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일 (사)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원회 위원장
남상일 (사)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원회 위원장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에는 다시 좋지 못한 국면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최근 G2 무역전쟁으로 세계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두 가격은 지난 10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옥수수 또한 마찬가지다. 국제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면 세계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G2 무역전쟁으로 인한 문제는 비단 농산물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으로 부정적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뿌리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농기계산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전략적 시각이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국내의 전반적인 농업분야 또한 중장기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 예측된다. 2000년도 우리나라 농림수산업은 국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였는데 2017년의 비중은 1.96%로 감소하였으며, 절대 금액도(2010년 US$ 기준) 2000년 대비 2017년은 94.3%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농림수산업에서 생산하는 총부가가치의 규모가 감소하니 이에 소요되는 농업기계의 수요가 증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예측하기 위해서 많이 인용하는 것이 일본의 사례이다. 대략적으로 15년 정도의 시차를 갖고 거의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한국과 일본의 농촌인구를 1980년부터 2017년까지 비교하여 나타낸 것이다.

[그림] 한국과 일본의 농촌인구 변화 추이
[그림] 한국과 일본의 농촌인구 변화 추이

일본의 농촌인구는 2000년을 경계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2000년에 약 2,708만 명이었는데 2017년에는 거의 1/4 수준인 약 721만 명으로 감소하였다. 노령화가 심각해지던 농촌인구의 자연감소 현상도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일자리를 찾아서 도시로 U-턴하는 농촌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작물 재배면적은 이 기간 동안 약 10% 감소하였다. 그러나 인구가 1/4로 감소한 것이나 작물 재배면적이 10% 감소한 것이나 충격적인 결과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국내 농기계 관련 시장 참여자들의 고통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이에 일본 농림성은 기능을 단순화한 저가형 대형 농기계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산업계에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단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농업 붕괴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며 정부가 농업 붕괴를 막기 위하여 얼마나 효율적인 정책을 개발하느냐에 기대를 걸어본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농업기계산업 참여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산업별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2018.7. 양시환, 이종호)’이다.

농기계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글로벌 전략이 영향을 크게 미치는 대표적인 산업 분야이다. 이 연구의 분석 결과 글로벌 가치 참여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총 요소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개별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참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농기계 산업은 글로벌화 수준이 매우 저조하다.

우리나라 경제는 최근 반도체 등 극히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현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동남아시아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모든 주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렛대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여 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한결같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해서 글로벌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쌀농사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으며 지리적으로도 거대한 지역이다. 최근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도시화를 급속히 진행시키고 있으며 이에 동반하여 농업기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은 정체된 우리나라 국내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농업기계 기업이 탄생되도록 하기 위해서 남방형 농업기계의 연구개발, 남방 농기계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기획 연구에 관심을 높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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