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막스 쉘러(Max Scheler)는 인간이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라면서 인간을 호모 파베르(Homo faber: 공작인)라고 했다. 인간은 아득한 역사와 함께 도구를 사용해 왔고, 새로운 도구의 발명은 생활양식과 산업구조를 변화시켜 새로운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해 왔다. 농업·농촌의 생활양식과 구조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농업은 본래 영주 밑에서 가족노동으로 영세규모의 농사를 영위하다 15세기 영국의 엔클로우저(Enclosure)운동으로 영주가 자영 농지를 확대 할 수 있게 되었고 산업혁명으로 도시 인구의 급격한 증가, 이러한 현상은 식량수요의 증가를 낳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규모화영농이 추진된 18세기 중반부터 농기계가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농기계는 영국의 제2차 엔클로우저 단계인 1763년에 영국의 제스로 타르가 만든 3조용 곡류 파종기이다. 종래 손으로 흩어 뿌리던 파종작업을 3조용 파종기를 쓰면서부터 조간과 주간거리가 일정한 균일 파종으로 수량이 크게 증가하고, 파종작업 능률이 월등하게 향상되었다. 몇 년 뒤 1786년 스코틀랜드의 엔드류 마이켈이 손으로 돌리는 탈곡기를 왓트의 증기기관 탈곡기로 발전시키면서 기계화 농업이 시작되었다. 이와 같이 영국에서 시작된 기계화 농업은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이 신대륙을 개척하면서 농기계의 수요를 강하게 요구하여 농기계 개발 주도력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갔다.

미국 농업은 농작업의 기계화가 촉진되면서 토지와 노동생산성의 향상으로 큰 발전을 이루게 된다. 한 가지 예로 1833년 미국의 디어와랑이 개발한 철강제 플라우를 들 수 있다. 철강제 플라우는 종래의 목제나 주철제 플라우 보다 저항력이 작고, 절삭상태가 양호하면서도 반전이 용이하여 신대륙의 옥수수 생산 벨트 등 대평원 개발에 위력을 나타냈다. 이러한 농기계에 힘입어 농작물 생산이 확대되면서 농기계 수요가 크게 늘어나 농기계 개발과 생산을 촉진하였고, 디어와랑은 세계 최대 농기계 업체인 존디어 회사의 창업자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미국과 유럽의 농기계를 도입하여 벼농사용으로 개량, 개발한 농기계를 우리 실정에 맞도록 개량 보급하여 벼농사의 완전 기계화 실현으로 농가인구가 크게 감소되고 고령화되었는데도 주곡인 쌀을 초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농기계는 인·축력이 하는 농작업을 기계로 대체하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인공지능(AI), GPS, 네트워크 등 ICT기술이 기계와 결합된 자동생산 로봇, 자율주행트랙터 등의 첨단농기계가 시스템화하여 능동적인 농작업으로 노동력을 대체하게 된다.

또한 기상, 토양, 생육, 시장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농축산물의 최적 생산 환경을 조성하는 스마트농업, 정밀농업을 실현하여 농축산물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게 된다. 근적외선, 초음파 등을 이용하여 곡류·과채류·육류 등의 성분, 당산도, 부패, 상처 등을 실시간으로 비파괴 품질 판정하여 농축산물을 고부가 가치화하는 등 이러한 작업은 모두 첨단 농기계와 시설 장비의 역할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을 조성하고 혁신밸리와 연계한 스마트팜 실증단지를 열어 시설원예 7,000ha, 축사 5,750호를 스마트 팜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온실의 70%, 축사의 25%를 스마트 팜으로 만들어 농업의 혁신성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 팜은 농기자재가 첨단화되고, 인공지능화 된 기술들이 기자재와 융복합하여 기능을  발휘할 때 실현 가능한 것이다. 농가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자급율의 감소 등 우리농업 환경을 감안 할 때 스마트 농업, 정밀농업이 요구되는 시기에 농식품부의 스마트 팜 육성지원 계획은 옳은 판단이라고 본다.

스마트 농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융복합한 첨단 농기계와 시설장비의 합리적인 이용이 시급한 과제이다. 기초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여 축적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융복합한 첨단농기계와 시설장비를 연구·개발하여 보급하여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문 연구원과 정부조직이 필요하다. 정부는 제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첨단농기계를 연구·개발하는 독립전문연구원을 설립하고, 농식품부의 농기자재팀을 보강하여 ICT 융복합 첨단농기계와 시설 장비의 연구, 개발과 보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우리농업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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