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일 (사)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원회 위원장
남상일 (사)한국농업기계학회 정책위원회 위원장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더불어 정상 국가화, 국제사회 진입 그리고 남북의 건설적 관계 정립이라는 역사적 큰 줄기의 흐름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농업과 식량 사정은 매우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것은 북한의 농업기계화가 어떤 의미를 갖게 될 것이며 향후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한 공식적 통계는 국제사회에 제대로 보고되어 있지는 않지만 여러 기관들의 추정치에 의하면 구매력 기준으로 해서 2015년 추정치가 $ 1,700 수준이다(CIA Factbook). 이것은 현재 아프리카의 저개발국 수준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며 북한의 총인구 약 2,500만 명 중 약 1,000만 명 정도가 영향결핍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양의 질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단백질의 섭취량은 2000년대 초 이후로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서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염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FAO 자료 인용)

북한의 인구증가율은 0.53%로 열악한 경제·사회적 여건에 의한 결과가 반영되고 있으며, 도시와 농촌간의 인구구성 비율에서는 매우 특이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개발국가의 경우 농촌의 인구가 도시의 인구보다 많은 것이 보통인데 북한의 경우는 2017년 FAO 추정에 의하면 전체 인구 중 도시인구가 61.2%, 농촌인구가 38.8% 이다. 이러한 특이한 상황의 전개는 [그림 1]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1970년경에 이미 도시인구 초과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은 세계적 경제 트렌드 중 하나인 일종의 도시화 현상의 진행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통계자료가 충분치는 않지만 미디어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영상 가운데 벼의 모내기시기와 수확시기에 수많은 군중과 학생들이 농촌일손 돕기 행사에 동원되는 장면의 발생 원인을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는 요인을 북한의 농촌인구 부족 현상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다. 농촌노동력의 부족을 도시 노동력의 동원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는 모두 경험적으로 매우 회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이것은 북한의 농업기계화가 얼마나 필요한 과제인지를 나타내는 상징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농작물의 생산성은 시기적으로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적기적작을 위한 농업기계화의 필요성은 작물 재배 측면에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다.

향후 북한에서도 많은 공산국가들이 역사적으로 걸어왔던 개혁개방과 같은 정책이 실행되게 된다면 북한의 농업기계화는 북한 경제의 전개 상황에 따라 그 경로를 정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적 결단과 세계경제의 흐름에 따라 결정되어 갈 북한의 경제 행로를 지금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무리한 일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유사한 사례를 들어 비교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현재 사회주의체제이고 개혁개방이 진행 중이며 북한과 경제발전 단계가 유사한 국가로 캄보디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국가에서 농업기계화가 발생하고 활성화되는 시기는 경제적으로 특징을 갖고 있다. 캄보디아는 폴 포트 정권(1976~1979)의 비극적 시기를 지나고 2000년대에 들어서며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경제 상황이 급속히 개선되기 시작하던 2003년 동력경운기의 보유대수는 약 1만3,000대였으며 5년 후인 2008년에는 동력경운기 보유대수가 약 3만5,000대로 5년간 3배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다시 5년 후인 2013년에는 65만대로 5년간 17배 증가로 비약적인 농업기계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트랙터의 경우는 2008년에 4,611대 보유에서 2013년에는 약 11만대로 5년간 24배 증가하는 본격적인 농업기계화의 진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FAOSTAT 및 캄보디아 센서스 참조)

북한의 2016년 현재 경제 상황은 [그림 2]의 인당 GDP로 보았을 때 캄보디아의 2005년 전후의 상황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하자원이나 공업화 역량 등 북한의 잠재적 조건 등을 고려하고, 만약 북한의 경제 상황이 정치적 선택에 의하여 발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게 된다면 캄보디아에서 2005년경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농업기계화는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북한의 농업기계화 진행으로 인한 경제적 실익이 북한 농업인들의 자본 축적에 기여하고 북한 경제 발전의 토대를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러한 실익이 착취적 집단의 지위를 강화하는데 들어가게 된다면 우리가 희망하는 남북 관계의 발전적 상황 전개를 저해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멀지 않은 과거, 우리는 북한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중고농기계를 보내주고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던 인사들이 다투듯이 사진 찍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만 이용했던 일에 대하여 반성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이런 보여주기식 사업의 결과가 북한 동포들의 뇌리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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