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경영여건 악화… 판매, 사후관리 분리 불가피
동반성장 해법찾아 생산·유통 조직이 선제적 대응해야

최근 몇 년간 농기계 생산을 담당하는 업체 수는 매년 100여 개 내외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이다. 정부융자지원 사업의 90%를 차지하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관리기 등을 생산하는 종합형업체(대동, 국제, 동양, LS, 아세아)를 중심으로 SS기, 로타베이터와 로우더 등 트랙터부속작업기를 생산하는 업체 수는 거의 변동이 없다. 그럼에도 매년 업체 수가 늘어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 참여를 목적으로 정부의 기계화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신규 농기계 공급업체는 대부분 지자체 등의 보조사업 참여를 주목적으로 하고, 밭농업 위주의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작업기를 주로 생산하는 곳이 많다. 따라서 이들은 규모가 영세하고 기술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가 농기계산업 경쟁력 제고에는 크게 기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공급 업체의 변화와 함께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분야가 바로 농기계 유통경로를 담당하고 있는 조직이다. 정부의 융자지원을 받아 판매되는 농기계는 시·군 단위로 조직된 농기계대리점이 담당하고 있다. 농기계는 또 농협의 농기계은행사업, 지자체의 농기계임대사업 및 각종 보조사업, 기타 현금판매의 형태로도 공급되고 있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농기계 사후관리업소(농기계대리점)는 2015년 12월 기준 전국에 총  1,870개소가 설치·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들을 대형 47곳, 중형 650곳, 소형 1,173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농업인의 수리불편 해소 및 적기영농 실현을 도모하기 위해 농기계 사후관리의 종합화, 광역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 사후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리용 부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수리용부품·장비확보자금을 매년 210억원 가량 융자지원하고 있지만 대다수 사후관리업소는 금리 및 담보 등의 사유로 자금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 내수시장 성장세 주춤, 고통은 고스란히 대리점 몫으로 전가돼       

우리나라의 농경지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도시인구의 가파른 증가로 농경지는 빠르게 산업시설이나 주거지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반면 농업의 기계화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농기계 보급이 급격히 늘어났다. 논농사의 경우 100%에 가까운 기계화율을 보일 정도로 관련 농기계의 개발과 보급은 이제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농업기계화의 바로미터인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등의 공급확대 추이는 생산과 유통 조직의 지속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기계의 고성능화 및 대형화, 연간사용시간의 감소, 내구성 증대에 따른 교체주기 증가 등은 내수수요가 어느덧 한계점에 다다랐음을 알려 왔다.

문제는 이같은 농기계시장의 변화에 정작 생산업체와 유통을 담당하는 대리점의 능동적인 대처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랙터 등을 생산(공급)하는 종합형 농기계업체는 내수시장 위축에 따른 고통을 특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농기계대리점(사후관리업소)에게 상당부문 전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다수 농기계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농기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생산업체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이유와 같다. 우리나라의 내수 규모에서 4개의 종합형업체는 희망이 없다는 얘기다.

국내를 대표하는 트랙터 제조업체 4개사의 연구개발비 총액은 일본계 다국적기업 1곳보다도 적으며, 세계1위 기업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선진기업과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농기계산업이 더 이상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당장 해외시장에 나가 글로벌기업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제품력과 기술도 요원하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은 구조조정이라는 뼈를 깎는 고통을 여전히 회피하고 있다. 업체 스스로 자구적인 혁신에 나서지 않아도 대리점이 일정부문 완충역할을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기계대리점의 균열이 곳곳서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업체와의 계약관계를 끊고 일본계브랜드로 간판을 바꾸거나 아예 경영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계 Y사 대리점은 전국에 40여 곳 안팎이었지만 현재는 2배 이상 늘어나 90곳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진출이 더욱 빨랐던 K사의 경우도 꾸준한 대리점 확충으로 현재 80곳을 상회하고 있다.

농업인의 가파른 고령화와 함께 농기계의 대형화, 고성능화는 농기계수요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경지면적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대당 작업면적은 오히려 증가해 1대의 농기계가 맡아야 할 작업면적은 반대로 줄고 있다. 연간 사용시간이 줄면서 교체주기는 더욱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촌에는 생산업체의 구조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시·군마다 적게는 4~5곳에서 많게는 10곳에 달하는 농기계대리점이 매출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욱이 2013년부터 농협이 농기계은행사업을 빌미로 신품농기계를 유통하기 시작하며 동일모델을 공급하는 국내브랜드 대리점의 경영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매출부진에 빠진 대리점의 고용여건은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 

 

△ 대리점의 판매, 수리 분리 움직임… 생산기업과 상생방안 마련해야

농기계대리점서 정비를 전담하는 인력이 급격히 줄고 있다. 농촌이라는 근무지의 지역적 불리함에 가뜩이나 3D업종으로 분류되는 농기계정비 업무를 배우려는 젊은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 위축에 따른 대리점의 경영악화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에도 걸림돌이다.

차츰 농기계대리점이 판매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재편되고 있다. 대리점주 입장에서 수리담당 인력을 상시 고용하는 현 체계는 큰 비용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출증대가 기대되지 않는 대리점주가 사업장을 존속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 첫 단계가 바로 돈이 안 되는 농기계수리 업무서 손을 떼는 것일지 모른다. 사후봉사를 위해 매년 수 억원 대의 부품을 보유해야 하는 부담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시행 등 사회전반의 근로여건의 변화도 영세한 대리점주에겐 큰 부담이다.

생존을 위해 농기계대리점이 판매전담 조직으로 재편된다면 사후관리부담은 고스란히 생산업체의 몫이 될 전망이다. 생산업체로서는 사후관리를 전담할 인력과 시설을 구비하는 데 상당한 비용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몇몇 전문가는 유통조직의 변화가 우리나라 농기계 생산업체의 구조조정을 유발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리점과 생산업체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생산과 유통은 머리와 몸통으로 비유될 만큼 떼려야 뗄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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