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의 품질고도화, 원천기술 확보해야
유관업종 기술 융·복합… 부품신뢰성 향상
완성품·부품·작업기 업체 간 공동 프로젝트
산·학·연 네트워크 활성화, 정책지원 시너지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우리나라 농기계시장은 연간 2조3,000억원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약 9,000억원 규모의 정부융자판매량을 비롯해 축산기계 2,000억원, 시설기자재 5,000억원 등과 우리 기업이 해마다 수출로 9억불(한화 약 9,6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농기계 완제품 업체 수는 700개사를 넘고 있다. 이 가운데 연매출 1,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6곳에 불과하고, 약 90%에 달하는 업체가 연간 50억원의 매출을 올리지 못할 만큼 영세하다. 또 500명 이상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는 단 3곳이며, 95% 이상이 50명 미만이다. 일본 구보다의 연구 인력이 1,000여명에 달하는데 반해 국내 대표 5개사의 연구 인력은 570명 내외로 이 가운데 박사급은 30여명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물론 1970년대까지 수입에만 의존했던 농기계산업이 정부와 산업체의 투자와 노력으로 해외선진기술제휴와 부품국산화를 시작으로 기술도입→독자설계→수출(틈새)시장공략 등 단기간에 기술선진화에는 접근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5대기업이 전 세계 농기계시장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여전히 시장지배력과 경쟁력은 현저히 낮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은 단기간 압축 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핵심원천기술에 대한 기술노하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품질 불안정, 내구성 저하에 발목 잡혀 시장을 선도할 퍼스트 무버로서의 도약에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선진기술과의 격차를 줄이고 나아가 세계시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노하우가 요구되지만 영세규모의 개별기업이 이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더욱이 선진기업은 안전과 환경규제를 앞세워 후발주자와의 간극유지를 위한 장벽 쌓기에 혈안이다.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완성품업체와 작업기전문업체, 또한 완성품업체와 부품전문업체 간 협업을 통한 동반성장 기조가 매우 절실한 이유다.

 

◇ ‘전문화’에 길 있다

 농기계산업은 정체기를 맞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확대가 관건이지만 정작 내수시장마저 일본산 등 수입품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내수에서 수입제품은 트랙터 26.8%, 콤바인 33.9%, 승용이앙기 62.8%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기계의 핵심부품인 엔진을 기준 한다면 수입품 비중이 더욱 높다는 것은 정설이다.
국산제품이 농가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잦은 고장과 품질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다. 구매 후 3년간 고장빈도를 살펴보면 트랙터는 국산이 연 평균 4.3회, 일본산 2.3회로 나타났다. 승용이앙기는 국산이 연간 11회, 일본산 3.1회로 국산이 3배 넘게 고장이 많았다. 콤바인은 국산이 연평균 9.5회, 일본산 3.5회로 조사됐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농업인에게 국산농기계 품질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는데 엔진, 미션, 유압, 전기장치, 차동장치 등 전 부문에서 한국산 트랙터·콤바인·이앙기의 품질수준은 수입경쟁제품을 100으로 기준했을 때 평균 60점대에 머물렀다.
현재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의 기술수준은 선진기술의 82%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내수시장을 지키고 나아가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시급히 품질고도화를 위한 원천기술 확보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농기계인 트랙터만 해도 동력기술이 집약된 △엔진성능, 작업기 구동 등을 위한 △유압기술, 편의성 증대에 필수적인 △전장기술, 품질향상의 출발점인 △부품품질 등이 주요 기술로 손꼽힌다. 
 이 같은 고도화 기술을 개별기업이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해 제품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선진기업과의 기술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는 철저한 전문화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가장 널리 쓰이고 또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트랙터 기종만 해도 본기업체와 부품전문업체 간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본기업체는 핵심기술인 동력기술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환경규제에 대응한 티어4(Tier-4) 엔진 기술의 안정화는 물론 티어5 단계를 선도할 수 있는 고품질의 엔진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상품성 향상을 위한 전기·전자부품, 편의성 증대를 위한 품질고도화 기술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동력전달, 하우징, 엔진보기, 캐빈 내·외장, 유압, 전장, 표준품 등 단위부품을 전문 생산하는 업체의 기술력향상이 동반돼야 가능하다. 부품의 표준화 및 생산의 규모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연간 5,000개의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연간 2만개로 규모화·전문화로 품질고도화를 달성할 경우 완성품의 품질까지 향상되기 마련이다.
 어느 부품업체 대표는 “경쟁사에 동일부품을 공급했다는 이유로 기존거래를 중단하겠다는 압박에 물량증대는 꿈도 못 꾼다”고 토로한다. 완성품업체의 ‘갑질’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유관업종과의 기술 융·복합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의 제어 기술, 건설기계의 유압 및 동력전달 기술을 농기계에 접목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생산기술연구원이나 기계연구원의 부품 및 제품 신뢰성 평가기술을 활용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 ‘협업’으로 동반성장 꾀해야

 국내 농기계 업체는 원가 및 품질경쟁력, 생산기술부족 등에 따른 낮은 상품성으로 글로벌 선진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 이에 부품업체 및 작업기 등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완성품업체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 육성, 동반성장 시스템 구축, 지속성장 기반 강화 등에 힘써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우량기업 육성 및 대학의 연구 분야 활성화로 R&D 인재육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산·학·연의 네트워크 활성화로 완성품업체의 기반 기술 확보는 물론 중소기업에 지속적으로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농기계 부품 협력업체는 농기계 산업의 뿌리다. 완성품업체는 부품품질 기술지도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고 부품협력사와 공동 연구개발 및 특허출원으로 기술 개발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농기계 완성품업체, 부품업체, 작업기업체 간의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활성화 하고 구매조건부 펀드와 같은 안정적인 정책자금지원으로 사업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완성품업체는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운영자금 및 자재 구매 시 선급금을 지원하는 등 협력사가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학계 관계자는 “완성품업체가 본기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소 작업기업체의 연구인력 빼오기,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전문 작업기 업체가 수십 년 간 갈고 닦아 온 영역에 무혈입성하려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고 말하며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의 단기처방으로는 그 효과가 오래가지도 못할 것이며 오히려 결과가 전보다 더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