고 있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WTO 체제이다. WTO 체제는 두 국가 간의 이해관계로 수출을 하던 관점을 세계적 분업 및 시장 확대 차원으로 확장해야 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상대에 대한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WTO 체제와 더불어 나타난 글로벌 시대에는 새로운 세계적 분업체계의 구축과 이를 이용한 새로운 시장전략 그리고 경쟁전략의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농업기계 분야는 글로벌화가 가장 뚜렷하게 전개되고 있는 분야이다.

농업기계 분야의 선도적 기업들은 글로벌 경영체제의 구축으로 그들의 경쟁력을 극대화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농업기계 분야의 사업 환경은 이렇게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업기계 업계는 겨우 수출산업화에 성공하여 매출과 이익을 늘려가는 초기단계에서 2008년의 금융위기와 2013년 이후의 세계 농기계 시장 위축이라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영체제의 구축에 실패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농업의 위축이라는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농업기계 분야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은 넓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성장잠재력 큰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해야

세계 경제의 선도적 기업들은 글로벌 전략에서 그 축을 이루는 전략 지역으로 대부분 동남아시아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왜냐하면 이 지역의 경제발전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탁월하며 그 근저에는 세계 경제의 구도와 인구구조의 변화에 의한 폭발적 성장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필연적으로 도시화를 촉진·가속하고 있으며, 농촌으로부터의 인구 유출은 농업인구의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수준에 따라 발생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돌아보면 거의 같은 현상이 과거에 발생한 바가 있다.

우리나라의 농업기계화는 1970년대 초에 동력경운기와 자동탈곡기가 보급되면서 전개되기 시작했으며, 그로부터 약 10년 후 1985년경부터는 트랙터와 콤바인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 시점은 <그림 1>과 같이 농촌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약 15년 후의 시점이었다.

<그림1> 트랙터·콤바인 보급 초기 한국의 농촌 및 도시인구 동향(자료: FAO)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하나의 사례로서 인도네시아에 대하여 한국의 경우와 같은 구성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그림 2>와 같다.

<그림2> 인도네시아의 농촌 및 도시인구 동향(자료: FAO)

동남아시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에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나라로는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있다.

그 다음으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가 인도네시아 인데 국토의 면적과 인구수 측면에서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나라이다.

인도네시아의 농촌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1995년경이었으나 1998년경에 외환위기를 겪으며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농촌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인구의 추이는 1985년경부터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에서 도시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농촌의 인건비와 지역별 최저임금의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농업기계화는 부진한 편이다. 1998년 필자가 연구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인도네시아의 농공 분야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는 실업률의 문제 때문에 농업기계화를 서두르려 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의 농업기계화 추진 실적은 부진했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방문했을 때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져서 농업기계화를 서두르는 상황이었다.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바라고 있을 뿐 아니라 농촌 지역의 구매력을 지원하기 위하여 재정적 지원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었다. 

 

글로벌 산업화 전략으로 경쟁력 강화해야  

우리나라의 국내 농업기계 시장은 ICT 등의 발전으로 고도화로 향하는 발전의 길을 가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양적 확대는 기대할 수 없다. 또한 현재와 같은 정도의 시장 규모로는 새로운 연구개발의 성과가 나오더라도 실용화를 위한 규모를 확보하고 세계시장에서의 주도적 위치를 가져오기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일본의 K사는 2012년 이미 글로벌한 시각에서 사회의 발전에 공헌하겠다는 전사적인 글로벌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는 전세계 농업 면적의 40%는 밭이기 때문에 밭 작업용 대형 트랙터에 대한 사업을 전략적으로 전개한다고 하였다.

밭 작업용 농업기계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밭 작업용 작업기에 대한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역량을 빠른 시간 안에 갖추기 위하여 글로벌 인재의 확보 및 적극적인 작업기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을 진행함으로써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국내 농업기계 시장의 축소로 인한 어려움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의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면서 본원적인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농업기계 업계와 연구 분야에서는 글로벌 산업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농업기계 산업에서 수출산업화가 20세기 말의 패러다임이었다면 21세기에 들어와서는 글로벌 산업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화를 위한 혁신에 늦으면 늦을수록 본원적인 경쟁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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