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의 성공 요인과 전략방안

사단법인 한국농업기계학회(학회장 정종훈)는 지난 19일 서울대학교 SPC 농생명연구동에서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기계·자재 남북교류협력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북한의 농업기계화 현황, 북한 농업정책 변화, 대북농자재지원사업 등 북한농업의 실태를 바탕으로 남북협력의 방향과 성공요인, 전략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포럼에 초청된 강연자들의 발표내용을 간추려본다. <편집자 주>

 

이중용 서울대학교 교수
이중용 서울대학교 교수

◆ 북한의 농업기계화와 남북협력 방향

북한의 농업기계화정책은 2016년 제7차 당 대회에서 식량자급자족 실현과 선진농업 수준 달성 방안을 제시했다. 2020년까지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수행할 것과 이를 위해 농업기계화 비중을 60%에서 70%까지 높인다는 전략이다.

북한은 최근 농장 간 컴퓨터망과 포전기상관망을 구축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스마트농업을 도입하고 원예, 축산 등 다양한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연료부족에 따라 농기계를 사용할 수 없고, 부품 표준화 미흡으로 유지보수가 어려운 편이다. 지난해 발표된 신제품으로 광폭미립분무기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는데, 이는 사람이 등에 메고 사용하는 제품으로 북한의 연료부족에 따른 제품개발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북한의 농기계 산업구조는 (금성트랙터)종합공장, 농업기계화연구소, 농과대학과 협동농장,  군단위 농기계작업소 등 중앙과 지방에서 운영되고 있다.

농기계공장은 기본적으로 군수산업에 편입돼 있으며, 대형종합공장은 금성트랙터종합공장을 비롯해 북한 내에 약 16개의 공장이 있다. 군단위 농기계작업소는 300여개가 존재하며, 농작업기 개발 및 사후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개인소유 텃밭이 늘어남에 따라 과거의 공동생산 체계를 벗어나 농기계를 직접 소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농기계 생산공장의 시설낙후가 심각하며, 제품 생산은 시장과 상호작용 없이 계획에 의해 이뤄진다. 

 

이용범 원광대학교 석좌교수
이용범 원광대학교 석좌교수

◆ 북한 농업정책 변화와 교류협력 방안

북한은 1970년대부터 북한식 주체농법을 도입해 실패를 맛보고, 사회주의식 집단영농 생산방식은 농업생산성 저하를 일으킨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후 김정일 정권부터 문제대응형 농정시책을 펼쳐 식량생산 증대, 가축 사육체계 전환, 생산기반 정비 등과 더불어 남한 및 국제기구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만 개선됐을 뿐 획기적인 개혁과 개방은 이루지 못했으며, 식량가격의 급등을 초래해 심각한 재정난에 이르렀다.

김정은 정권에 들어선 후 2012년 6.28방침과 함께 새로운 개혁이 시작됐다. 6.28방침은 국가와 농장이 농산물을 일정률로 분배하고 작업분조 규모 축소와 농가 단위 책임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새로운 농업개혁은 가족 1명당 땅 1,000평을 지급받아 개인은 60%, 국가는 40%를 소유하는 형태의 자율경영권을 부여했다.

이밖에 외자유치를 위해 중앙급에 5개 경제특구, 지방급에 13개 경제개발구를 비롯해 최근에는 각 시도에 6개의 경제개발구를 추가 지정했다.

이 같은 북한의 새로운 농협개혁에 한국의 생산자본과 기반이 함께한다면 밝은 전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성과를 지속시킬 수 있는 농업협력사업의 추진이 우선돼야할 것이다. 또 지원과 교역을 통해 북한의 농업발전을 견인하는 등 작은 협력을 통해 큰 변화를 이뤄내는 농업협력이 바람직하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 대북 농자재 지원사업의 내용과 효과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며 시작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식량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이라고 판단했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원 사업은 벼 등 주곡생산을 위한 못자리용 비닐, 비료 등 필수 농자재 및 농기계지원, 농기계수리 및 조립생산 공장건립, 비닐하우스 지원을 비롯해 현대적 농업기술 이전으로 확대됐다.

당시 농업성 산하 농업과학원 책임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관계자들은 “북한은 여러 지역에 대한 소규모 지원보다 몇 개 지역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성과를 낼 때 사업이 타 지역으로 지속전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종자보다 농기계지원이 더 절실하며, 트랙터 등 농기계가 낡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부품지원보다는 남한의 농기계를 농업과학원 각 분원에 시범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지원된 국산 농기계에 대한 북측의 평가는 대단히 높았다. 이앙기의 경우 북의 대동강 18호와 비교실험결과 그 효율성을 뚜렷이 확인했다. 또 파종방법도 남측 농법이 더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운기는 사용이 쉽고 논밭 모두에 적합해 선호도가 높았으며, 특히 쟁기, 분무기, 양수기, 트레일러 등 부속작업기의 인기가 높았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지원 사업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지원 사업 자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만큼이나 지원환경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 성과는 다양했지만 사업들이 남북관계악화로 인해 충분히 추진되지 못하고 중단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북한 농축산 인력에 대한 역량 강화사업 등 보다 지속가능한 지원방식을 모색해야한다.

 

남상일 (사)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소위원장
남상일 (사)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소위원장

◆ 북한 농업기계화의 의미와 성공요인

북한지원 사업에 앞서 농업기계화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며, 기계 산업 전반과 연결돼 있는 특징을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 또 지원측이 원하는 것과 수혜측이 원하는 것, 또 수혜측이 알지 못하는 필요사항의 공통분모를 찾아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원 사업에는 여러 제약조건이 따른다, 북한은 현재 연료, 전기 등 필수 에너지공급이 부족하며, 소모품 및 부품의 공급망이 부족하다. 효율적인 농작업 방법과 A/S교육이 미비하고, 농기계구입 자금 확보가 어렵다.

향후 전망을 위해 타 국가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캄보디아는 개혁개방으로 나가는 사회주의 국가며 재난적 상황을 겪었다는 측면과 경제상황이 북한과 유사하다.

캄보디아는 농산물 생산량을 회복하는 데 25년이 소요됐으며, 수확면적을 회복하는 데도 35년이 걸렸다. 향후 대북지원 사업에 예측되는 구조적 문제를 엿볼 수 있다.

성공적인 농업기계화 지원 사업을 위해 선행돼야 할 북한 농업인의 소득 향상을 위해 농업기계화와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지방 중소도시 인근에 사업장 위치를 선정하고 경제·사회적 발전 단계에 맞는 비즈니스모델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또 북한 주민에 리더십 및 경영에 대한 교육을 통해 공동 이용에서 자가 주도 이용으로 인식을 전환시켜야하며, 이를 통한 농산물 생산의욕을 높여야한다. 

특히 남북 간 상호이해 및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경제·사회·환경적인 요인을 파악해 지속가능한 교류확대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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