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후반 며칠 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줄다리기로 세계적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켰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개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힘으로써 개최예정지인 싱가포르와 판문점에서 본격적인 실무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그럼에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여부는 현시점에서 그 누구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쟁점 자체가 단순하지도 않거니와 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은 ‘균형’이라 했다. 어느 쪽이든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 균형만 맞춰진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협상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우리는 여기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전제로 우리는 남북 간 교류협력에 관한 채비를 지금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이 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 간 화해무드는 급진적으로 고조되어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때와 비견될 수 없는 획기적인 교류협력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앞선 두 정부동안 활발했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교착상태로 몰아간 근본적 장애인 ‘북핵’이 완전히 제거되고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미 다각적인 교류협력기반을 다져 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봇물을 이루겠지만 농업분야가 단연 우선순위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북한정부가 그동안 핵개발에 올인 함으로써 국가 경제가 파탄 난 상황에서 강력한 경제제재까지 겹쳐 극심한 식량난을 초래하여 국민들이 기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은 물론 식량자급기반 조성을 위한 비료·농약 등 농업자재의 지원과 선진농업기술의 전수 등 정부와 민간의 협력가능한 모든 수단이 동원 될 것이다.

특히 농업기계는 교류협력의 가장 비중 있는 분야다. 더욱이 학습경험이 가장 풍부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농업기계분야 교류협력사업 가운데 백미는 노무현 정부 중반인 2005년 분단 후 최초로 남북 합영 형태의 ‘우리민족 금성동양농기계공장’의 준공일 것이다. 6·15 남북정상회담에 뒤이은 100대의 트랙터용 비료살포기 기탁을 필두로 민간차원의 중고농기계 대북 수출, 남북공동 농기계 정비공장 건립에 이은 농기계조립공장 설치와 민족형 농기계 공동개발 추진, 동양물산의 ‘민족형 콤바인’ 개발을 위한 대북 기술이전 추진 등 여러 형태의 교류협력이 전개되고 계획됐다.

이 밖에 농업협력사업 대표단을 파견하여 북측 농업부문 관계자와 교류협력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기도 했고, 대북진출 활성화를 위해 대·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남북 농기계교류협의회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다양한 사업 가운데 ‘금성동양농기계공장’ 준공을 백미로 꼽은 것을 쌍방 참여범위가 넓었고 공장의 규모화가 실현됐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출등 미래지향적 비전까지 제시됐기 때문이다. 동양물산기업 주도로 추진된 이 공장 건립에는 남측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북측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와 민족화해협력범민족협의회(민화협)가 참여했다. 북측은 토지와 건물, 인력을 제공하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건물의 개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했다. 동양은 설비와 기술을 투자했다.

우리는 이와 같이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전까지 많은 교류협력의 실행을 통해 이 부문에 대한 노하우를 적잖이 축적했다. 물론 시행착오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내실은 다져지고 발전해왔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재점검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잘된 점은 계승 발전시키되 부족한 부문은 과감히 버리거나 개선하여 불필요한 노력과 투자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구심체를 구성해야 한다. 예컨대 지난 2001년 발족했던 남북 농기계교류협의회와 같은 조직을 구성하여 이 업무를 총괄토록 함으로써 사업의 실효성을 최대한 높여나가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여부는 10여일 뒤 판가름 난다. 선제적 대응방안 강구가 빨라서 나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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